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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왕초보의 식당 운영기 -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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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두 달 내내 애쓴 결과 물병을 바꾸고 일회용 앞치마를 세탁이 가능한 앞치마로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사람은 셰프인 빡빡이와 점덕 여사(물론 가명이다)였습니다. 창업공신인 빡빡이는 식당에 관한 거의 모든 변화에 대해 반대였습니다. 이만하면 됐지, 내가 해봤는데, 이런 생각으로 가득하니 무슨 말이든 튕겨나오곤 했죠.


반면 점덕 여사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가 컸습니다. 지방 출신의 억센 사투리를 구사하는 점덕 여사는 독특한 습관이 있었어요. 일회용 케이스 같은 각종  용품을 굳이 박스에서 꺼내 비닐로 둘둘 말아 주방 곳곳에 박아두곤 했죠. 그런데 제가 사장으로 오자마자 식당 곳곳을 깔끔하게 정리해두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다툼이 생겼습니다. 고민이 커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일단 저는 점덕 여사를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다람쥐처럼 물품을 정리하는 습관이 매출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원하는대로 하도록 마음을 내려놓으니 자연스럽게 말을 트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파출로 10개월 동안 일하다가 식당에서 쫓겨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죠. 싸인펜으로 새치를 염색하는 남편 흉을 보는 데까지 이르자 점덕 여사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오래도록 일해."


식당일 그거 뭐 그렇게 힘들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업에 대한 자부심 없이 언제도 앞치마를 팽개친채 식당을 나설 수 있는 사람들과 일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물병 하나 바꾸는 일, 앞치마 하나 교체하는 일도 때로는 수개월,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식당의 변화를 도모하는 일은 여느 직장의 리더십 만큼이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매일 점심 들르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을 가끔은 다른 눈으로 바라봐 주세요. 그곳에서도 빡빡이 셰프와 점덕 여사가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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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배달앱 시장은 객단가를 높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제가 운영하는 순두부 가게의 최소 주문 금액은 16,000원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주문을 받아봐야 무려 6,000원을 배달앱에서 뜯어간다는 거에요. 최소 주문 금액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팔아봐야 10,000원 짜리 메뉴를 홀에서 파는 것이 훨씬 더 많이 남습니다. 저는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객단가를 높여 배달앱을 통한 매출을 늘릴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저는 빡빡에 셰프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자 배달 앱 메뉴에 '옵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기존의 메뉴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특히 기본 메뉴인 순두부의 가격을 건드리는 것은 안됩니다. 그래서 1000원 비싼 짬뽕 순두부에 옵션을 추가했습니다. 면사리와 계란(중탕을 통해 맛이 달라진다), 만두를 가니쉬로 올리는 옵션을 추가했죠. 그러자 바로 그 날부터 주문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최소 주문 금액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대신 옵션을 추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요즘 자영업 시장은 IMF와 같은 위기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초저가 아니면 초고가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어요. 그 와중에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식당들의 고민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배달앱은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계륵 역할을 합니다. 저는 이런 상황에서 평소 비협조적이던 빡빡이 셰프의 협조를 끌어냈습니다. 배달 주문을 달가워하지 않는 주방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매출을 올리는 지혜를 끌어냈습니다. 한 달짜리 초보 홀 매니저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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