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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빽티스트 Aug 08. 2016

기적은 한 줄로 부터...

Good? Bad?

"찬 거 먹지 말아요."


다정함이 물씬 풍겨 나오는 그녀의 말투. 행복했다. 가뜩이나 사랑스러운 외모에 천사 같은 성품까지 갖추고 있다니 이런 여인이 지금 내 애인이라는 사실에 난 세상의 반을 얻은 듯한 착각을 느낀다.


"조심해요! 오늘도 화이팅 하세요!"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새벽에 눈을 떠 핸드폰을 안을 들여다 보면 그녀는 매일 나보다 한 발 앞서 일어나 메세지를 남겨 둔다. 난 그런 그녀의 문자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세상에 둘 도 없는 여자야. 이런 여자를 놓친다면 난 병신이다.'


그렇게 결심한 내가 그녀에게 할 수 있는 행동이라곤 한 가지 뿐이었다. 프로포즈를 하는 것. 내 변변치 못한 사정에 여유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는 빡빡한 생활이지만 그녀와 함께 산다면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들은 사랑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왜? 그녀는 천사이기 때문에 내 삶을 구원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 날짜가 잡히고 결혼식 초청을 위해 친한 친구들을 불러 모아 청첩장을 돌렸다. 그들은 하나 같이 어떻게 그런 예쁘고 마음씨 고운 여자를 아내로 맞았냐며 부러움을 가득 담아 내게 묻는다.


하지만 유독 한 친구만이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대학시절 동기이자 성적 장학금을 두고 사투를 벌이던 라이벌이기도 한 친구였다. 그 친구는 결혼에서 만큼은 나보다 앞섰다. 나보다 2년이나 빨리 가정을 이루고 이미 결혼 2년차에 접어든 선배이기 때문이었다.


"천사? 음... 세상에 과연 천사가 있을까?"


청첩장을 건네 받고 유심히 안을 들여다 보던 그 친구가 혼잣말로 말했다.


"뭐? 무슨 뜻이야?"


난 친구의 의문스러운 말투에 바로 물었지만 녀석은 답 대신 술 잔을 들어 내게 건넸다.


"이래서 인생은 경험이다."


결혼에 있어 선배인 녀석의 말. 녀석의 말이 걸렸지만 난 그와 관계 없이 예정된 날짜에  식을 올렸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이 함께 했고 내 예상대로 아주 행복하고 단란한 신혼 생활이 시작 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문제가 찾아 왔다. 문제가 찾아 왔다고 했는데 글쎄 무엇이 문제일까?

친구는 분명 내게 말했었다. 세상에 과연 천사가 있을까라고... 내 와이프는 분명히 천사다. 여전히 그녀는 내게 다정다감하고 나를 우러러 본다. 변함 없이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준다.


"여보 불 꺼놓고 핸드폰 쳐다 보지 말아요. 시력이 많이 상해요."


잠에 들기 전 폰 화면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녀는 내게 말한다. 내 건강을 생각해서 말 이다.


"여보 너무 급하게 먹지 말아요. 입에서 꼭 꼭 씹어서 충분히 소화 촉진제가 활성화 되었을 때 넘겨야 속이 편해요."


그녀는 내  잘못된 습관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지적한다.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내 건강 뿐만 아니라 내 일거 수 일 투족 염려가 되나 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터 난 그런 그녀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여보...여보! 여보?"


거리를 두지 않고 사방에서 날아오는 나를 부르는 소리. 이제는 그 다정했던 여보라는 말투만 들어도 

순간적으로 폭발할 것 같은 내 모습이 겁난다.


"여보!"


"아 젠장 좀 그만 좀 부를 수 없냐?"


결국 폭발했다. 그녀는 넥타이를 들고 서 있었고 출근을 하기 위해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문을 열려던 찰나 였다. 


"여...보 그게 당신 넥타이를 ..."


"진짜 지긋지긋하다. 너란 여자."


난 얼굴이 새 빨갛게 달아 오른 채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넥타이를 빠르게 가로 채며 밖으로 나왔다.

미칠 것 같다. 이제는 노이로제가 올 것 같다.아니 이미 왔다. 그녀로 부터 건네 받은 넥타이를 바닥에 힘 껏 내리친다. 그리고 구두 굽으로 미친듯이 그 것을 짓 밟으며 미친 사람 처럼 소리쳤다.


"제발 그만 해! 시발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왜 자꾸 지랄 이야!!!"


흥분을 이기지 못한 나는 넥타이 천이 걸레 조각이 될 때 까지 그 것을 짓 밟았다.


퇴근 후 결혼 전 내게 의문의 메세지를 남긴 친구를 만났다. 그리고 그로 부터 굉장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나 이혼 소송 중이야. 도저히 못 살겠다."


그의 한 마디가 나를 3년 전 으로 데리고 간다. 그 때는 아마도 그 친구가 청첩장을 돌리던 때 였다. 친구들의 축하. 그리고 그의 끝없는 아내 될 사람에 대한 자랑.


"야 진짜 난 세상에 둘도 없는 행운아야. 아 글쎄. 내 와이프 얼굴도 돼. 몸매 도 돼. 게다가 집안 까지 완전 빵빵해. 야 진짜 니들 한테는 미안한데. 나 결혼하면 이제 니들과 자주 못 어울릴 것 같다. 노는 물이 달라 질 것 같아서 말 야."


그 환하게 웃으며 어깨에 힘 빡 주고 있던 친구의 모습. 그리고 헬쓱해진 모습으로 양쪽 어깨가 축 쳐진 채 내게 이혼을 알리고 있는 현재 친구의 모습. 난 그런 친구의 잔에 술 한 잔을 건네며 말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부잣집 외동딸과 결혼 했던 친구. 아내를 통해 상류 층 사회에 진입했다며 히히덕 거리던 친구의 문제.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아내를 얻어 행복할 것이라 믿었던 나의 문제.


과연 무엇이 문제 인 걸까? 우리는 우리가 이십대 초반 부터 떠들던 서로의 이상형에 가까운 여자를 아내로 맞이 했는데도 말 이다. 남들이 들으면 백 이면 백 말할 것이다.


"아주 배가 불렀지."


술에 진탕 취해 비틀 거리며 집을 향해 일자로 뻗어 있는 골목길을 걷는다. 어린 시절부터 늘 걸어 왔던 길이기에 눈 감고도 집 앞까지 찾아 갈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곳이다. 그리고 그 익숙한 골목을 걸어 집 앞에 도달해 현관문을 열면 내 와이프가 문 앞까지 나를 마중 나와 환하게 웃으며 외칠 것이다.


"여보!!!"


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과연 예전처럼 환하게 웃으며 뽀뽀로 화답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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