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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an 02. 2019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로젠버그 에곤 실레 스보르노스티 광장



숙소에서 큰 길가로 나와 트램을 타고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한다. 마침 출근시간이라 사람들 정말 많다. 외국인인 우리를 흘깃하는 그들의 시선을 살짝 느낀다.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는 오늘도 현지 유로 자전거나라함께 한다. 프라하 중앙역 책방 앞 미팅 장소에 서 있으니 한 두 명씩 모여든다. 드디어 가이드가 와서 인원을 체크한 후 역을 나가 오른쪽으로 가서 버스를 타란다. 오른쪽으로 가니 버스가 있기는 있는데 잽싸게 타지 못하고 우리 모두는 머뭇머뭇 서로 눈길만 주고받는다. 


설마? 이 버스를?





그런데 둘러보아도 다른 버스는 안 보인다. 아무리 설마 이렇게 대형 버스를? 말도 안 돼. 우리는 정말 적은 인원인데 이런 대형버스를 탈 리가 없기에 망설이고 있다. 그런데 이 버스 말고는 없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아. 빨리들 타세요. 안 타고 모하세요~


가이드가 달려와 재촉한다. 헉! 이렇게 큰 버스에 타요? 세상에. 10명도 채 안되는데 이런 대형버스가? 네. 타세요. 여러분들 행운입니다. 바로 지난주 추석 때는 이 큰 버스에 빈자리 하나 없이 꽉꽉 찼거든요. 오늘은 아주 여유롭게 편하게들 가시겠습니다. 그제야 잽싸게 버스에 올라타며 우리 모두는 입이 헤벌레~ 버스 안이 그야말로 널널~ 모두 누워가도 될 판이다. 대박 ㅋㅋ




자전거 타고 왔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를 뽑아 버스 앞에서 마시고 있으면 영락없이 발견하는 우리나라 관광객들. 그들 역시 자기네 버스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가 우리가 타고 온 하얀 버스에 예쁘게 박힌  유로 자전거나라를 보며 깜짝 놀라 묻는다. 하하 깔깔 푸하하하 함께 버스를 탔던 몇 안 되는 우리는 크게 웃으며 네~ 했다가 자세히 설명한다. 호호 유럽 현지 투어예요. 가이드분들이 참 설명 잘해요. 유럽에선 아주 유명해요~




자전거 타고 왔느냐 묻던데요?


그 참에 유로 자전거나라 크게 홍보했다며 버스 타는 우리가 가이드에게 자랑하니 놀라지도 않고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단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커다란 버스에 널찍널찍 자리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도착이다. 차를 주차하고 조금 걷는다. 헉. 이게 모지? 거대한 성벽이 등장한다. 뻥~ 뻥~ 뚫린 공간이 무언가 가슴속까지 뻥~ 뚫어주는 것 같다. 멋있다. 시원하다. 웅장하다. 와우.  



이 곳은 본래 로젠버그 가문 소유였단다. 그러나 신성로마제국의 루돌프 2세가 돈을 있는 대로 주고 산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병든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주고 이 곳을 사서 그 병든 아들이 살게 한다. 그런데 그 아들이 결핵으로 죽는다. 결국 이 곳은 완전한 폐허가 된다.

 


1992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훼손되고 복구되고 지배자가 계속 바뀌는

험난한 과정을 겪는다.



마을 입구에서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마크~ ㅎㅎ



잘 보세요. 산 위 바위가 그대로 있지요?


그렇다. 산에 있는 바위가 산에서의 모양 그대로 있으면서 그 위에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캬~



이 도시엔 돈이 많았다. 까를 4세는 로마의 쟁쟁한 건축가들에게 제안한다. 엄청난 혜택을 줄 테니

프라하로 오라고. 그래서 쟁쟁한 건축가들이 대거 몰려든다. 그 결과 이렇게 어려운 바위 위의 건축도 가능했다 한다.



로젠버그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종탑을 세운다.


45분 일하면 땡땡땡  쉬어라~

정시가 되면 땡땡땡  다시 일해라~

12시가 되면 땡땡땡  점심시간~

6시가 되면 땡땡땡  오늘 하루 끝~


그렇게 열심히 사람들 시간관리를 해주던 이 종탑은 나중에 망루로 변한다.



고성필 가이드님의 줄줄줄줄~ 이어져 나오는 재밌는 이야기에 우리 적은 인원은 귀를 쫑긋쫑긋

세계의 역사 속으로 풍덩풍덩 빠져든다. 



자, 질문 나갑니다. 이 집은 옛날에 뭐 하던 집이었지요?


가이드님의 질문에 우리는 금방 설명 들은 대로 집에 그려진 그림이며 매달린 조각이며 상징 등을 보고 큰 소리로 답한다. 대장간요~ 병원요~ 옷집요~ 



쫌 야해요.


호홋. 에곤 실레정규 교육을 뿌리친 반항아. 외설 혐의로 옥살이까지 했던 거침없는 예술가. 29살에 요절한 천재.



어머니의 고향 체스키 크룸로프를 참 좋아했다는 에곤 실레. 이 하얀 벽돌집은 나중에 우리가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르 궁전에서 그의 그림을 볼 때 종종 등장한다. 



아~ 바로 그곳


하며 유명한 그의 그림 앞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를 떠올리던 그 순간의 으쓱함이라니. 하하.



옛날 모습 그대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건물들. 마리아상이 맨꼭대기에 있는 페스트 퇴치 기념탑이

우뚝 솟아있는 곳~ 스보르노스티 광장 그런데 너무너무 땡볕이다. 따가운 햇빛을 피할 곳이 정말

단 한 군데도 없다. 건물들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점심시간이다.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어디서 먹을까? 블타바 강이 바로 보이는 강변 식당 경치가 너무 멋져 기웃거리는데 앗, 함께 여행한 오늘 우리 팀 몇 명이 테라스 아래 테이블에 보인다. 반가움에 후다다닥 내려간다.



우리... 함께 먹어요~


누군가 제안했고 아직 서먹해 눈길만 주고받을 뿐 테라스 각각의 테이블에 흩어져 앉아 있던 오늘 아침 생전 처음 만난 우리 여행팀은 좋아요 좋아~ 가운데 가장 큰 테이블로 사사사삭 어느새 다 모인다.



앗, 그거 맛있게 생겼네요.


어느 블로그에 소개된 거예요. 여기선 이게 제일 맛있대요홀로 유럽 자유여행 중이라는 젊은이를 따라 너도나도 슈니첼인가? 그 먹음직스러운 걸 주문한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설명을 듣고, 같은 곳을 돌아보며 함께 감탄하고 함께 즐거워하던, 그러나 눈길만 오갈 뿐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않아 어색하던 차에 여기서 서로 모든 걸 풀어놓는다. 이런 멋진 순간에 맥주를 안 할 수 없다며 온갖 종류의 맥주를 시켜놓고 우리 한국인끼리의 단합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시원한 맥주가 배달되자 우리는 높이 잔을 추켜올리며 쨍그랑! 파이팅! 급속도로 친해진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가장 전망 좋은 레스토랑, 그 안에서도 제일 큰 테이블에 비잉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 독일로 갈 거예요. 우린 오스트리아 가요. 앗. 오스트리아에서 왔는데~ 



하하. 모두들 자유여행 중이니 온 길도 제각각 갈 길도 제각각이다.  캐나다에 삽니다. 은퇴 후 무조건 여행 중이죠~라는 노부부? 아니, 은퇴했다지만 아직 팔팔한 중년부부에서부터 신혼여행 중이어요~ 갓 결혼한 풋풋한 부부 부모님 여행시켜드리려 답사 중입니다~라는 젊은이까지 여행 목적도 제각각이다.



따스하게 해님은 내려앉고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이 깔깔 푸하하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며 먼 나라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호호 마냥 즐겁다. 아, 대한~  민국 짝짝짝 짝짝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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