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때부터야. 터닝포인트가 된 지점.
온몸으로 뭔가 잘못됐단 걸 깨닫고, 막다른 골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어.
누워만 있던 난 일단 밖으로 나갔지. 내 몸은 굉장히 약해져 있어서 800미터 정도 되는 둘레의 공원도 한 바퀴 걷기 힘들 정도였어.
내가 너무 한심하기도 했지만 불쌍하기도 했어. 불쌍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 근데 그게 변화의 시작이었어. 무능한 나를 한심하게 여기고 미워하고 비난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측은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
남과 비교하느라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니 그때부터 내가 보였어. 무너져서 약해질 대로 약해진 모습이. 그 약한 모습을 내가 보듬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래선지 많이 피폐해 있었지. 정말 가엽고 측은했어.
내게 건강한 몸과 마음을 주고 싶었어. 운동이랑 명상이 하고 싶어 졌고 그렇게 했어.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간절함 덕분일까. 몸과 마음은 조금씩 회복됐고, 나는 다시 일이 하고 싶어졌어. 그때 처음 알았어. 무기력한 줄만 알았던 내게도 뭔가 하고 싶은 열정이 있었구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
공직자는 휴직 후 복직이 보장되어 있잖아. 그것 또한 감사하더라구. 일하고 싶을 때 일할 자리가 있다니. 예전엔 복직이 너무 싫었는데. 일이 하고 싶은 내게 공직자라는 이유로 일할 기회를 준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했어. 그때야 비로소 내가 누렸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지. 머리로는 알았지만 가슴으로 느끼지 못한 감사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어. 그런데 그렇게 모르고 지나쳤던 게 너무나 많더라고.
복직을 했을 때도 예전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만족하며 지냈어. 마음이 바뀌니 같은 상황도 달리 느껴지더라. 그렇게 싫어하던 민원대 업무도 감사했어. 아파서 쉬다 나온 나에겐 그 일도 벅찬 일이라 생각했으니깐. 하기 싫던 일도 할만한 일이 되었어. 물론 좋은 동료들을 만난 덕분도 있었고.
그래. 이젠 문제없다 생각했어. 이대로 마음만 잘 잡고 지낸다면 아무 탈 없이 잘 흘러서 정년퇴직까지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 이대로 좋다고 생각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