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어른 Jul 18. 2024

500일 세계여행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됐다.  

전 세계 선진도시를 돌아보며 느낀 아이들의 교육, 그리고 우리의 새 직업

500일 세계여행 중 멋진 곳에 방문하거나,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든지, 유명 미술관에서 명화를 보는 것도 여행에 꽤나 중요한 부분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꼭 가보고 싶은 곳들과 맛집을 줄줄이 적어뒀다가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재미도 컸지만, 여행 중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하고, 하나하나 완성해 갔다.


 




 


우리의 세계여행은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고민'과 '아들의 교육에 대한 방향',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구상을 원 없이 할 수 있던 500일이었다. 복잡한 도심 속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며, 하루 한 번도 하늘을 보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 됐다. 방문했던 80여 개 도시의 저마다 다른 색감과 구름, 석양을 바라보며 인생에 대해 깊이 사유했고, 비로소 인간다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는 만큼 남편과 의견충돌과 다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울고, 좌절하고 나약해졌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과정조차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것을 잘 안다. 어쩌면 한국 복귀 후 예전처럼 안정적인 삶을 원하는 나와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싶은 또 다른 나의 다툼이 아니었을까?  

  

남편은 '3년, 5년이 아닌 매우 긴 호흡으로, 40~50년의 삶을 바라보며 미래를 구상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대학 졸업 후 15년 이상 몸담았던 외식 글로벌 사업을 떠나, 평생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만약 현업에 묶여 있었다면, 자기 자신을 멀리서 바라보며 인생 전체를 관망하고 고민할 여력이 없었을 거다. 여행 내내 고민하던 일을 이집트 샴엘셰이크에 머물며 자연과 함께 여유롭게 지내며 깊이 사유한 끝에 실행에 옮겼다.


2020년부터 시작한 금융투자와 우리 부부만의 투자 원칙을 토대로 투자 관련 유튜브를 시작했다. 현재는 채널을 운영한 지 1년 째이고, 차근차근 채널이 성장하고 있다. 나 또한 남편의 매니저가 되어 함께 운영 중이다. 회사를 관두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생각은 세계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도 500일 동안 그러했던 것처럼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도전을 하고 있다.


우리는 건강과 스트레스를 매달 꽂히는 월급봉투와 함께 등가교환 했었다. 과중한 스트레스로 고혈압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던 남편은 정상 체중, 정상혈압으로 더없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 나 또한 비염과 디스크로 고생했지만, 제주에서 많이 걷고 좋은 공기와 환경을 만끽하며 지낸다. 지금도 매일 남편과 투자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해외뉴스와 책을 읽으며 공부한다. 부부가 같은 시각으로 투자 호흡을 이어나가고 있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티격태격하는 것만으로도 건강한 관계가 아닐까? 무엇보다 제주에 온 뒤 24시간 붙어있는 남편과 더욱 돈독해졌다.



  




전 세계 선진도시를 돌아보며 느낀 아이들의 교육.

미국, 캐나다, 호주, 덴마크,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수많은 선진도시를 돌며 각 도시의 도서관과 서점, 놀이터를 방문했고 현지인들과 대화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며 원하는 악기를 배우고, 주특기 운동이나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고 저녁 8시 반이면 잠에 든다. 하루 10시간 숙면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어린이 도서관은 아이들이 큰 소리로 떠들며 책을 읽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다. 조금만 소리를 내도 조용히 하라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한국의 평범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보통 5~6개의 학원을 다니며, 꽤 많은 양의 학습지와 숙제를 하다가 밤 10시 무렵 잠든다.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친구들을 만나러 갔던 아파트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다들 학원에 갔기 때문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공공도서관, 방대한 규모와 함께 자유롭게 책읽는 공간이 많다.
토론토 공립도서관, 한쪽에선 기차레일을 맞추며 놀고,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자유로운 분위기
마드리드 스페인광장 대놀이터의 누나들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어린이들은 나무위에 올라가서 논다.



한국의 엄청난 교육열과 뛰어난 DNA에도 불구하고,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한국인은 없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수능날 단 하루의 점수가 인생을 좌우하는 한국의 입시에 질렸다. 무엇보다 사교육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생각하니,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도시에 살았다면, 내 아이만 사교육을 안 시킬 순 없었을 거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더라도, 정우가 친구들을 만나려면 학원에 가야 하는 현실이다. 세계여행 중 보고 느끼며 한국의 교육환경에 대해 씁쓸함이 커져만 갔다.

 

내 아이가 어린이답게 뛰고 즐겁게 자라며, 원하는 바를 이뤄가기를 바랐다. 정우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을 받고 있다. 몇몇 국제학교에서 진행하던 IB수업을 모국어로 진행하는 IB월드인증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다. (공립학교이니, 학비와 모든 것이 무료다.) 학교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탐구하고 관찰하며, 글을 쓴다. 일반 공교육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IB교육이지만, 다행히 정우는 아주 즐겁게 학교를 다니고 있다. 현재 학교 정규수업과 학교에서 전액 무료로 진행되는 방과 후수업 (바둑, 한문, 난타) 외에 아무런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우리 부부에게도 고민이 있다. 글로벌 시대를 살아갈 아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다. 500일 세계여행을 하며 영어 말하기가 틔였다 하지만, 읽고 쓰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모국어를 말하며 지내기에, 영어를 까먹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고민 끝에 남편은 정우의 친한 친구들과 함께 'English play class'를 열었다. 말 그대로 영어로 노는 것이다. 어느 날에는 보드게임을 하고, 비행기를 날리고, 그림을 그리고, 줄넘기를 하고, 해변에 나가 보말과 게를 잡기도 하지만 'English play' 시간에는 모두 영어로만 말한다. 맨 처음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엉클조(남편)와 함께 즐겁게 수업에 참여 중이다. 당연히 수업은 무료다.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정우의 영어말하기가 즐겁게 늘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정우 포함 네 명의 아이들 모두 영어 말하기 실력이 꽤 늘었다. 소극적이던 여자친구도 씩씩해졌고,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늘 감사해하며 소중한 이웃으로 교류하며 살아간다. 때로는 반찬을 나누기도 하며 말 그대로 시골 바닷가마을의 따뜻한 이웃사촌인 셈이다.


몇 년 지나면, 아이의 사교육을 고민할지도 모른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할 때까지는 원 없이 뛰어놀고, 책을 읽게 할 것이다. 3년째 변하지 않는 아이의 꿈 비행기 조종사가 되기 위해, 아이가 커가는 길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다. 아이의 미래와 우리의 남은 50년 인생을 바라보며 살아야 한다.








세계여행을 준비하는 이들 대부분 여행 중 어디에 머물고, 어떤 곳에 방문할까? 그것만을 고민하는데 그것은 세계여행에 있어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500일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40~50년의 긴 그림을 그리게 되고 생각의 프레임이 넓어졌다. 그것이 500일 세계여행이 우리에게 남겨준 가장 큰 변화다.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조차 바꿔놓았다. 다음 글에서는 여행 바뀐 우리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겐 밀알 같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글을 쓴다.


이전 08화 500일 세계여행의 가장 큰 선물이 뭐냐고 묻는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