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해 주셨던 닭도리탕의 맛이 떠올랐다

[맛집을 찾아서] 홍대입구역 인근 최사장네닭

by 챠크렐

2025년 9월 8일에 브런치 매거진에 썼던 글을 일부 가공해 브런치북에 다시 올렸습니다.


나는 닭을 좋아한다. 닭요리 중에서도 특별히 닭도리탕을 좋아한다. 예전에 어머니가 종종 닭도리탕을 해 주셨고 나는 그 닭도리탕을 환장하도록 좋아했다. 밥이 잘 어울리는 매콤한 국물에 삶은 닭과 감자, 양파 등이 어우러졌으니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다. 특히 닭이 진하게 밴 매콤한 국물에 약간의 닭 살코기를 버무려, 밥과 함께 한 숟갈 푹 떠 먹으면 그만한 진수성찬이 없었다. 한창 많이 먹을 때는 어머니가 닭도리탕만 하면 밥 두 공기는 기본으로 먹었다.


다만 닭도리탕을 식당에서 혼자 먹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닭도리탕 전문점들은 전골로 끓여 나오는 게 기본이라 최소 2인 이상의 손님만 받는다. 게다가 술집도 겸하고 있어 더더욱 혼밥은 눈치보인다. 그렇다고 혼자 해 먹기는 은근히 귀찮은 데다가 어쩌다 직접 해 보면 묘하게 닭이랑 국물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다. 배달시켜 먹거나, 아니면 백반 형태로 닭도리탕을 제공하는 몇 안 되는 식당을 찾아가거나. 하지만 사실 배달은 배달 전문 식당을 잘 믿지 못해 치킨 등 몇몇 메뉴 외에는 잘 안 시키는 편이다.


그러다가 운 좋게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닭도리탕이 백반 형태로 나오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이후 닭도리탕이 생각나는데 직접 해 먹기 귀찮고 힘들 때는 이곳을 가끔 찾는다.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최사장네닭'이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가게 안에는 연예인 사인이 쭉 붙어 있어 맛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의선 홍대입구역 쪽 출구로 조금만 걸어가면 나온다.



식사 메뉴로 닭곰탕과 닭개장, 그리고 닭도리백반을 판다. 자연스럽게 닭도리백반과 소주 한 병을 시킨다. 이날은 토요일 오후 1시 좀 넘어 살짝 애매한 시간에 와서 생각보다 손님이 많지는 않았고, 나처럼 혼자 와서 식사하고 있는 손님들도 좀 있었다. 혼밥하는 손님들의 대부분은 닭도리백반을 먹고 있었다. 반찬 몇 가지와 함께, 혼자 먹을 만큼의 닭도리탕이 스뎅 그릇에 적당히 담겨 나온다. 그야말로 한 그릇 뚝딱 하기 좋은 구성.


먼저 반찬이 나온다. 깍두기와 부추무침, 오징어젓갈이 나온다. 그리고 반찬 중 가장 눈에 띄는 '닭껍질무침'도 반긴다. 오이, 당근, 양파 등 갖은 야채를 쫄깃한 닭껍질과 함께 매콤달콤한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렸다.


'최사장네닭'에서 닭도리백반을 시키면 나오는 밑반찬들.
닭껍질무침은 닭껍질에 당근, 양파, 오이 등을 고춧가루 양념에 새콤하게 버무린 음식이다.


닭껍질무침은 닭도리탕이 나오기 전 딱 입맛을 돋우기 좋은 반찬이다. 닭껍질은 삶거나 끓인 닭의 껍질에서 으레 느낄 수 있는 흐물흐물함보다는 씹는 맛이 있는 쫀득함이 더욱 강하다. 생각보다 식감이 탄탄해서 좀 (좋은 의미로) 놀랐다. 이걸 싱싱한 양파, 당근 등 채소와 같이 먹으면 매콤새콤함이 입안에 감돈다. 딱 침샘을 자극하는 요리이자, 식욕이 올라가는 그야말로 전채에 충실한 반찬이었다. 상큼한 야채와 고춧가루 바탕의 양념 때문인지 닭껍질에서 날 수 있는 닭비린내는 나지 않았다.


그리고 조금 기다리자 나온 닭도리탕. 스뎅 그릇 안 빨간 국물에 푹 젖은 닭고기를 보니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나는 닭도리백반 '특'을 시켰는데 반마리 정도의 닭에 감자와 양파, 당근 등이 조금씩 들어 있다. 마치 국을 연상케 할 정도로 국물 양이 많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점.


한 반마리 정도의 닭에 흥건한 국물이 배어 나온다. 이 흥건한 국물이 매력이다.


내가 이 집 닭도리탕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물이 내 입맛에 정말 잘 맞기 때문이다. 나는 맵고 자극적인 닭도리탕보다는 닭 육수가 잘 우러난 구수함 속에 매콤달콤함이 적당히 우러난 닭도리탕 국물을 선호한다. 이 집의 닭도리탕이 바로 그렇다. 그래, 이 맛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공기밥 위에 국물과 닭고기 조각을 얹어 한 숟갈 크게 떠 먹는다. 닭고기도 잘 삶아져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다. 닭다리와 닭날개는 말할 것도 없고 자칫 퍽퍽할 수 있는 닭가슴살 부위 역시 적당히 담백하니 잘 넘어간다.


살코기를 국물에 푹 담가 적신 후, 이를 밥과 함께 한번에 먹으면 더 맛있다. 별로 맵지도 않으면서 감칠맛이 감돌아 밥 한 그릇을 금세 비우게 된다. 백반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간을 조절한 것일까? 궁금해진다. 어릴 적 으레 먹던 어머니의 닭도리탕과 맛이 비슷해 술술 넘어간다. 집밥 느낌이다.


어머니가 해 주신 닭도리탕이 딱 그런 맛이었다. 별로 맵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적당히 매콤달콤하고, 알맞게 잘 삶아진 닭고기에 국물이 배어들어 술술 넘어가는. 내가 지금까지 닭도리탕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 덕분이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이렇게 맛집을 찾아 먹기도 한다.


이건 '특'으로 시킨 거다. 일반 닭도리백반은 이거보다는 닭 조각 수가 좀 적을듯.


역설적이게도 요즘 들어 어머니가 해 주시는 닭도리탕은 예전보다 맛이 강해졌다. 마늘과 소금을 전보다 많이 넣어 맛이 좀 더 짜고 자극적으로 바뀌었다. 여전히 맛은 있지만 아무래도 예전 스타일의 닭도리탕 생각이 언뜻 나기는 한다. 나이가 들면 미각이 둔해져 간을 짜게 하게 된다고 하는데 시간이 지나 어머니도 조금은 더 나이가 드셨다는 걸 실감한다. 나이에 비해 흰머리도 적고 동안이시지만, 감각이 둔해지고 잔병치레를 호소하시는 등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신호가 보인다. 시간이 흐르긴 흘렀구나, 싶다. 물론 그걸 굳이 티를 내지는 않는다.


아무쪼록 종종 이곳을 찾게 될 것 같다. 특히 예전에 먹어 왔던 닭도리탕이 생각이 불쑥 날 때.




상호명: 최사장네닭


주요 메뉴: 닭도리백반, 닭도리탕, 닭내장탕, 닭곰탕 등


위치: 서울 마포구 연남로 4-1 1층(홍대입구역 3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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