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퇴사할 때 남의 시선 신경 안 썼겠니?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은 당연히 예상했고, 중도하차한 패배자 혹은 나만 아는 이기주의자라는 말을 들을 각오도 했었지. 정말 그렇게 말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따뜻해서인지 더 많은 분들이 나의 앞길을 응원하고 축복해 주시더라.
게다가 의외의 사람들에게서도 응원을 많이 받았어. 그들은 자신도 나와 같은 생각인데 용기가 없어 퇴사하지 못한다 말했지. 가장 놀라웠던 건 그들 대부분이 조직에서 인정받고 성격 좋은 일잘러라는 거. 고민하나 없을 것 같던 그들도 저마다의 가면을 쓰고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더라고.
너와 나, 우린 스스로를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는 '조직부적응자'라고 생각했지. 다들 너무나 잘 살고 있는데, 우리만 힘들어하고 적응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으니깐. 하지만 그게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었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랑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퇴사도 고려하고 있었더라고. 특히 부러워하던 그 일잘러도 우리와 같았어. 그러니 너 혼자라고 외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 한 가지 염려되는 건, 너 자신을 '조직부적응자'라 나무라며 심하게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린 어릴 적부터 경쟁과 평가에 익숙해서 그것에 굉장히 민감하지. 경쟁과 평가에 낙오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고 노오력 부족한 스스로를 탓하는 것에 익숙했어.
하지만, 경쟁과 평가에서 낙오되었다고 너 자체가 뒤떨어지고 후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건 어떤 좁고 특정한 분야에서의 경쟁과 평가이고 그게 너 전체를 평가할 수 없잖아. 특히나 너만큼 너를 잘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니. 너의 단면만 보고 평가하는 그 사람들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평가가 너의 모든 것을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조직이나 사회에 조금 적응하지 못하면 어떠니. 완벽하게 조직과 한 몸이 되어 적응하는 사람이 어딨겠어.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아주 극소수 아닐까. 그런 극소수의 사례를 보고 우리는 스스로 너무 과장되게 우리를 나쁘게 평가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들이 들이대는 잣대와 시선에 너무 주눅 들지 말자. 그리고, 기억해. 인생은 경쟁과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성취하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걸. 더 중요한 건 네가 '어떻게' 존재하냐이고, 그것에 대한 답은 사랑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네가 많은 걸 성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퇴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금 당장'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지금 당장'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퇴사하고도 행복할 수 없어. 네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너를 사랑하고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만약, 선택이 어렵다면 그 선택이 두려움이나 이기심에서 나온 건지 너에 대한 사랑에서 나온 건지 생각해 보면 선택이 조금 쉬워질 거야.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선택은 너를 밝음으로 이끌어줄 거야. 용기를 줄 거고 믿음을 줄 거야.
이젠 마무리해야 할 거 같아. 두서없는 나의 편지가 너에게 작은 영감을 주고 사소한 계기를 마련한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 언제나 너를 응원해. 외로워하지 말길. 사랑한다 친구야. 또 만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