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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26. 2019

미국 여행

서서히  그 끝이 다가오고 




"우리 남은 음식 다 처치하고 가야 해."

"남영이 혼자 어쩌겠어?"


그래서 냉장고에 남아있는 것들을 모두 꺼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파파팍 몽땅 프라이팬에 집어넣고 들들들들 볶아 김치볶음밥을 만든다. 남은 야끼만두도 딸딸 딸딸 다시 튀기고. 오예~ 살림 백 단의 우리 친구들

손길이 닿으니 냉장고 속 며칠 전 음식들이 파파팍 맛있게 변한다.


 채연이가 능숙한 솜씨로 망고를 척척 썰어 과일접시를 완성하고, 미숙이는 설거지를 열심히 열심히. 당번이 아니라도 자기 일처럼 수시로 나와 도와주는 친구들. 여고시절 노래선교단에서 익힌 아름다운 습관. 미숙이 오늘 당번인가? 당번 아니라도 툭하면 설거지를 해대는 우리 착한 미숙이.



남영이 집 뜰에 예쁘게 피어 있는 붉은 목련. 순기가 정성껏 타주는 마지막 커피. 그동안 우리는 순기 커피를 얼마나 맛있게 마셔댔던가. 아아~ 이 향긋함. 너무 좋아~ 너무 맛있다~ 커피 당번 떠나가시면 우리는 어찌하나요~ 하하 순기를 막 붙든다. 가지 마아~


"정래야 아~" 불러보기라도 하는 걸까? 맨날 같이 자다 홀로 된 미숙이. 벌써 정래를 그리워하시는 감? 2층 정래와 함께 자던 방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밤새 우리가 먹은 쓰레기일 게다. 새벽이면 남영이 서방님께서 저 모든 쓰레기들을 수거해 이 곳에 갖다 놓으신다. 얼마나 힘이 좋으신지 저 커다란 쓰레기 봉지들을 들고 겅중겅중 1층에서 2층으로 다시 2층에서 1층으로 지하로 몇 번이고 반복하신다. "조심하세요오~" 몸을 아끼지 않고 우리들을 돌봐주시는 남영이 서방님,  감사합니다.  



웅장하고 아름답고 잘 정리된 커다란 남영이 집. 


"순기야 잘 가~"
"응, 너도 잘 가~"

"잘 지내 우리 오래오래 이렇게~" 

"그래 나의 영원한 짝지~" 


여고시절 나의 오른쪽엔 순기, 나의 왼쪽엔 성애. 그렇게 정말 친하게 지내며 즐거웠는데 40여 년의 세월을 각자 살다 다시 뭉치게 되었고 이 먼 나라 여행까지 하게 된 것이다. 동창이란 아무리 많은 세월 연락 없이 지내더라도 일단 다시 만나면 그때처럼 재잘재잘 깔깔 푸하하다.



아, 정말 떠나는 순기랑 성애. 미국 서부 친구들. 이런저런 갈등 모두 뒤로 한 채 우리들 싸움은 칼로 물 베기. 결국엔 서로 보듬어 주고 용서해주고 사랑으로 감싸안는 우리들. 그런데 그거 단번에 되는 거 절대 아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난 이제 새롭게 만나니 다시 갈등의 날들을 보내고 나서야 우린 서로 힘을 합칠 줄 알게 된다. 각자의 삶을 살아온 세월이 몇십 년인데 게다가 모인 인원이 십여 명인데 어찌 갈등이 없을까? 서로 갈등도 많고 했지만 결국엔 모두 보듬을 줄 알게 된 우리 귀한 친구들. 이제 우리에게 남은 날들 사랑으로 사랑으로~


아. 참 예쁜 남영이 집. 알뜰살뜰 그녀의 살림 솜씨는 그야말로 백 단. 자그마한 몸으로 빠릿빠릿 잽싸게
움직이며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내는지. 구석구석 그녀의 손길. 어느새 쪼~ 뒤에서 설거지하고 있다. 내참.


"이젠 내가 이렇게 사진 잘 찍는데~"


우리 처음 왔을 때 촬영이 영 서툴렀던 남영이 서방님, 촬영 도사가 되셨는데 떠나가는 우리가 영 서운하신가 보다. 헤어짐은 언제나 아쉬워라. 섭섭해라. 이 커다란 집에서 십여 명이 뽁딱 거리다 쏴악~ 사라지면 얼마나 텅~ 빈 듯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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