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의 퇴사

by 포근

매년 7월,

이맘때가 되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7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누가 어떤 자리에 가고 또 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어수선했던 그때.



나는,

내 자리에 올 사람을 위해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정기인사 발표가 있던 당일.

새로운 인사에 모두가 분주하고 정신없던 그날.

내가 빠진 자리엔 누군가가 오게 되었고,

퇴사가 예정되어 있던 나는

조용히 자리를 정리했다.



언제든 내 자리는 누군가로 대체될 거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내가 빠지고도 아무 일 없이 돌아갈 내일을 생각하니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서둘러 책상을 정리하며

퇴근하듯 퇴사했다.



그날은 나의 마지막 근무날이었다.



퇴사한 그해 여름은

유난히도 하늘이 맑았다.

유독 그 해 여름의 하늘을 기억하는 것은

내 마음과 너무도 달랐기 때문일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저 멍하니 본 하늘은

유난히도 맑고 쾌청했다.



그해,

회사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진 나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사람처럼

부끄럽고 초라했는데...

유난히도 쾌청한 하늘은

그런 나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퇴근하듯 퇴사한 그해가 2022년.

그 이후 벌써 세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지만,

7월 이맘때가 되면

간혹 그때의 분위기가 생각나

가끔 울적해지곤 한다.



이런 날이면

정말로...

내가 원해서 퇴사한 걸까?

다시 나에게 묻곤 한다.



직장은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그때의 선택은 정당했다고 말하지만,

결함 있고 나약해서

끝까지 버티지 못했던 건 아니었을까..

중간에 도망치듯 포기한 내가 싫어

선택이라는 단어를

퇴사에 붙인 건 아닐까..



공부가 힘들 때..

가끔 그때 퇴사하지 않았다면...

적당히 현실에 만족하고 살았다면...

이렇게 고생하진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아마 지금 직장에 다니고 있다 해도

난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건...

터널 저 끝에 뭐가 있냐는 것이니깐.



직장생활의 끝과

지금 나의 선택의 끝에는

다른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이렇게

책상에 앉아 책을 펼치는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