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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스텝 저자 박요철입니다
Dec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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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臇) 매출이 전달 대비 3배가 뛰었습니다. 점심 메뉴는 손님도 파는 사람도 지루한 법입니다. 저는 여느 때처럼 알파 문구를 찾아 말풍선 포스트잇을 샀습니다. 마음 같아선 그럴듯한 광고판을 세우고 싶지만 돈이 없습니다. 매직펜도 없어서 볼펜으로 써붙였더니, 이런, 팔리기 시작합니다. 이벤트로 전 값을 낮추니 더 잘 팔립니다. 게다가 전은 원가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합니다. 수익률이 좋은 메뉴입니다. 물론 이때도 빡빡이 셰프는 일이 많아진다고 투덜댔습니다. 하지만 '숫자'로 얘기하니 설득이 쉬워집니다. 지난 달 보다 매출이 세 배가 늘었어요. 홀도 주방도 금방 수긍합니다. 그래서 와이프는 6월의 컨셉을 '바닷의 맛'으로 정했습니다. 청국장에 해물을 넣었더니 반응이 좋았거든요. 다음 달은 또 이렇게 매출을 끌어갈 메뉴를 셰프와 함께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근처에 프랜차이즈 국밥집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들은 저는 6월 장사 다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두부 가게 뿐 아닙니다. 근처 점심 장사하는 가게들은 다 겹치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오직 저 뿐이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바로 옆 부대찌개 집에 얘기했더니 다른 가게를 걱정합니다. 자기 가게는 겹치지 않는다는거죠. 그런데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순두부나 부대찌개나 점심 메뉴일 뿐입니다. 새로운 국밥집이 생기면 당연히 대체제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식당 사장님들에게는 이 당연한 사실이 보이지 않습니다. '객관화'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가게를 여러 선택지 중 하나로 보는 메타인지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책들이 왜 그렇게 '소비자 중심'을 외쳤는지가 이제야 이해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국밥집도 제가 보기엔 싹수가 노랗습니다. 입지나 메뉴는 고민했을지 몰라도 근무 환경, 직원 복지에 대해서는 아예 고민을 안했다는 사실이 구인광고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일단 정직원을 순두부 가게처럼 홀, 주방 딱 2명만 씁니다. 그런데 월급이 와이프 가게보다 50만원이나 낮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은 1시간 반에 불과합니다. 홀이나 주방 알바가 근처 시세보다 훨씬 낮습니다. 14,000원을 줘도 구하기 힘든데 12,000원을 준다고 하네요. 오픈빨을 감안하면 업무 강도가 두 세배는 셀텐데 사람들이 올리 만무합니다. 식당 주인들은 알아야 합니다. 인근 식당 직원들은 자의든 타의든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 뻔한 사실을 왜 식당 주인들은 모르는 것일까요?
저는 우리 짬뽕 순두부 가게가 왜 매출이 늘었는지를 고민해보았습니다. 그건 바로 '커뮤니케이션' 때문입니다. 와이프는 친절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손님들과 소통하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서 순두부 가게는 저녁마다 단골들이 늘고 있습니다. 혼밥의 성지로 거듭나고 있어요. 그래서 술 손님보다는 혼자 조용히 저녁을 해결해가는 식당으로 컨셉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저는 사실 아주 친절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손님을 이해하려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코드가 맞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마니아나 팬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손님을 이해하되 자신의 스타일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어쩌면 장사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먼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s. 하지만 이 모든 노력을 상쇄하는 가장 큰 변수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날씨입니다. 짬뽕 순두부를 파는 우리 가게는 비 오는 날 장사가 잘 됩니다. 그래서 저는 크리스천인 남편에게 이야기합니다. 비 좀 오게 기도해달라고요. 가게는, 매출은, 결국 '하늘?'의 뜻에 달린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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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회사 일행이 4명, 2명씩 나눠서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물론 주문도 따로 했지요. 그런데 아뿔사, 주문이 빠져서 4명이 식사를 마치도록 2명의 식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이를 알아챈 제가 음료수를 서비스하며 사과했지만 2명의 마음은 이미 회복이 안될 정도로 상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자신의 명함에 싸인을 한 후 언제 오셔서 어떤 메뉴를 시키더라도 서비스로 드리겠다는 약속을 한 겁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주문과 식사가 끝나자 그 두 사람이 앉았던 자리에는 앞치마가 곱게 곱게 개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식당 오픈 후 처음으로 일 매출 200만원을 넘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