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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스마일 Jul 03. 2023

나야, 미안해

그렇게 내 안에 온갖 분노를 꽁꽁 싸매고 살던 어느 날. 내게도 기쁜 소식이 왔어.



임신.



이미 내겐 아이들이 있었지만, 난 아이를 더 갖고 싶었어. 아이가 좋았고, 덤으로 휴직도 할 수 있었으니깐. 참 욕심 많고 철없는 생각이어선지 아이는 얼마지 않아 금방 하늘나라로 갔어.



한순간에 무너졌지. 원하던 일이 제대로 안 되기도 했지만, 내가 불경한 마음을 먹어서 아이가 잘못된 건 아닌가 죄책감이 들었어. 아이를 잠깐이나마 내 어려움의 도피 수단으로 여겨서 벌을 받은 거라고 생각했어. 엄마로서 자격이 없으니 하늘도 아이를 허락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어.



지금 생각해도 하늘로 가게 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야.



그땐 그 마음이 엄청나게 크고 무거웠어. 감당하기 힘들었지.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어 휴직을 신청하고 쉬게 되었는데, 하나도 즐겁지 않더라. 그렇게 꿈에서 그리던 일. 사무실을 나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되었는데도. 사무실만 안 나가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았는데... 문제의 본질은 사무실을 가냐 안 가냐가 아니었던 거였어.



아래로 아래로 침잠해 가면서 느꼈지.



'이거 뭔가 잘못됐는데...'



그제야 인지를 하게 된거야. 인생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내게 신호를 주고 있었어. 하지만, 나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시하면서 앞으로만 달리기만 했어. 막다른 벽에 쾅 세게 부딪히고 크게 다치고 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린 거야.



그 순간. 내 인생 처음으로 내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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