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붙이는 글

퇴사하고 상담심리 공부 중입니다

by 포근

많이 망설였다.

사실 이 기획은 대학원 입학 때부터 떠오른 것이지만,

공부가 버거워 감당이 될까 싶었고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까 싶은 마음도 들어서...

그렇게 미루고 미뤄왔었다.



하지만 3학 차 중반에 접어든 지금.

나의 과거와 현재를

이젠 조금 멀리 떨어져 볼 여유가 생겼고

그 거리감 속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기록하고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7년간 공직에 몸담았다가 퇴사했다.

이젠 그 일들이 먼 과거의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퇴사라는 결정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 방황했고, 두려웠고, 버텨야 했던 건 생생하다.



그때 나는 뭔가를 얻고 싶단 마음보다

더 이상 나를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고

그런 마음이 나를 퇴사로 이끌었다.



공직생활은 나에게 많은 걸 주었다.

안정된 월급, 사회적 인정, 가족의 안정을 주었지만,

그 속엔 설명할 수 없는 무의미와 공허가 항상 따라다녔다.



무의미와 공허는 나를 집어삼켜

곧 나라는 존재가 없어질 것만 같은 공포로 다가왔는데,

직감적으로 알았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그 공포가 물러날 거라는 걸...



하지만 그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가진 모든 것,

그러니깐 삶의 틀이 되어버린 일상과

타인의 기대, 심지어 정체성까지..

모든 걸 내려놓는다는 것은 큰 공포였으므로

선택에 기로에서 오랜 기간 방황해야 했다.



결국 나는 안정된 삶보다 '잃어버린 나'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예상보다 더 많은 상실과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공무원이라는 나의 정체성은 꽤 견고해서

더 이상 공무원이 아닌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퇴사 후

바로 상담심리대학원을 진학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1년 여의 시간을 방황하며 보냈다.

상실의 아픔과 충격이 너무 컸고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으며,

감정이 고갈되어 지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명상도 배우고

텃밭도 일구면서도,

돈을 벌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여

경매스터디도 기웃거렸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동안

나는 그 시간들 속에서

계속 같은 질문을 붙잡고 있단 걸 알았다.

사람의 마음..

그 작용과 치유에 대한 질문들...



그러고 보니

내 마음은

늘 사람의 마음으로 향해 있었다.



그렇게 어릴 적 기억,

대학을 심리학과에 진학했던 이유들.

아픈 엄마를 이해하고 싶었던 마음과

상담가가 되고 싶었던 그때의 꿈이 떠올랐고...



나는 돌고 돌아

다시 그 꿈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곧장 가기엔

내 안의 두려움과 자기불신이 너무나 컸지만,

그런 나에게

인생은 경험으로 답을 주고 있었다.



돌아보면

이 여정의 중심에는

한결같은 그것.

내면의 목소리가 있었다.



내면의 목소리는

참으로 끈질기게 한결같은 말을 했다.

하지만 두려움, 불안, 자기 불신이

오랫동안 그 말을 덮어왔고...



하지만 내면의 목소리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내게 신호를 보냈고

다시 나를 이 길로 들어서게 했다.



이제 나는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길 위에 나는 더 이상

무의미와 공허로 괴로워하지 않고,

조금씩, 그리고 분명하게

나를 회복하고 있다.



항상 시작이 어려운 나이지만

그럼에도 시작해 보는 기록이다.

'퇴사하고 상담심리 공부 중입니다'라는 이름 아래,

내 마음의 전환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