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네포무크, 프라하천문시계, 시계탑
드디어 그 유명한 카를교에 왔다.
블타바 강 풍경이 매우 아름다운 곳.
머리 위에 별 5개 얀 네포무크를
다시 만나고.
그 동상 아래 있는 만지며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곳.
그림 위쪽 막 떨어지려는 얀 네포무크를 만져야
효험이 있다기에 굳이 위로 발돋움하여
떨어지고 있는 작은 몸에 손을 뻑뻑
문지르며 기원한다.
"누군가에게 꼭 말해야만 한다면 저 개에게 하겠소."
끝내 왕비의 비밀을 지켜주는 얀 네포무크.
치솟는 분노에 그를 죽여버리는 왕.
바로 그때 그 개.
이 개를 만지면 기르고 있는 개의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호홋
그런데 사실 사람들 빠글거리는
얀 네포무크 동상 아래는 단지 행운을 비는 곳이고,
소원을 이루려면 그가 강물에 던져진
바로 이 곳에서 해야 한다. 그냥 아무렇게나 말고
제대로 형식을 갖춰서.
제대로 된 형식이 무엇이냐...ㅎㅎ
우리 아들의 왼손을 보시라.
카를교 중간쯤에 있는 난간 위 십자가
부조 위에 왼손을 얹고, 특히 십자가 위의 5개 별에
손가락을 하나씩 올려놓고
오른쪽 밑의 못을 발로 꽉 밝고 오른손으로는
얀 네포무크를 살살 만지며 눈으로는 블타바 강을 바라보고
딱 한 개의 소원만을 빈다. 그러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소원을 빌고 카를교를 지나 구시가지 광장으로.
빠글빠글 모여 있는 사람들.
아, 그 유명한 시계탑. 프라하 천문시계.
프라하 오를로이. 5, 4, 3, 2, 1...
카운트 다운 들어간 듯. 드디어
댕 댕 댕 댕

와우~
굳게 닫혀있던 파란 하늘색 문이
스르르르 살짝 열리기 시작. 오홋.
해골이 종을 치며 시작된다.
와우~ 얏호~ 사람들 환호소리.
해골은 빙긋이 웃는 모습으로
댕댕댕댕 계속 종을 치고,
그 종소리 따라 스르르르
파란 하늘색 문은 완벽하게 열리고
사도들은 너그러운 미소를 보여주며
빙글빙글 돌아가고 사람들은 더더욱 환호하고.

우아... 와우...
바로 요때 소매치기는 극성을 부리고.
사람 사람 사람 그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있는 대로 젖혀 사도들만 바라보고,
12 사도가 빙글빙글 도는데 해골이 종을 치는 동안 만이다.
그 순간을 행여 놓칠까 모두들 집중 집중
아주 잠깐이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젖힌 채 일제히 딱 한 곳을 바라보며 환호하는
아, 그 집중의 순간이라니.
몇 시냐가 중요하다. 딱 그 시각만큼만
댕댕댕댕 종이 울리고
열린 문으로 뱅글뱅글 돌아가는 사도들
얼굴이 보이니까.
아침 열시면 댕댕댕댕 도무지 열 번으로 끝.
저녁 열시면 댕댕댕댕 스물두 번. 좀 더 길다.
밤 12시면 와우~ 댕댕댕댕 무려
스물네 번!!! 히히.
아... 끝나간다.
더 이상 사도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휙휙 휘파람 소리가 거세어지고
서서히 닫히는 문.
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계세요~
그러나 얄짤없이 야속하게도 꽉!
닫혀버리는 문.
허탈감에 모두들 멍~
뭐야. 그렇게 기다렸는데
요렇게 짧아?
1410년 프라하 시청사는 시계장인 하누쉬에게
이 시계탑을 만들게 한다.
천문 눈금판으로
해와 달의 위치를 알려주고
농사 절기도 알려주면서 시계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동유럽에 관람 온 귀족들이 하누쉬에게 자신의 나라에도
만들어달라고 많은 주문을 한다.
그걸 알게 된 프라하시의회는
천문시계를 독점하기 위해, 새벽에
장정 다섯 명을 보내
하누쉬의 양팔과 다리를 묶고
불에 달군 인두로 그의 눈을 치지지직
지져버린다.
장님이 된 하누 쉬는 자신이 만든 시계탑을
볼 수 없게 되자 만져라도 보려고
시계탑에 올라간다.
슬픈 마음으로 그가
힘겹게 시계를 만지는 순간
딱!!!
작동을 멈춘 이 시계는
무려 400년이 지난 1860년에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아주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정각이 되면
해골이 종을 친다.
해골이 죽음이라면
해골이 종을 치는 행위는
죽음이 오고 있다는 의미다.
비파를 든 사람 (유흥)
주머니를 든 사람 (탐욕)
거울을 든 사람 (자만과 허영)
이 모두
해골로 변하나니...
예수의 열두 제자가
죽음을 맞는 인간들을 조용히
내려다본다.
이 퍼포먼스의 마지막에는
황금 수탉이 우는데,
수탉이 울면
새벽이 오나니,
즉 삶이 온다는 뜻이다.
정각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와아 몰려들고,
종 치기가 끝나면
쏴아~ 거의 다 사라지고,
다시 정각에 와아~
끝나면 쏴아~
몰려왔다 몰려갔다
왔다 갔다~
우리를 지긋이 내려다보던
사도들의 은근한 미소가
자꾸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