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_ 17 : 리스트뱐카, 훑어보기
20170206, 노천 어시장, 점심식사, 마을 산책 등
Листвянка는 한글로 어떻게 써야할 지 확실히 감이 잡히지를 않는다. 공식적인 한글 표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기하는 경우가 참 많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이 정한 러시아어 표기법에 따르면 '리스트뱐카'가 제일 정확한 표기인 것 같은데, 대중적으로는 '리스트비앙카'가 더 많이 쓰이고 종종 '리스트비안카'라는 표기도 볼 수 있다. 그런데 ㅑ가 ㅣ+ㅏ임을 생각하면 발음상으로는 결국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들지만, 검색을 할 때는 불편함이 다소 커서 여행 정보를 찾는데 귀찮음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리스트뱐카(리스트비앙카)의 구조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바이칼 호수를 따라서 일자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걷는 길이 중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텔로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갔던 길을 무조건 되돌아가야 하는 구조라는 의미이다. 거기에 건물도 한쪽면에만 일렬로 배치되어 있는 데다 간격도 넓으니 어디를 가려고 하든지 많이 걸어야만 해서 상당히 비효율적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그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은 도심을 바라보는 시각을 대입했을 때 그런 것이다. 휴양지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괜찮은 모습이다. 우선 한쪽면에만 건물이 있고 호수 쪽에는 건물 등 배치된 것들이 많이 없으므로 장대한 바이칼 호(湖)를 어디서든지 쉽게 눈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땅을 넓게 쓰다보니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고 시선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같은 길이라도 보는 방향에 따라서 그 모습이 상당히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므로, 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 오더라도 그렇게 지겹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호텔에 체크인하고 짐을 내려놓자마자 나섰는데, 점심식사도 해결할 겸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우선 시장으로 향했는데, 시장에서 먹을 것들을 팔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가장 가까운 관광명소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수기인 겨울이라서 그런지 시장은 역시 한산한 편이었다. 반 가까이는 영업 자체를 하지 않았으며, 손님도 그다지 많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도 바이칼의 대표 생선이라 할 수 있는 오물 등을 훈제해서 파는 곳이나 각종 기념품 및 수공예품을 파는 곳 등 있을만한 것들은 다 있었기에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계속 이어서 시장을 둘러보러 했으나 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음식점들의 냄새에 이끌려 식사부터 하기로 하였다. 여러 곳이 있었지만 ольга라고 되어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대단한 음식들을 파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보였다.
가게 입구에는 샤슬릭을 굽는 화덕이 있었고, 커다란 무쇠솥에서는 볶음밥(필라프)을 계속 볶고 있었다. 내부는 생각보다 단출했는데, 낡은 것도 있지만 아주 살짝 끈적이는 테이블과 균형이 미묘하게 안 맞는 의자는 정겹다면 정겹고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수준이다. 물론 고급 레스토랑을 바라고 들어간 것도 아니고, 허름한 시장의 음식점이니 이해는 한다. 카운터에 간단한 메뉴판이 있었는데, 영어 표기가 되어 있기는 했지만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의 수준이었다. 러시아어를 음차한 듯한 경우가 많아서 정확히 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 다양한 음료나 간식 등도 팔고 있었으며, 계산은 선불이었다.
적당히 수프 하나와 볶음밥(필라프)과 샤슬릭을 시켰는데, 가격이 전부 저렴해서 부담이 없었다. 대신 양도 조금 적은 듯하게 나왔는데, 오히려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은 느낌이다. 샤슬릭은 알맞은 질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양념이 괜찮았고, 마음 같아서는 왕창 시켜서 먹고 싶을 정도였지만, 소스는 미묘해서 잘 안 찍어 먹었다. 필라프도 간이 적절하면서 맛있는 편이었지만, 수프는 처음 경험해보는 맛이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나쁘지는 않았는데, 사워 크림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음식이 꽤 만족스러웠지만 양이 부족했기에 더 주문하여 먹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입구 쪽에 있는 가게(Теремок)가 제일 나은 편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이 정도로도 괜찮은 느낌이다. 음식 종류가 적은 듯 하기는 했지만 맛있었고, 싸게 잘 해결할 수 있었으니 만족스러웠다. 다음에 리스트뱐카(리스트비앙카)로 간다면 비교해보고 싶지만 다시 갈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서 시장을 제대로 둘러보았다. Fish Market(어시장)이라고 주로 불리지만 생선만 파는 것은 아니고 기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들도 팔고 있었다. 생선의 경우 날것은 안 팔고 훈제 등으로 익힌 것만 팔았다. 바싹 마를 정도로 훈제하기보다는 촉촉함이 남을 정도로 훈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서 먹기는 오히려 편했지만 장기 보존성은 많이 떨어질 것 같다. 그리고 기념품의 경우에는 눈길을 끄는 것들이 몇 개 있기는 했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별로 없었다. 성수기에는 좀 더 괜찮은 것들이 들어오는 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은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시장을 다 둘러 본 다음에는 마을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사실 그렇게 볼 것이 없었는데, 사람도 별로 다니지 않았고 관광상품을 중개해주는 곳이나 기념품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생각보다 겨울의 바이칼은 그 매력에 비해 수요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음식점이나 일반 상점들은 대부분 영업을 하고 있어 불편함은 없었다.
이어서 마을 안쪽을 향해 산책을 했는데, 바이칼이 안 보이는 쪽까지 들어오니 관광지라기보다는 시골마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특이한 점이라면 울타리가 높게 쳐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건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생선을 훈제하는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커다란 스모커에 생선들을 정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근처를 지나갈 때는 훈연할 때의 냄새가 심하게 났는데, 계속 있었다가는 내가 저온훈연이 될 것 같았다. 아마 이런 데서 훈연을 한 뒤 시장 등으로 나가는 듯 하다.
러시아에서는 자유롭게 다니는 개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리스트뱐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도중 정차역에 잠시 내릴 때도 개들이 태평하게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개들은 사람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하게 걸어다녔다. 만약 한국에서 그런 모습을 봤다면 불편했겠지만 러시아에서는 그러지 않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개의 태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풀어져서 멋대로 산책하는 개들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가끔씩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냥 길을 지나갈 뿐인데도 개가 있으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개들은 다가가도 경계를 전혀 하지 않고 사람에게 관심을 주지 않아서 불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태도의 차이는 그 개들에게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대했냐에 따라 정해졌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완전히 깊숙히도 갈 수는 있었지만 길이 상당히 가파르고 눈이 덜 치워진 상태였기 때문에 되돌아가기로 하였다.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갈 수도 있었지만, 건물 사이에 밑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길래 가보았는데, 바이칼 호수와 바로 연결되는 길이었다. 내려온 김에 호수를 통해 되돌아가고자 하였는데, 겨울이라 호수가 얼었기에 갈 수 있는 길인지, 아니면 여름에도 호숫가를 따라서 갈 수 있는 길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다만 길처럼 나있던 곳의 밑이 두꺼운 얼음으로 보였기 때문에 아마 호수 위를 걸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마을 산책에 이어 바이칼 호를 구경하게 되었다.
마을도 예뻤지만 바이칼도 상당히 아름다웠다.
설명에 ⓒ가 붙어있는 사진과 타이틀만 직접 찍은 것입니다.
출처 1 : ⓒ OpenStreetMap contributors. https://www.openstreetmap.org/copyright 참조. 편집은 직접 했음.
출처 2 : "Siberia 037" by Stefan Krasowski, used under CC BY 2.0 / Cropped and color changed from original (https://flic.kr/p/afC3V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