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지쳐있던 내 모습을 알아차리고 자기 인식을 시작하면서, 부족한 내 모습도 담담히 받아들이기 시작했어.
그렇게 하다 보니 어색했던 나와 조금씩 친해지고 신뢰가 쌓이고 믿음이 생기더라. 내가 무슨 일을 하든 나는 나를 받아들이고 믿어줄 거라는 신뢰감이 생겼어.
그 신뢰감은 따뜻하고 자애로워서 긴장되고 분노로 가득 찬 마음도 금세 누그러졌지. 그 많던 분노도 덕분에 사라졌어.
그런 거 있잖아. 어릴 적 할머니는 내가 천방지축 날뛰며 무엇을 해도 예뻐해 주셨거든. 아무리 화가 나 씩씩거려도 할머니 곁에만 있으면 스르르 잠이 들어 버렸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손녀를 바라보는 자애롭고 따스한 할머니의 눈빛처럼 변했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차갑게 굳어있던 마음이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나에게 좀 더 좋은 걸 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
고민했어. 원하는 삶과 현실의 차이를 줄이려면 내가 할 수 있는 뭘까하하고.
하루 대부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이대로 하루하루를 후회 없이 만족하며 보낼 수 있을까 하고. 이대로 정년퇴직해도 후회하지 않을까 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건 뭘까하고. 어떤 것이 나를 충족시킬까 하고. 고민과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