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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01. 2019

체코 프라하 카를교

얀 네포무크, 프라하천문시계, 시계탑

드디어 그 유명한 카를교에 왔다.


블타바 강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

머리 위에 별 5개 얀 네포무크를

다시 만나고.


그 동상 아래 있는 만지며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


그림 위쪽 막 떨어지려는 얀 네포무크를 만져야

효험이 있다기에 굳이 위로 발돋움하여


떨어지고 있는 작은 몸에 손을 뻑뻑

문지르며 기원한다.



"누군가에게 꼭 말해야만 한다면 저 개에게 하겠소."

끝내 왕비의 비밀을 지켜주는 얀 네포무크.


치솟는 분노에 그를 죽여버리는 왕.

바로 그때 그 개.


이 개를 만지면 기르고 있는 개의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호홋


그런데 사실 사람들 빠글거리는

얀 네포무크 동상 아래는 단지 행운을 비는 곳이고,


소원을 이루려면 그가 강물에 던져진

바로 이 곳에서 해야 한다. 그냥 아무렇게나 말고

제대로 형식을 갖춰서.   


제대로 된 형식이 무엇이냐...ㅎㅎ

우리 아들의 왼손을 보시라.


카를교 중간쯤에 있는 난간 위 십자가

부조 위에 왼손을 얹고, 특히 십자가 위의 5개 별에

손가락을 하나씩 올려놓고


오른쪽 밑의 못을 발로 꽉 밝고 오른손으로는

얀 네포무크를 살살 만지며 눈으로는 블타바 강을 바라보고

딱 한 개의 소원만을 빈다.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소원을 빌고 카를교를 지나 구시가지 광장으로.

빠글빠글 모여 있는 사람들.


아, 그 유명한 시계탑. 프라하 천문시계.

프라하 오를로이. 5, 4, 3, 2, 1...


카운트 다운 들어간 듯. 드디어

댕 댕 댕 댕


와우~

굳게 닫혀있던 파란 하늘색 문이

스르르르 살짝 열리기 시작.  오홋.


해골이 종을 치며 시작된다.

와우~ 얏호~ 사람들 환호소리.


해골은 빙긋이 웃는 모습으로

댕댕댕댕 계속 종을 치고,


그 종소리 따라 스르르르

파란 하늘색 문은 완벽하게 열리고


사도들은 너그러운 미소를 보여주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사람들은 더더욱 환호하고.


우아... 와우...

바로 요때 소매치기는 극성을 부리고.


사람 사람 사람 그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있는 대로 젖혀 사도들만 바라보고,


12 사도가 빙글빙글 도는데 해골이 종을 치는 동안 만이다.

그 순간을 행여 놓칠까 모두들 집중 집중


아주 잠깐이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젖힌 채 일제히 딱 한 곳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아, 그 집중의 순간이라니.


몇 시냐가 중요하다. 딱 그 시각만큼만

댕댕댕댕 종이 울리고


열린 문으로 뱅글뱅글 돌아가는 사도들

얼굴이 보이니까.


아침 열시면 댕댕댕댕 도무지 열 번으로 끝.

저녁 열시면 댕댕댕댕 스물두 번. 좀 더 길다.


밤 12시면 와우~ 댕댕댕댕 무려

스물네 번!!! 히히.


아... 끝나간다.

더 이상 사도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휙휙 휘파람 소리가 거세어지고

서서히 닫히는 문.


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계세요~


그러나 얄짤없이 야속하게도 꽉!

닫혀버리는 문.


허탈감에 모두들 멍~

뭐야. 그렇게 기다렸는데

요렇게 짧아?


1410년 프라하 시청사는 시계장인 하누쉬에게

이 시계탑을 만들게 한다.


천문 눈금판으로

해와 달의 위치를 알려주고

농사 절기도 알려주면서 시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동유럽에 관람 온 귀족들이 하누쉬에게 자신의 나라에도

만들어달라고 많은 주문을 한다.  


그걸 알게 된 프라하시의회는

천문시계를 독점하기 위해, 새벽에

장정 다섯 명을 보내


하누쉬의 양팔과 다리를 묶고

불에 달군 인두로 그의 눈을 치지지직

지져버린다.


장님이 된 하누 쉬는 자신이 만든 시계탑을

볼 수 없게 되자 만져라도 보려고

시계탑에 올라간다.


슬픈 마음으로 그가

힘겹게 시계를 만지는 순간

딱!!!


작동을 멈춘 이 시계는

무려 400년이 지난 1860년에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정각이 되면

해골이 종을 친다.


해골이 죽음이라면

해골이 종을 치는 행위는

죽음이 오고 있다는 의미다.


비파를 든 사람 (유흥)


주머니를 든 사람 (탐욕)

거울을 든 사람 (자만과 허영)


이 모두

해골로 변하나니...


예수의 열두 제자가

 죽음을 맞는 인간들을 조용히

내려다본다.


이 퍼포먼스의 마지막에는

황금 수탉이 우는데,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오나니,


즉 삶이 온다는 뜻이다.  


정각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와아 몰려들고,


종 치기가 끝나면

쏴아~ 거의 다 사라지고,


다시 정각에 와아~

끝나면 쏴아~


몰려왔다 몰려갔다

왔다 갔다~


우리를 지긋이 내려다보던

사도들의 은근한 미소가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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