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진함을 최대로 끌어올린 색다른 삼계탕

[맛집을 찾아서] '서울 3대 삼계탕집' 원조호수삼계탕

by 챠크렐

삼계탕은 말 그대로 닭에 인삼을 넣고 펄펄 끓인 탕이다. 영계 한 마리에 인삼과 대추, 찹쌀, 마늘 등 갖은 재료를 넣어 진하게 우러난 국물과 함께 내놓는다. 그렇게 우러난 국물에서는 보통 인삼향이 은은하게 난다. 푹 끓이는 과정에서 빠져나온 닭육수와 함께 인삼과 대추, 마늘 등의 구수함이 잘 어우러져 삼계탕 특유의 맛을 낸다.


닭과 인삼의 조화는 그야말로 삼계탕의 표준이라 할 만한 맛인데, 이를 거스르고도 '서울 3대 삼계탕'집으로 소문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삼계탕집이 있다. 바로 서울 신길동에 있는 '원조호수삼계탕'이다. 이곳의 삼계탕에는 녹두와 들깨가 엄청나게 들어가 일반적인 삼계탕과는 좀 다른 맛이 난다. 개인적으로 이사 가기 전 집 근처에 있어 삼계탕이 생각날 때마다 몇번 가 본 곳인데, 사실 처음 갔을 때는 녹두들깨삼계탕인줄 모르고 그냥 들어갔다가 주문해 나온 삼계탕의 독특한 비주얼에 놀란 기억이 있다.


KakaoTalk_20260426_134651667_02.jpg 다른 삼계탕들과는 달리 국물이 불투명하고 걸쭉하다. 비주얼은 용암을 연상시키며 실제로도 갓 나온 삼계탕은 많이 뜨겁다.

일반적인 삼계탕의 뽀얀 국물과는 달리 걸쭉한 흰 국물 안에 닭이 들어가 있다. 뚝배기에 펄펄 끓여져 나와 흰 용암이 연상된다. 국물은 언뜻 보면 스프나 죽 같기도 한데 실제로 먹어 보면 녹두와 들깨를 잔뜩 갈아넣은 고소한 죽 느낌이 강하게 나서 색다르다. 뚝배기에서 김이 펄펄 나는 가운데 들깨와 녹두의 녹진한 고소함도 같이 올라온다. 그런 만큼 맛 역시 들깨와 녹두의 느낌이 강하다.


마치 스프 같은 국물에 흥건히 젖은 닭을 건져 본다. 이곳의 닭 크기는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영계이니만큼 꽤나 부드러운 편이다. 가끔 삼계탕을 먹다 보면 닭가슴살이 좀 퍽퍽한 경우가 있어서 아쉬울 때가 있는데 이곳의 삼계탕은 닭가슴살도 꽤 부드럽게 넘어가는 편이다. 고소한 국물에 푹 담가져 나온 닭이라서 더욱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닭의 배를 가르자 안에 들어 있던 찹쌀과 인삼, 대추 등도 모습을 드러낸다. 상술했듯 보통 인삼과 대추는 국물에서부터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이곳의 삼계탕은 본격적으로 닭을 해체하기 시작한 뒤에야 인삼과 대추에게 역할이 주어진다. 약간의 인삼을 숟가락으로 잘라 찹쌀과 살코기를 국물에 살짝 적셔 먹어 보니 확실히 삼계탕을 먹는 느낌이 났다. 들깨와 인삼의 조합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KakaoTalk_20260426_134651667_06.jpg 닭이 정말 부드럽다. 국물에 찍어 먹으면 부드러움이 더욱 가미된다.


먹는 내내 국물이 빛을 발했다. 내가 삼계탕을 좋아하는 이유는 닭의 깊은 풍미를 국물에 잘 우러내 진하고 구수한 맛을 내기 때문인데, 이곳의 삼계탕은 들깨와 녹두를 통해 일반적인 삼계탕과 비교하면 약간 이질적인 구수함을 낸다. 그런데 그 이질적인 면이 삼계탕의 맛을 더욱 끌어올리고, 다른 삼계탕에는 없는 복합적인 맛을 낸다. 그래서 계속 숟가락을 쉬지 않고 움직이게 된다. 이곳은 사실 이미 검증된 맛집이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미슐랭'이라는 '블루리본 서베이'에 쭉 수록됐고, 올해 서베이에도 실렸다고 하니...


KakaoTalk_20260426_134651667.jpg 밑반찬으로 나오는 깍두기와 풋고추, 오이, 마늘, 고추장 등. 개인적으로 이 집 고추장이 상당히 맛있다. 고추에 찍어먹으면 안성맞춤.

밑반찬도 꽤 풍성한 편이다. 직접 담근 깍두기도 깍두기였지만 크기에서부터 압도하는 풋고추와 오이가 눈에 띄었다. 깍두기는 꽤나 빨개서 매워 보이지만 막상 먹어 보면 그렇게 맵지는 않고 삼계탕과 잘 어울리는 새콤달콤함이 돋보인다. 풋고추 역시 크기가 꽤 크고 사납게 생겨서 살짝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역시 맵다기보단 개운한 느낌이 강했다. 아삭아삭하게 씹히면서 매콤함이 아주 살짝 올라오는 정도? 같이 나온 고추장이 꽤 매콤달콤한 편이었는데 고추를 찍어먹으니 굉장히 궁합이 좋았다. 좀 느끼하다 싶으면 이들 밑반찬을 먹으면 금세 개운해진다. 오이는...아쉽게도 내가 오이를 못 먹어서 패스. 오이 한 개가 통째로 나와서 오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나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KakaoTalk_20260426_134651667_04.jpg 원조호수삼계탕의 삼계탕 한 상.


그간 내가 브런치에 음식 관련 글을 쓴 것을 쭉 보니 닭요리를 유난히 많이 다뤘었다. 치킨은 물론이고 닭도리탕, 닭한마리, 물닭갈비에 더해 하이난 치킨라이스까지 상세하게 얘기했는데 정작 닭요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삼계탕을 한 번도 다룬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삼계탕이 정말 맛있는 음식이기는 하지만 막상 정말로 삼계탕을 맛있게 하는 식당을 찾기는 은근히 쉽지 않은데, 마침 이런 삼계탕 맛집이 내가 살던 곳 근처에 있어서 가끔 생각날 때마다 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던 것 같다.


다만 계속된 물가 인상으로 가격이 한 그릇에 1만9000원까지 오른 것은 다소 부담되기는 한다. 처음 갔을 때는 1만5000원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 몇 년 물가가 참 많이 올랐다.


KakaoTalk_20260426_134651667_13.jpg 2020년인가 2021년에 처음 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당시에 비하면 4000원이나 올랐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상호명: 원조호수삼계탕


주요 메뉴: 삼계탕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도림로 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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