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비 내리는 뉴욕 거리를 마냥~
우리는 다시 조다리를 건너 뉴저지 N의 집에서 뉴욕 맨해튼으로 온다. 오홋 우체국. 왼쪽 아래 우체통이 파란색이다. 우리는 빨간색인데. 뾰족뾰족 빌딩 속 낮은 건물엔 어김없이 붙어있는 옥외 철제 계단. 뉴욕의 특별 풍경이란다. 프러포즈를 받으러 폴짝폴짝 내려오던 행복한 쥴리아로버츠가 자꾸 생각난다.
멈추시욧!!! 그냥 빨강 불로 모자라 손바닥으로 딱 금하고 있다. 뉴욕의 평일 시내를 구경하는 것은 정말 재미있다. 저 할아버지는 아침 일찍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어디로 가는 걸까? 다른 사람의 일상을 몰래 훔쳐보는 이 쏠쏠한 재미라니... 호홋 난 왜 그리 다른 사람의 일상이 궁금한 것일까? 그 어디에 살지라도 사람 사는 것은 거의 비슷하다는 그 어떤 확인을 원하는 걸까. 그리고 블루 버틀!!! 요즘 그리도 유명하다는 블루 버틀 커피에서 발길을 멈춘다.
안으로 들어가니 깔끔한 유니폼의 두 직원이 정신없이 바쁘다. 로스팅과 추출에서 장인정신을 발휘하여 볶은 지 48시간 이내의 콩만 사용한다는 곳. 매장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있어 커피계의 애플이라고도 한다는데 우린 운이 좋았다. 마침 이른 아침이었고 비까지 보슬보슬 내리고 있어 긴 줄을 서지 않고도 금방 살 수 있었으니까. 블루 버틀 로고가 나오도록 모여라~ 찰칵 파란색 병이 매우 인상적이다.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우산을 받쳐 들고 다음 행선지는 바로바로 그 유명한 첼시 마켓.
1912년 완공된 이 건물은 본래 오레오 쿠키를 만들던 공장이었다. 와우 오레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그러니까 1971년에 우리 학교엔 부잣집애가 있었는데 그 애는 자기가 좋아하는 애한테만 이런 특별한 과자를 가끔 은밀한 곳에서 아무도 몰래 딱 한 개씩 주었다. 나도 발탁되어 하하 커다란 강당 한쪽 구석 양지바른 곳 거기서 이 기막힌 과자 딱 한 개를 하사 받았는데 우아 입에 무는 순간 헉! 어떻게 이런 맛이! 뿅~ 갔던 바로 그 과자.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새까맣고 새하얀 그 과자를 찾아 얼마나 헤매었던가. 나중에 그 과자를 발견하고 얼마나 얼마나 기뻤는지. 그게 바로 오레오 과자였다. 새카만 동그란 것에 새하얀 것이 안에 있는. 그래서 난 지금도 오레오 과자를 보면 그때가 생각나고 절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바로 그 과자를 만들던 공장이라니. 1958년 다른 곳으로 이전하며 완전 폐허로 변한 이 건물을 1990년대 초 코언이 매입해 외관은 그대로 둔 채 28채의 공장 벽을 허물어 하나로 만든다.
옛 모습 그대로인 철근 구조와 내부의 긴 파이프. 거대한 팬, 움푹 파인 기둥은 도리어 아주 멋스러움을 풍긴다. 1800년대 붉은 벽돌에 모래가루를 뿌려 만든 까칠한 질감의 벽도 매우 독특하다. 이 안에는 35개의 매장이 있는데 대부분 밖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 안에서 산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야말로
쿠키 공장의 화려한 부활이다. 마켓 곳곳에서 다양한 전시회와 공연이 열린다.
우린 이 곳의 화장실을 이용한다. 입구에 경고문. 성전환자들 때문일까? 자신이 생각하는 성 정체성에 따라 사용할 권리가 있다? 그러니까 밖으로 표현되는 모습 따라 사용하라는? 그 때문에 증명서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냥 일반적 경고일 텐데 영어를 나름 해석해보며 뉴욕에 특히 성전환자들이 많아 이런 표지판이 있는 걸까? 잘 이해 안 되는 해석을 그리로 몰아간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길게 쫘악 산책로. 휴식 공간으로 재탄생한 고가 철도 하이 라인 High Line이다. 부슬부슬 비가 계속 내려 마루 바닥은 미끌미끌 그만큼 우리는 조심조심. 이 곳은 본래 1930년대 로어 웨스트사이드를 운행하던 지상 9m 길이 2.5km의 고가 화물 노선이었다. 철도교통 쇠퇴로 철거될 뻔하다 시민들 관심으로 공원으로 재탄생된다. 1.6km에 달하는 레일 위에 바닥을 깔고 나무와 꽃을 심어 공원으로 재탄생시킨다. 설계에 한국인 여성 건축가 황나현이 참여했다. 철로가 곳곳에 그대로 있고 드문드문 옛날 의자도 있다. 꽃과 나무들도 철로 따라 예쁘게 자라고 있다. 아, 예쁘다. 비가 오니 더욱 분위기가 있고 멋지다. 저 멀리 허드슨 강도 보이고 우리가 아침에 떠나온 뉴저지주도 보인다. 붕붕 하늘 위를 산책하는 기분이다.
자전거나 스케이트보드가 금지되어서인지 방해받지 않고 마냥 걸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서울역 삼일고가도로를 산책로로 만든 게 바로 이걸 본뜬 것일까? 서울역에서 KTX 열차를 타기 전 나는 몇 번 그 새로 생긴 고가 산책로를 걸어 본 적이 있다. 바로 그때 그 느낌이다. 이 뉴욕 빌딩 숲 속에서. 우와. 주차빌딩인가 본데 정말 대단하다. 저 많은 차들이 저토록 질서 정연하게. 도심 속 한가운데를 그것도 지상 9미터 높은 곳을 아~무 생각 없이 마냥 걷는 이 즐거움. 그것도 여고동창과 함께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이더냐. 보슬보슬 봄비를 우산 위에 맞으며 친구들과 촉촉한 거리를 걷는다. 우리 지금 뉴욕 맨해튼 한복판이야~ 와우
하이라인에서 내려와 계속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뉴욕 거리를 걷는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멋들어진 개들. 빨강 우산 파란 우산 새카만 우산~ 좁다란 골목길에~ 가 아니라 뉴욕 한복판이닷. 비가 오면 어떠랴. 40여 년 전 연지동 그 고풍스러운 학교에서 하루 온종일 지지고 볶던 친구들과 함께인데.
그 유명한 노란 뉴욕 택시는 도로 정체로 꼼짝 않고 서 있다. 여전히 내 눈엔 위태위태한 대롱대롱 바람에 흔들리는 뉴욕 신호등. 비가 많이 내린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 유엔본부 United Nations Headquaters 1945년 록펠러 주니어가 거금을 내놓아 비싼 땅 넓은 부지에 세워진다. 비는 계속 내리고 우리는 계속 걷는다.
오호호홋 뉴욕 최고의 명소 타임스 스퀘어 Times Square! 수많은 호텔 레스토랑 공연장이 몰려있는 브로드웨이 타임스 스퀘어. 뉴욕 미드타운 맨해튼에 있는 유명한 상업적 교차로 웨스트 42번가와 웨스트 7번가가 합쳐져 만난 세븐스 에비뉴와 브로드웨이가 교차하는 곳.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평일 오후임에도 복작복작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것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사람들. 휘황찬란한 전광판들.
이름이 왜 타임스 스퀘어일까? 본래는 롱에이커 스퀘어 Longacre Square였는데 1904년 4월 뉴욕 타임스가 여기로 이사 오면서 타임스 스퀘어 Times Square라고 부르게 된다. 옛날엔 이 곳을 지나는 자동차가 많아 매우 복잡했지만 지금은 보행자 전용이다. 이 곳의 번쩍번쩍 현란한 광고판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값을 내고 있다는 데에 자부심이 크다. 건물 주소를 따라 원 타임스 스퀘어 One Times Square로 불리는 뉴욕 타임스 사옥은 그때 이후로 해마다 새해에 볼 드롭 행사를 한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몰려들기에 기업이나 제품을 알리는데 최적의 장소다. TV가 널리 보급되기 이전에 이 곳의 광고 효과는 매우 컸다. 우리나라 삼성과 LG 광고판은 가장 좋은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새해가 되면 여긴 난리가 난다.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 행사 볼 드롭 Ball Drop에 백만여 명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 행사를 구경하려면 일찍부터 대기해야 하는데 기저귀가 필수란다. 하하 와이? 경찰이 첩첩이 바리케이드 치고 있어 나가면 못 들어오고 화장실도 없고 길에서 실례하면 즉시 체포되니까. 한 해의 마지막 날 밤 12시 몇 분 전 존 레넌의 Imagine이 나오고 드디어 11시 59분이 되면 1분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원 타임스 스퀘어 건물 꼭대기에서 신년 이브 볼 이 떨어지며 전광판에 새해가 밝았음을 알린다. 그 새해가 되기까지 타임스 스퀘어에 몰려든 백만여 명의 사람들은 목청껏 카운트 다운을 한다. 흥겹고도 열정적으로 목이 터져라 숫자를 외쳐대며 새해를 맞는다. 0시가 되어 새해가 되자마자 올랭자인, 뉴욕뉴욕 등의 노래가 맨해튼 한복판에 울려 퍼진다. 그뿐인가? 밤 8시부터 한 해를 빛낸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며 그 열기는 진작부터 펄펄 끓어오른다. 아흐. 정말 신나겠다.
브로드웨이는 맨해튼 남쪽과 북쪽을 대각선으로 잇는 거리 이름이다. 웨스트 42번 도로에서 웨스트 53번 도로까지 뮤지컬 극장 40여 개가 몰려 있어 뮤지컬 하면 브로드웨이가 된 것이다. 라이언 킹,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등 유명한 뮤지컬의 오리지널 공연이 거의 매일 열린다.
한국어권에서는 타임스퀘어라고도 불리지만 정식 이름은 타임스 스퀘어가 맞다. 일 년에 티켓 판매액만 1조 원이 훌쩍 넘는다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브로드 웨이의 극장가가 환하게 빛나는 중심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보행자용 교차로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 이 곳은 1970년대와 1980년대 범죄 소굴이었다. 성인영화관, 성인용품, 스트립스 공연장이 즐비하던 곳이다. 하지만 뉴욕주와 시 당국의 재개발 추진으로 새로운 공연장, 호텔, 음식점, 대규모 상점들이 새롭게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재정비된다. 19세기 말 이 곳은 말 거래업자, 마구간, 마차 등으로 붐비던 곳이었다.
앗! 이층 버스가 지나가는데 우리의 신라면이 버스 한가득이다. 오메~ 반가운 거 하하. 1899년 오스카 헤머슈타인이 이 곳에 최초로 극장을 세우면서 브로드웨이 공연문화가 시작된다. 세계의 교차로, 우주의 중심, 불야성의 거리 관광객과 뉴욕에서 업무 보는 사람들 300만 명 이상이 매일 이 곳을 지나다닌단다. 티케츠! 사람들이 항상 길게 줄 서있는 곳. 브로드웨이 공연 당일 티켓을 50프로까지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비는 여전히 부슬부슬 내리는데 에잇 이 정도 가랑비쯤이야! 점점 약해지는 빗줄기 아예 무시하고 우산 없이 더욱 적극적으로 타임스 스퀘어 정복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