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버그 에곤 실레 스보르노스티 광장
숙소에서 큰 길가로 나와 트램을 타고 프라하 중앙역에 도착한다. 마침 출근시간이라 사람들 정말 많다. 외국인인 우리를 흘깃하는 그들의 시선을 살짝 느낀다.
체스키 크룸로프에 가는 오늘도 현지 유로 자전거나라와 함께 한다. 프라하 중앙역 책방 앞 미팅 장소에 서 있으니 한 두 명씩 모여든다. 드디어 가이드가 와서 인원을 체크한 후 역을 나가 오른쪽으로 가서 버스를 타란다. 오른쪽으로 가니 버스가 있기는 있는데 잽싸게 타지 못하고 우리 모두는 머뭇머뭇 서로 눈길만 주고받는다.
설마? 이 버스를?
그런데 둘러보아도 다른 버스는 안 보인다. 아무리 설마 이렇게 대형 버스를? 말도 안 돼. 우리는 정말 적은 인원인데 이런 대형버스를 탈 리가 없기에 망설이고 있다. 그런데 이 버스 말고는 없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아. 빨리들 타세요. 안 타고 모하세요~
가이드가 달려와 재촉한다. 헉! 이렇게 큰 버스에 타요? 세상에. 10명도 채 안되는데 이런 대형버스가? 네. 타세요. 여러분들 행운입니다. 바로 지난주 추석 때는 이 큰 버스에 빈자리 하나 없이 꽉꽉 찼거든요. 오늘은 아주 여유롭게 편하게들 가시겠습니다. 그제야 잽싸게 버스에 올라타며 우리 모두는 입이 헤벌레~ 버스 안이 그야말로 널널~ 모두 누워가도 될 판이다. 대박 ㅋㅋ
자전거 타고 왔어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쉴 때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커피를 뽑아 버스 앞에서 마시고 있으면 영락없이 발견하는 우리나라 관광객들. 그들 역시 자기네 버스 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가 우리가 타고 온 하얀 버스에 예쁘게 박힌 유로 자전거나라를 보며 깜짝 놀라 묻는다. 하하 깔깔 푸하하하 함께 버스를 탔던 몇 안 되는 우리는 크게 웃으며 네~ 했다가 자세히 설명한다. 호호 유럽 현지 투어예요. 가이드분들이 참 설명 잘해요. 유럽에선 아주 유명해요~
자전거 타고 왔느냐 묻던데요?
그 참에 유로 자전거나라 크게 홍보했다며 버스 타는 우리가 가이드에게 자랑하니 놀라지도 않고
그런 질문을 종종 받는단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커다란 버스에 널찍널찍 자리 잡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 도착이다. 차를 주차하고 조금 걷는다. 헉. 이게 모지? 거대한 성벽이 등장한다. 뻥~ 뻥~ 뚫린 공간이 무언가 가슴속까지 뻥~ 뚫어주는 것 같다. 멋있다. 시원하다. 웅장하다. 와우.
이 곳은 본래 로젠버그 가문 소유였단다. 그러나 신성로마제국의 루돌프 2세가 돈을 있는 대로 주고 산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병든 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주고 이 곳을 사서 그 병든 아들이 살게 한다. 그런데 그 아들이 결핵으로 죽는다. 결국 이 곳은 완전한 폐허가 된다.
1992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까지 훼손되고 복구되고 지배자가 계속 바뀌는
험난한 과정을 겪는다.
마을 입구에서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마크~ ㅎㅎ
잘 보세요. 산 위 바위가 그대로 있지요?
그렇다. 산에 있는 바위가 산에서의 모양 그대로 있으면서 그 위에 건축물이 들어서 있다. 캬~
이 도시엔 돈이 많았다. 까를 4세는 로마의 쟁쟁한 건축가들에게 제안한다. 엄청난 혜택을 줄 테니
프라하로 오라고. 그래서 쟁쟁한 건축가들이 대거 몰려든다. 그 결과 이렇게 어려운 바위 위의 건축도 가능했다 한다.
로젠버그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고 종탑을 세운다.
45분 일하면 땡땡땡 쉬어라~
정시가 되면 땡땡땡 다시 일해라~
12시가 되면 땡땡땡 점심시간~
6시가 되면 땡땡땡 오늘 하루 끝~
그렇게 열심히 사람들 시간관리를 해주던 이 종탑은 나중에 망루로 변한다.
고성필 가이드님의 줄줄줄줄~ 이어져 나오는 재밌는 이야기에 우리 적은 인원은 귀를 쫑긋쫑긋
세계의 역사 속으로 풍덩풍덩 빠져든다.
자, 질문 나갑니다. 이 집은 옛날에 뭐 하던 집이었지요?
가이드님의 질문에 우리는 금방 설명 들은 대로 집에 그려진 그림이며 매달린 조각이며 상징 등을 보고 큰 소리로 답한다. 대장간요~ 병원요~ 옷집요~
쫌 야해요.
호홋. 에곤 실레. 정규 교육을 뿌리친 반항아. 외설 혐의로 옥살이까지 했던 거침없는 예술가. 29살에 요절한 천재.
어머니의 고향 체스키 크룸로프를 참 좋아했다는 에곤 실레. 이 하얀 벽돌집은 나중에 우리가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르 궁전에서 그의 그림을 볼 때 종종 등장한다.
아~ 바로 그곳
하며 유명한 그의 그림 앞에서 체스키 크룸로프를 떠올리던 그 순간의 으쓱함이라니. 하하.
옛날 모습 그대로 각양각색의 아름다운 건물들. 마리아상이 맨꼭대기에 있는 페스트 퇴치 기념탑이
우뚝 솟아있는 곳~ 스보르노스티 광장 그런데 너무너무 땡볕이다. 따가운 햇빛을 피할 곳이 정말
단 한 군데도 없다. 건물들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한.
점심시간이다.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어디서 먹을까? 블타바 강이 바로 보이는 강변 식당 경치가 너무 멋져 기웃거리는데 앗, 함께 여행한 오늘 우리 팀 몇 명이 테라스 아래 테이블에 보인다. 반가움에 후다다닥 내려간다.
우리... 함께 먹어요~
누군가 제안했고 아직 서먹해 눈길만 주고받을 뿐 테라스 각각의 테이블에 흩어져 앉아 있던 오늘 아침 생전 처음 만난 우리 여행팀은 좋아요 좋아~ 가운데 가장 큰 테이블로 사사사삭 어느새 다 모인다.
앗, 그거 맛있게 생겼네요.
어느 블로그에 소개된 거예요. 여기선 이게 제일 맛있대요. 홀로 유럽 자유여행 중이라는 젊은이를 따라 너도나도 슈니첼인가? 그 먹음직스러운 걸 주문한다.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은 설명을 듣고, 같은 곳을 돌아보며 함께 감탄하고 함께 즐거워하던, 그러나 눈길만 오갈 뿐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 않아 어색하던 차에 여기서 서로 모든 걸 풀어놓는다. 이런 멋진 순간에 맥주를 안 할 수 없다며 온갖 종류의 맥주를 시켜놓고 우리 한국인끼리의 단합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다. 시원한 맥주가 배달되자 우리는 높이 잔을 추켜올리며 쨍그랑! 파이팅! 급속도로 친해진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가장 전망 좋은 레스토랑, 그 안에서도 제일 큰 테이블에 비잉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 독일로 갈 거예요. 우린 오스트리아 가요. 앗. 오스트리아에서 왔는데~
하하. 모두들 자유여행 중이니 온 길도 제각각 갈 길도 제각각이다. 캐나다에 삽니다. 은퇴 후 무조건 여행 중이죠~라는 노부부? 아니, 은퇴했다지만 아직 팔팔한 중년부부에서부터 신혼여행 중이어요~ 갓 결혼한 풋풋한 부부 부모님 여행시켜드리려 답사 중입니다~라는 젊은이까지 여행 목적도 제각각이다.
따스하게 해님은 내려앉고 생전 처음 만난 사람들이 깔깔 푸하하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며 먼 나라에서 유창한 한국어로 호호 마냥 즐겁다. 아, 대한~ 민국 짝짝짝 짝짝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