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도 쌀밥에 뜨끈한 국물은 먹을 수 있도록

[맛집을 찾아서] 청년밥상문간 이화여자대학교점

by 챠크렐

10여년 전 대학생 시절, 다니던 대학교 학생식당의 주요 메뉴 가격은 보통 2200~3000원 사이였다. 때로 1800원~2000원까지 내려가거나, 일부 특식의 경우 350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보통은 3000원을 넘지는 않았다. 일반적으로 볶음밥, 덮밥 등 일품코너가 2200~2500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돈가스 등 양식코너는 2500~2800원, 그리고 뚝배기코너가 3000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쌌지만 당시에는 그 돈마저도 아끼려고 1000원짜리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물론 그래봤자 술값 등으로 몇만원이 나가곤 했으니 별 의미는 없었지만).


그런데 최근에 이 학생식당의 가격을 확인해 보니 하나같이 2배 넘게 뛰었다. 일품코너가 4500~5000원으로 그나마 쌌지만 예전보다 2배가 올랐다. 양식코너는 6000~6500원이었고, 가장 비싼 뚝배기코너는 무려 7000원이었다(심지어 이곳은 외부 프랜차이즈 업체에게 외주를 맡겨 놨다). 분식코너로 시선을 돌려도 라면이 3800원이고 밥까지 말아 먹으려면 거의 5000원에 이른다. 물론 기본이 1만원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서울 식당 물가를 생각하면 나름 착한(?) 가격이지만 그래도 학생식당인데...


올해 어쩌다가 모교에 갈 일이 있어 학생식당을 가 봤는데 가격이 올랐다고 퀄리티 차이가 그때랑 크게 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학생식당 물가가 2배 넘게 뛰었다는 소리다. 이 기간 전반적인 물가가 많이 뛴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2배까지 뛰지는 않았다(AI한테 물어보니 약 30% 올랐다고 한다. 외식 물가는 50%). 학생식당 가격도 비싸고 커피값, 술값 등도 만만찮으니 전반적인 생활비 부담은 오죽할까. 요즘 대학생들 참 먹고 살기 힘들겠다 싶었다.


앞으로 이러한 터무니없는 고물가가 계속될 텐데, 그럴수록 한 끼를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은 더욱 소중해진다. 이번에 소개할 식당이 바로 그런 식당이다. 2017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3000원에 김치찌개를 팔아 온 '청년밥상문간'이다. 입소문을 많이 타기도 했고, TV와 신문 등에 여러 번 소개돼서 워낙 유명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소개하고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2.jpg 3000원짜리 김치찌개에, 1000원 어치 라면사리가 넣어져 나왔다.

거두절미하고 김치찌개부터 소개해 본다. 3000원짜리 김치찌개에 라면사리(1000원)를 추가했다. 김치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고기와 두부 등 있을 거 다 있다. 여기에 기본으로 밥과 반찬(콩나물무침)이 제공된다. 한 명이 먹기에 부족함이 없는 양이다. 밥과 반찬은 무한리필이라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는 점도 메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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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가 펄펄 끓고 그 사이 라면도 빠르게 익어간다. 라면을 마저 익히면서 접시에 끓어오르는 김치국물과 김치, 고기, 두부 등을 고루 담아 본다. 김치찌개 맛은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맛. 매콤함과 새콤함이 국물에 우러나 잘 끓인 찌개 맛이 난다. 국물을 낼 때 육수를 쓰는 건가? 싶었다. 찌개가 배인 두부도 한 입 베어물고,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돼지고기도 같이 먹어본다. 그렇게 정신없이 먹는 동안 라면도 적당히 익었다. 역시 김치찌개에는 라면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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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보면 국물이 생각보다는 빨리 졸아든다. 주방 카운터로 가서 국물을 달라고 하면 바로 따뜻한 국물을 그릇에 담아 준다. 노란빛이 도는 걸 보니 예상대로 육수를 쓰는 모양이다. 육수를 적당히 부어 다시 한소끔 끓이고 건더기를 마저 건져 먹는다. 그렇게 5000원도 안 되는 금액에 한 끼를 배불리 해결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 모르게 이득을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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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이라는 가격은 지금은 물론이고 2017년 개업 당시에도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당시에도 서울에서 점심 한 끼를 먹으려면 최소 8000원 이상은 생각해야 했다. 이 때는 그나마 학생식당 가격이 지금만큼 비싸지는 않았을 것이지만, 그래도 지갑 얇은 대학생들에게는 매 끼 거의 1만원이 나간다는 게 상당한 부담인 게 사실이다. 바로 이런 청년들을 염두에 두고 청년밥상문간이 문을 열었다. 본점이 있는 정릉을 비롯해 이대앞, 대학로, 낙성대역 인근 등에 가게가 있는데 모두 근처에 대학교가 있거나 청년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이날 내가 간 이대점도 혼자 끼니를 해결하러 온 청년들이 가장 많았다. 이를 염두에 둬서인지 가게 전체에 2인용 식탁이 쫙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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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밥상문간은 천주교 수도회에서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걱정 없이 밥 한 끼를 먹었으면 하는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의 생각으로부터 시작됐다. 천주교를 뿌리로 뒀음에도 불구하고 가게에는 십자가 등 종교적 색채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다만 가게 한켠에 이곳을 찾은 손님들이 붙인 수많은 포스트잇과 청년문간의 설립 취지를 알리는 팸플릿이 마련돼 있었다. 종교 같은 거에 부담을 가지지 말고 그냥 부담 없이 누구나 들어와서 밥을 먹으라는 듯 말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든지 지금 힘들더라도, 돈이 없더라도 밥만큼은 양껏 먹었으면 좋겠다. 따끈한 흰쌀밥에 뜨끈한 국물이 갖춰진, 그래도 따뜻함이 느껴지는 한 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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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저렴한 가격에 팔다 보니, 팔면 팔수록 손해인 구조라고 한다. 원가만 3000원이 넘어가는데 판매가가 3000원이니 약 2000원의 마이너스가 발생한다. 이러다 보니 지점마다 월 평균 800만원 정도 적자가 난다고 한다. 정상적인 가게였다면 운영이 어렵겠지만 다행히도 여러 매스컴에 소개되는 등 입소문을 타 꾸준한 후원이 이뤄지고 있는 모양인지, 올해도 안산 등으로 지점을 확대했다.


하지만 전적으로 후원에 의존하는 수준이다 보니 운영 사정이 늘 녹록지는 않은 모양이다. 가격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순간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위배되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최근에는 곱창전골 밀키트(7900원)을 만들어 일부 지점에서 판매한다고 하는데 수익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 아닐까 싶다. 이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좋은 취지가 알려지는 것이 절실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후원 링크를 공유한다. 금전 후원도 가능하고, 김치찌개에 필요한 재료 후원도 가능하다고 한다. 나도 말이 나온 김에 소액이나마 후원해 본다.


6.jpg 백종원이 진행했던 '백패커'에도 소개됐다. 취지에 감명을 받아 더본코리아에서 빽햄을 기부했다. 지금 백종원과 빽햄의 이미지는 추락했지만 이곳은 그래도 의리(?)를 지켜주는.


상호명: 청년문간밥상


주요 메뉴: 김치찌개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39 지하 1층(이대점). 이외 정릉, 대학로, 낙성대, 안산에도 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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