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말이지만, 이제껏 모든 힘듦의 원인은 내가 공무원이 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내가 공무원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니었어. 오히려 공무원이 되었기에 많은 걸 누렸는데... 감사해야 할 일이지.
진짜 문제는 내가 살고 싶은 삶과 실제 삶 간의 갭이 너무 크다는 거였어. 거기서 1차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 차이를 줄일 생각은 못하고 버티고 참는 걸로 얼렁뚱땅 넘어간 것. 거기서 2차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거지.
난 내가 가진 다양한 가능성을 시험해 보고 싶었어. 이왕이면 흥미 있는 일을 하면서 말이지. 그렇지만 조직은 그러기에 딱딱했고 내게 자율성이 없었어. 그리고, 조직에선 (당연한 말이지만) 업무가 우선이야. 근데 그게 어떤 지점에선 상처가 되더라고.
물론 돈 받고 하는 일이니 일정 부분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생각해. 하지만 난 너무 무지했고, 불평하고 참는 방법 밖엔 몰랐지. 영리하게 어떻게 하면 이 차이를 줄일 수 있을까 적극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바쁘고 귀찮다는 핑계로 의도적으로 차이를 줄이지 않으려 한 것 같아. 무의식은 알고 있어. 그렇게 무언가를 시도해 간다면 필히 변화할 테니까. 변화는 에고가 제일 싫어하기에 두려움으로 변화를 막으려 하거든. 그런데 내 안에서도 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두려움이 올라온 거라 생각해. 그래서, 두려움은 변하고 싶다는 내면의 신호야.
변하기 위해선 두려움을 뛰어넘어야 하고, 이 두려움을 뛰어넘기 위해선 자기 인식이 필요하다 생각해. 에고가 들려주는 외부의 위험에 귀 기울이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거지. 개인적으로도 시선이 안으로 돌아서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어. 예전에 중요하던 것이 순식간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되기도 했고.
자기 인식은 그래서 중요한 것 같아. 관점을 변화시키거든.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 나만의 기준이 세워지게 되고 그것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하게 하니깐. 두려움에 굴복한다는 건 아직 자기 인식이 부족해서야.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은 두려움에 쉽게 굴복하지 않아. 두렵지만 자신의 것을 지키고 싶어 하지. 이루고 싶어 하고.
그동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이유는 자기 인식이 안 되었다는 것. 나도 나를 잘 몰랐다는 것. 그게 근본적인 문제, 진짜 문제였어.
넌 어떠니? 넌 너를 얼마나 알고 있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