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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어른 Jun 13. 2024

500일 세계여행에서 찾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

전 세계를 돌면서 몸소 경험한 것을 투자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500일 세계여행 중에도 매일 공부하며, 세계 각지를 관찰하면서 남편과 이야기 나눈 시간이 3,000시간이 넘는다. 지금도 아들을 재우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투자이야기를 나눈다. 500일 세계여행 중에도, 지금도 여전히 세상에서 얻은 배움을 바탕으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 스타일은 모두가 다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경험투자자'로서 눈으로 보고 직접 확인한 경험을 중요시하며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편이다. 전 세계를 돌면서 몸소 경험한 것을 투자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수 십 년 만에 처음으로'라는 기후위기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졌고, 80여 개 도시를 돌며 목도한 기후위기는 말 그대로 처참했다. 기업의 이익만큼이나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여정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는 '테슬라 평생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물론 지구 환경을 테슬라 혼자 바꿀 수 없지만, 전 세계 선진도시를 돌며 강한 확신이 생겼다.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거스를 수 없기에 테슬라를 평생 모아가기로 했다. 여행 중에도 915주를 매수했고, 지금도 시장흐름을 확인하며 꾸준하게 모아가고 있다. 2020년 7월 9일, 테슬라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후로 한주도 매도하지 않았다.


주유소에서 만난 테슬라 슈퍼차저 @워싱턴 D.C
거리에서 충전중인 테슬라 모델 3 @터키 이스탄불








세계여행을 하면서 한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 여러 번이다.

극동의 작은 나라였지만, 지금은 동북아의 중심이자 G11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의 위상은 달라졌다. 전 세계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삼성, LG 로고를 매번 발견할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졌다. K-culture를 필두로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를 실감할 수 있었다.

코비드 전에는 전 세계의 거리에서 도요타와 혼다 자동차뿐이었는데, 500일 세계여행을 하며 놀라울 정도로 현대&기아차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북미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심지어 북아프리카에서조차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카사블랑카 호스트의 현대 '액센트' 신형을 타고 시내를 달렸다. 택시를 호출하고 기다리다 '아이오닉 5'를 만날 때의 감격이란... 런던의 우버기사에게 차가 어떠냐 물으니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상적이라고 했다. 차의 성능과 출력, 연비, 드라이빙 주행감 모두 훌륭하며, 가성비까지 좋은 차량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아이오닉 5 택시 @ 독일 베를린


현대차 그룹의 행보를 찾아보며 확신이 생겼다. 현대차는 탄탄한 배당성향과 낮은 PER, 안정적인 영업이익과 미래 발전성 등 투자하기 좋은 시기라 판단했다. 현재 '현대차 2우b'의 나의 배당률은 그 어느 적금금리보다 높은 14%다. 만족할만한 수익률과 함께 분기별 용돈처럼 들어오는 배당까지 있어 든든하다.








디스크와 코로나로 우울감이 쌓여가던 2021년, 서른아홉, 30대의 마지막 생일 즈음 일이다. 15년을 사용한 펜디 바게트백이 수명을 다해 끊어졌다. 오래된 모델이라 수선도 불가하다는 안내에 낙담하며, 매일 사용할 가볍고 예쁜 가방을 알아보던 중 '에르메스 피코탄'을 낙점했다. 한번뿐인 인생, 나라고 에르메스 사면 안돼? 라는 마음에 서울과 수도권의 에르메스 매장에 7번이나 방문했지만, 가방을 살 수 없었다. 아니 볼 수조차 없었다.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7번의 매장 방문에서 구경조차 못했다. 울적해하는 내게 남편은 가방살 돈으로 에르메스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코비드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자금수요가 명품구매로 이어진다는 뉴스와 호실적이 이어지며 에르메스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전 세계를 여행하며 습관적으로 에르메스 매장에 들렀다. 혹시라도 피코탄을 살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했지만, 30군데가 넘는 에르메스 매장 그 어디서도 가방을 볼 수 없었다. 파리에 있는 생 토노레 에르메스 본점은 가방구경이라도 하려면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다. 그렇게 전 세계를 돌며 에르메스의 저력을 다시금 확인했기에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다. 참고로 피코탄 가격을 넣어둔 금액은 이제 버킨백은 충분히 살 수 있을 만큼 불어났다.


2023년 2월 20일 인스타그램 스토리 @ 파리 에르메스 생 토노레 본점










500일 세계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오랜 시간 사용한 것을 하나 꼽자면 단연 '구글맵'이다. 구글맵이 없었다면, 아이와 500일의 긴 여행을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없어선 안될 소중한 존재다. 북미에서는 99.9%의 정확도를 보였고, 그 외의 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구글맵만 있으면 주소를 찾고, 원하는 장소의 정보와 사람들의 리뷰를 확인할 수 있고, 운전 시 내비게이션 기능도 훌륭했다. 이집트 사막 안 라스모하메드 국립공원에서도 GPS기능은 거의 정확했다. 간혹 레스토랑 오픈 시간이 종종 다를 때가 있지만, 해당 점포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에, 오류 발생이 있을 수 있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한국의 네이버 같은 전문 포털이 없는 나라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한국은 여러모로 대단한 나라다.) 우리가 여행하며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이 구글을 썼다. 택시를 타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어디든 구글맵 내비게이션을 쓰는 기사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미국 산호세를 여행할 때, 구글 본사에 잠시 들린 적이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이런 규모의 회사라면 믿고 투자해도 되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세계 어린이와 젊은이들은 물론 노년층마저도 Youtube를 시청한다. 전 세계 강력한 유튜브 생태계를 보유한 구글의 경제적 해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게 늘 따라다니는 '차이나 리스크'가 없는 것도 투자엔 장점이다.



차를 타고 한참 돌아볼 정도로 큰 구글 본사와 안드로이드 로봇, 제조업이 아님에도 엄청난 규모 @미국 산호세



500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자금의 리밸런싱을 고민할 때, 세계여행을 하면서 봤던 투자해도 좋을 회사 리스트를 두고 남편과 매일 대화를 나눴다. 이란과 이스라엘 전쟁의 지정학적 이슈로 잠시 주가가 횡보 중이라 판단했다. 그렇게 투자를 시작한 다음날, 구글은 배당 실시를 발표하며 주가가 상승모드로 전환했다. 우리는 안정적인 수익률과 작지만 소중한 배당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서도 유튜브를 계속 써왔지만, 구글에 투자할 결심을 하지 못했다. 500일 세계여행에서 직접 보고 느끼며 확신을 얻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의 수출세가 심상치 않다 생각했고, Youtube나 틱톡에 올라오는 외국인들의 불닭 챌린지 영상을 보며 투자를 고민했다. 당시 삼양식품의 주가는 5만 원 대였다. 두 사람 모두 외식업계에서 오래 일했기에 들었던 생각은


'이거 무조건 올라갈 것 같은데...'

 하지만 투자를 감행하는 건 또다른 문제이기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500일 세계여행을 하며 느낀 불닭볶음면의 저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모로코, 이집트의 작은 슈퍼에서도 불닭볶음면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북미나 호주, 유럽도 마찬가지다. 태국의 마트에는 불닭볶음면 코너를 따로 만들어서 판매할 정도다. 때때로 길 위에서 만난 인연들에게 불닭볶음면을 대접하면 반응이 놀라웠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가족 11살 마코와 9살 리나, 이집트의 10대~20대 젊은이들 모두 맵지만 너무 맛있다며 본인들이 따로 구매해서 먹을 정도였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삼양식품 주가는 19만 원이었다. 너무 많이 올랐나? 고민하며 여전히 투자를 망설였다. 생각했던 가격보다 크게 오르면 쉽사리 투자를 못하는 게 우리 부부의 단점이다. 늘 삼양식품은 투자 포트폴리오의 강력한 후보였다. 결국 후보로만 남다 떠나갔다.


* 2024년 6월 13일 현시점 삼양식품의 주가는 619,000원이다.
  결국 우리의 경험을 믿지 못하고 쳐다만 보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놓치고 말았다.

 

방콕 중심가 top마트 최고 자리에 불닭볶음면 코너가 따로 준비되있다.  이것까지 봐 놓고 왜 투자는.........




500일 세계여행을 하면서,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자주 사용했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을 수 있고, 사용자가 많다는 사실을 실제로 보고 느끼며 좋은 회사라 판단했다. 정말 편한 착용감으로 우리의 발을 지켜주었던 '스케처스'는 선진국의 노년층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노령화가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스케처스의 미래는 밝아보였다. 해안가에 가면 아프리카 아이들마저도 '크록스'를 신고 있었고,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아이들로 가득 찬 '맥도널드'와 북미 전역의 '코스트코'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카트에는 물건으로 가득했다. 그저 현장에서 있어보며, 해당 브랜드들의 저력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투자해도 좋을 회사라고 생각하며 남편과 늘 고민했다. 지금 열거한 모든 회사들은 최소 30%에서 3배 이상 주가가 상승했다. 우리가 투자천재인가? 아니다.

500일 세계여행을 하며 경험 중심의 통찰력이 저절로 체득된 것이다.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 살던 집을 매도했고, 그 돈의 일부는 여행자금으로, 나머지는 여정 중 테슬라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106달러부터 차근차근 추가 매수했다. 500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제주도에 마음에 드는 터전을 마련한 뒤 늘 고민하던 송파 아파트를 매도했다. 전 세계 선진도시 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주거지역은 단연코 '공원 옆'이었다. 센트럴파크, 하이드파크, 스탠리파크.... 송파 아파트도 초중고를 품은 매력적인 대단지 아파트지만 우리가 500일 간 직접 경험한 '미래 가치가 기대되는 지역'이 아니었기에 매도를 결심했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있었음에도 적절한 가격에 매도할 수 있었다. 이후엔 거주 안정성을 위해 연세로 살던 집을 매수했다.  


세계여행 전에는 책상 위에 앉아 전문기관의 리포트를 읽으며, 뉴스를 보고, 주식 유투버 영상을 보며 공부했다. 회사를 다닐 때도 사무실에서 앉아 기획안을 쓰다가 막상 현장에 서서 체감하는 바가 전혀 다른 것처럼 우리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도 여행 전과 후과 달라졌다.


우리 부부는 일반투자자들이 바라보는 투자기간보다 훨씬 더 길게 보며 향후 20~30년 이후의 가치를 떠올리며 투자하고 있다. 비단 주식투자에 국한한 게 아니라 아이 교육도, 건강과 직업 모두 오래도록 지속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두고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남편이 2022년 7월 5일, 호주 케언즈에서 쓴 일기를 첨부하며 글을 마친다.

이번 여정 시작 후 처음으로 여행보다는 ‘살아보기’가 더 어울렸던 시간이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대형몰을 둘러보며 간단한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구매했고, 대부분 숙소에서 직접 요리를 해서 끼니를 해결했다.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고, 많은 곳을 둘러봐야 잘했다는 생각을 멈추려고 한다. 난 지금의 삶을 여행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 삶의 일부분으로 세계일주가 아닌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머무는 장소만 다를 뿐이다. 새로운 환경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고, 다른 나라에도 있다. 비록 다른 언어, 익숙한 새로움과 생소함의 차이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책이나 인터넷이 아닌 몸소 현장 체험해 보는 것이 가장 큰 자산이 된다. 그렇기에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지 않고, 소비자 유입 수, 그들의 표정, 공간이 주는 편안함 등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모습을 기억하고 느낀다면, 어디나 있는 맥도널드나 스타벅스에 있는 것도 시간 낭비가 아니다. 늘 걸었던 거리를 반복해서 걸었다. 걸으면서 전기차가 얼마나 돌아다니는지를 본다. 물론 인터넷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길거리에서 직접 전기차를 찾아보는 현장 속의 체험은 분명 다르다.

이번 세계살이의 첫 번째 목적은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볼 만한 곳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냥 스쳐가는 여행 코스 탐방은 남들에게 선사하는 보여주기 이벤트일 뿐.  살아가는 혜안을 얻는 것. 그 혜안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시들, 세계적 의미가 있는 곳에 머물며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기억하자.


3박4일동안 매일 걸었던 @호주 케언즈 에스플러너이드 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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