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그래도 괜찮겠냐고. 그 선택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데, 정말이냐고.
그래도 대답은 한결같았어. 하지만, 진짜 힘들었어. 지금 가진 정기적인 봉급과 타이틀을 놓아버린단 생각만 해도 공포 그 자체였거든. 하지만 더 두려운 건 모른 척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을 때였어. 이번엔 정말로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을까. 두려움 때문에 다시 예전과 같은 결정을 내리고 예전 삶을 반복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어. 다시는 그걸 겪고 싶지 않았지.
하지만 내 마음이 그렇다 해도 가족을 무시할 순 없었어. 일을 그만두는 건 남편과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었으니깐. 처음에 내 마음을 안 가족은 무척 당황했어. 하지만, 서서히 나의 진심을 이해해 주었고 내 뜻대로 하길 허락해 주었어. 남편의 이해가 가장 큰 힘이 되었어.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었지.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난 그렇게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결심을 더 굳혀나갔어.
그리고, 퇴사 후 삶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시작했어.
퇴사 후 진로가 정해진 건 없었어. 그래서 더 미뤄야 하나 그것도 고민했는데, 준비가 된 다음에 퇴사하는 것도 좋지만 방향만 정해져 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어.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거든. 그 시간에 집중적으로 나만의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너무 간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