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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왕초보의 식당 운영기 - VI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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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 셰프의 빈자리가 큽니다. 있던 메뉴와 옵션도 줄이고 있습니다. 급한 대로 설거지해줄 이모님을 구하기 위해서 구인 공고를 냈습니다. 그런데 3시간에 4만원(시급 13,300원 꼴)을 제시하니 댓글을 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아마도 일하는 시간에 제한적이라 그런 듯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급을 14,000원으로 슬쩍 올려봤습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구름처럼 줄을 잇습니다. 이분들에겐 시급 700원이 이토록 커보이고 간절한 것일까요?


식당을 반 년 가까이 운영해보니 정말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식당을 오픈하는게 지나치게 쉽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선 식당 개업 허가를 받는데만 반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준비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고 식당을 오픈하니 쉽게 많이 망하는데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식당일은 종합 예술입니다.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직원 관리에서부터 세무 관리, 음식에 대한 지식은 물론 시장의 트렌드와 사람들의 심리까지 공부해야 할 것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도 쉽게 식당을 오픈하고 또 망합니다. 하다못해 취업을 할 때도 최소한 대학 4년을 준비하잖아요. 창업을 위한 기본 교육을 나라가, 그도 아니면 누군가가 도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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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온 '티'라는 친구입니다. 저녁마다 빡빡이 셰프와 와이프, 그리고 티가 함께 밥을 먹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좀 알아듣는 티에게 이모들이 그렇게 신세 한탄을 한다고 하네요.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내가 원래는 잘 나갔어. 그런데 사업이 망해서 이 일을 하는거지 원래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니야. 이런 얘기를 자주 듣는 티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장님 불쌍해요. 이모 불쌍해요. 하지만 나는 행복해요."


옛날에 듣던 '사장님 나빠요'의 2024년 버전일까요? 정말 행복한 사람은 사장님도 이모님도 아닌 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건 느낌적인 느낌일까요? 아니면 사실일까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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