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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04. 2019

미국여행 육군사관학교

West Point 웨스트포인트


오늘부터 우리에겐 따로 차량이 없다. 우리가 미국에 올 때 맨 처음 픽업해 주셨던 장로님께서 오늘 우리를 위해 손수 차를 몰아주신다. 미국에 와서 보니 모두들 참 바쁘던데 일부러 시간 내셔서 우리들에게 차량 제공에 운전까지 서비스해주신다니 너무 감사하다.


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 at West Point

미국 뉴욕에 있는 육군사관학교, U.S.M.A.

그냥 웨스트포인트 West Point라고도 하는 곳.


그리고 히히 채연이가 아들을 당당히 합격시킨 곳. 오늘 그곳 탐방에 나선다. 그런데 헉! "혹시 에어컨이

안될지도 몰라요." 당신 차가 아니고 교회 차라서 걱정하던 장로님 우려가 콕! 맞아떨어졌다. 땡볕 무지막지 더위에 우리는 에어컨 없는 차량으로 달리게 된 것이다. "하아 하아 더워~"



"아, 그런데 우리 지금 도대체 몇 바퀴째냐?" 에어컨이 문제가 아니다. 육군사관학교가 코앞에 보이는 데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를 못 찾고 있다. 아들을 이 곳에 보내고 수도 없이 드나들었다는 채연이도 "아, 저쪽으로 갔어야 해요."라는 말을 꼭 지나치고 나서야 반복할 뿐 영~ 도움이 안 된다. "헉헉 아, 덥다." "제가 이 곳에 삼십 년 넘게 살았습니다." 자신 있다 하시던 장로님, "이상하네. 아니네." 뱅글뱅글 뺑글뺑글 한 바퀴 두 바퀴 세 바퀴 하이고 오오 왔던 곳을 또 돌고 다시 돌아 또다시 원점 다시 다시~ 분명 코앞인데 도대체 오데로 진입한단 말인고. 에고 고고 고고 에어컨도 안 들어오는 차량은 푹푹 더위에 찐빵 익듯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본 곳을 또 보고 또 보고 뱅글뱅글~ 아이고 오오오~



드디어!!! 찾아낸 U.S.M.A. 방문객 센터. 우아아아아아~ 아. 정말 사정없이 내리쬐는 땡볕. 쨍쨍 쨍쨍 땡땡땡땡 헉헉헉헉 해님은 반짝반짝 모래알도 반짝반짝 동요가 절로 흥얼거려진다. 우아. 관광객이 많다. 아마도 이 학교에 관심 있는 수험생들 인가보다. 가능성이 무궁무진으로 열려있는 젊음~ 좋다. 그때는 솔직히 그거 잘 몰랐다. 어른들이 우리를 보며 "젊음 그 자체가 좋은 거야~" 아무리 말해도. 하하



노란 금발, 갸름한 얼굴, 기다란 속눈썹, 짙은 화장의 늘씬한 여자가 눈을 착 내리깔고 시끌벅적 우리에게

여권을 요구한다. 게다가 관람료까지! 오잉? 공짜 아냐? 채연인 공짜였다며~ 아마도 가족이니까 공짜였나 보다. 에구. ㅎㅎ


더위에 지치고 입구 찾느라 헤매고 배는 고프고 점심 먹을 시간은 길 찾아 헤매느라 다 써버려 아주 코딱지만큼 남아있고 에고에고 넉넉지 않은 시간. 점심을 어떻게 하지? "정문 앞에 맥도널드가 있어." 채연이의 옛날 기억을 더듬어 앞으로 앞으로~


육사 입구 찾는 데 너무 헤매서일까? 장로님은 배 안 고프다시며 이 땡볕에  차 안에서 기다리시겠단다. 그럴 수야 없지요오~ 고생하신 장로님. 우리의 기쁨조 미숙이가 냉큼 모시고 온다. 이 땡볕에 어떻게 혼자 계시려고요.
모든 게 녹아내립니다.




헉헉 헉헉 주차장에서 맥도널드까지 가는 거리도 으아아 아 쨍쨍 쨍쨍 무시무시한 땡볕. 미국 햇볕 정말 무섭다아아 아~ 우아아아아아 쨍쨍 쨍쨍 그 잠깐 걷는데 정말 온몸에 땀이 쫙!!!이다. 히히 육사 앞이라 저렇게 건장한 청년이 있는 듯. 미국에서 오래 산 장로님과 채연이가 맛있다는 것들로 주문을 한다. 오늘 점심은 저 멀리

한국에서 정숙이 서방님이 사주시는 것. "맛있게 먹겠습니다~"



큰일이다. 아무리 음료를 빼놓고 케첩을 가져다 놓고 재빨리 먹을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그러나 줄 서느라 주문도 오래 걸렸지만 그 주문한 햄버거는 통~ 나올 생각을 않는다. 하이고~ 느닷없이 십여 명의 깔깔대는 여학생들 속에서 장로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러니까 당황하셔서 그 오래 익숙한 길도 못 찾고 헤매셨지. 우리는 많이 많이 죄송하다. 그리고 감사하다.  용감하게 우리를 위해 와 주신 것에.


안 되겠다. 우리의 예약된 관람시간은 다 되어가고 겨우 나온 햄버거는 도저히 먹을 시간이 안되고 한 입 두 입 먹다가 정말 버스로 가야 하는 시간이 다 되어 우리는 먹던 걸 모두 싸들고 버스로 향한다. 커다란 봉투도
겨우 얻어서 있는 대로 쳐 넣고 달려라 달려~ 먹던 콜라도 먹던 감자칩도 먹던 햄버거도 모두 모두 싸들고

버스를 향하여 돌진~ 빨리빨리~ 버스 떠나겠어. 알았어. 헉헉. 뛰어라 뛰어 후다다닥 정숙아, 네 서방님께서 특별히 사주신 건데 이렇게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정신없네. 어떡해. 



우리가 이 버스를 계약했던 방문객 센터가 옆으로 보인다. 그리고 정면의 아름다운 집은 교회 같다. 먹던 햄버거를 바리바리 커다란 비닐에 담고 그걸 혜정이랑 신덕이가 꽉 움켜쥐고 버스를 탄다. 점심을 먹다 만 채로.  "West Point Tours" 버스에 쓰인 선명한 문구가 보이는 감? 하하 육군사관학교 관람 전용 버스다. 육군사관학교 투어버스 앞에서 인증숏. 오예. 우리 만이 아니다. 많은 외국인들이 함께 탑승한다. 아버지와 아들도

보이고 나이 지긋한 분도 보이고 젊은이들도 보이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함께 이 투어버스를 탄다.



버스 탑승 완료. 오 예. 기사님이 제복을 입어 당연히 남자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좀 연세 든 여자분. 그리고 아주 젊은 여자 가이드, 천천히 움직이는 버스 창으로 보이는 건물들을 가리키며 빠른 영어로 안내를 시작한다. 채연이는 졸업식 때도 와보고 수업하는 장면 운동하는 장면 모든 걸 봤다 하나 우리 투어는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그 유명한 웨스트포인트를 구경하니 좋다. 내려서 구경하고 다시 차를 타고 그런 형식이었는데 아, 그런데 모지? 제복 입은 기사가 킁 킁 킁킁 안내하는 아가씨까지 킁킁킁킁 앗. 우리는 뜨끔. "이거 뭡니까?" 급기야 우리들이 바리바리 싸와 앞자리에 나란히 놓은 햄버거 봉투를 가리킨다. "아. 햄버거예요. 우리가 점심을 못 먹어서 이따 먹으려고." "헉. 이게 모두 햄버거?" 하면서 코를 찡긋하더니 머리를 감싸 안는다. 젊은 가이드가 설명한다. 기사님이 우리가 버스 탈 때부터 이상하다 했는데 이제는 도저히 못 참으시겠단다. 너무 냄새가 심해서

머리까지 지끈지끈 아파와 운전을 할 수가 없단다.



헉. 이를 어찌한단 말이냐. 하이 고오~ 젊은 가이드는 계속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어디서든 빨리 처분해야겠다고. 적당한 장소를 알려줄 테니 거기서 빨리 드시라고. 캬. 나이 든 운전기사님이 계속 킁킁킁킁 코를 찡그리는데 아닌 게 아니라 앞자리에 나란히 자리 잡은 우리들의 그 봉지에선 어쩜 그렇게나 햄버거 냄새가 요동을 치는지 우리도 참을 수 없을 지경이다. 내참.




커다란 교회가 보이고 그 앞에 차가 선다. 아. 여기서 먹으라는 걸까? 물어보니 조금 기다리면 먹을 장소로 데려다주겠단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기사님." 버스 안 전체가 햄버거 냄새로 가득한 것만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 햄버거를 차에 두고 내리는 데 그런 말을 들은 터라 영 편치가 않다. 냄새가 그렇게 버스 안에 진동할 줄이야. 우린 관광이 다 끝나고 여유 있게 먹으려 했는데 급히 먹어치워야겠다. 냄새 파동을 겪고 한 마디 들은 터라

모두들 표정이 밝지 않다. 버스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웃었으니까. "저는 햄버거 먹는 건 좋아해요. 그러나 햄버거 그 냄새는 싫어요." 젊은 가이드가 걸으며 곁에 있는 내게 말한다. 하하 내참.



멋있다. 이런 굉장한 곳에서 공부하다니 얼마나 좋을까. 채연이 아들은 좋겠네. 물론 다 졸업하고 한국에  미군 대위로 파견되어있지만. 곳곳에 생도들이 눈에 띈다. 행복한 그들의 모습을 찰칵찰칵. ㅎㅎ




1910년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석조건물 교회당 "Cadet Chapel". 교회 내부로  들어오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오홋. 쫘악 너무도 질서 정연하게 의자마다 놓여있는 빨간 책과 감색 책. 아마도 성경과 찬송가 아닐까.
우아아아아아~ 육군사관생도의 질서 감각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하하.




그리고 위를 보니 오마 낫 어마어마하게 큰 파이프가 쭉쭉 빵빵 와우. 아. 그리고 유럽에서 보던 스테인드 글라스  멋지다. 따라라라라~ 울려오는 파이프 오르간 소리. 앗. 모지? 저~ 앞에까지 쑤욱 가보 잣. 옆 통로로 살살 걸어 앞으로 앞으로~ 빨리빨리~ 호홋



오홋 젊은 동양인과 머리 희끗 나이 지긋한 서양인. 따라라라라라~ 젊은 동양인이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올겐을 치면 곧 이어지는 선생님의 코치. 아항 파이프 올겐 레슨 시간이구먼. 육사생도의 아내만 받을 수 있는 특권이라는데 좋겠다. 저 멋진 파이프 올겐을 연주하는 것도 배우는 것도. 레슨 현장을 보는 우리. 잠깐이지만 아주 쉽게 무언가 음악 속에 빨려 들게 만드는 나이 지긋하신 분의 레슨이 아주 훌륭해 보인다. 아, 멋지다. 아, 부럽다. 교회를 둘러보는 것보다도 그 레슨 방법이 난 너무 재밌다. 그래서 그들 뒤에서 한참을 훔쳐본다. 저런 식의 레슨을 젊을 때 받을 수 있는 건 참으로 큰 행운 같다. 수업받는 동양인은 일본 여자였다. 혹시나 했는데 우리나라 아니고.



장교들 집일까? 정말 아름다운 집들이 즐비하다. 아마 교수들 집일 거야. 정말 좋지? 흐드러지게 핀 꽃들과

웅장한 나무들 파란 잔디. 육사 교수님들 좋겠는걸. 아. 이쁘다. 그냥 하나의 마을이네. 학교가 아니라.




한가한 평일 대낮.

마을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는 생도.

수업을 일찍 마친 걸까?
기숙사에 가는 길일까?
교수님을 찾아가는 중일까?

어쨌든 좋은 때다. 하하.




여기서 잠을 잘까?





저 멋진 곳에서
실컷 공부들을 하겠지.
맘껏 운동도 하겠지.
책도 읽겠지.
연애도 하겠지. 하하

젊음은 멋져라.




쓸쓸히 걸어내려 가는 신덕이. 우리들 허겁지겁 단 몇 입이라도 먹을 때, 나중에 정말 여유 있게 맛있게 먹겠다고 단 한 입도 먹지 않은 신덕이. 어쩌나. 쓰레기 치우듯 여기서 무조건 빠른 시간에 모두 해치워야만 하게 생겼으니 에고. 버스 안의 우리들은 졸지에 햄버거 아줌마들이 되어버렸다. "먹는 건 좋지만 냄새는 싫어요~" 젊은 가이드의 말이 맴돈다. 하이 고오~



한 무더기의 생도들이
공부 중인가? 훈련 중인가?
가족 참관 수업인가?



쨍쨍 내리쬐는 햇살 아래 아주 평화로워 보인다. 독립전쟁 때 지어진 이 곳 요새에는 실제 대포들이
진열되어 있다. "자, 여기서 빨리들 드세요~" 젊은 아가씨 가이드는 우리에게 말하고 버스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저 멀리로 간다.



백만 불짜리 풍경이라는 이 곳. 육사 최고의 전망이라는 이 곳은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허드슨 강에 이쪽에서는 적군이 빤히 내려다 보이지만 적군은 전혀 이 쪽을 볼 수 없는 최고의 요새란다. 맥아더 장군, 패튼 장군,
아이젠하워 대통령, 세븐일레븐의 최고경영자 조세프 드비토 등 정치가, 경영자, 고위장성들을 많이 배출한
웨스트포인트.



자. 빨리~ 재빨리 먹어치우자. 아 이게 모야. 창피해. 세상에~ 한국에서도 못해본 거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한복판에서 햄버거 파티라니. 그것도 이렇게 호수가 멀리 내다보이는 최상의 경치에서 말이지. 하하. 버스를 그렇게 햄버거 냄새로 범벅을 만들다니.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나머지는 모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하기에 재빨리 먹어치우느라 모두들 정말 정신이 없다. 우리 햄버거 먹으라고 자리 비켜주고 가이드 설명 듣고 있는 함께 버스를 타고 온 여행객들 모습이 저 멀리 보인다. "이거 정숙이 신랑이 사주는 건데 이렇게 헐레벌떡 먹어서 어떡해?"



깔깔 웃으며 요 거이 모냐고 우리 꼬락서니가 요 거이 무어냐고 투덜대면서도 하하 허겁지겁 서둘러 먹는다. 햄버거는 거의 다 먹었지만 그 맛있는 감자튀김이랑은 도저히 먹을 시간이 안돼 모두 쓰레기통에 쳐 넣는다. 아, 아까와. 가격도 만만치 않았는데. 우쒸.



2009년엔 미국 최고 대학이라는 명예까지 차지한 웨스트포인트. 프랑스 사관학교를 모델로 1802년 7월 4일

교관 5명과 학생 10명으로 시작했단다. 나무에 쓰여있는 연도가 1888년! 와우 130년 전에 이 곳을 다니던 학생들이 심은 나무라니. 아,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백여 년이 지났구나. 그때 심은 나무는 그대로인데 이 곳에 오는 학생들만 세월 따라 바뀌는구나. 




아.  쭉쭉 뻗어라. 그 기상이 하늘이라도 빵!!! 뚫을 듯싶다.





멋진 젊음이다. 우리는 환갑여행으로 이 곳에 왔다. 환갑 하면 모든 게 끝나버린 할머니라 생각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되어보니 그렇지가 않다. 마음은 이렇게 여고시절이나 지금이나 꼭 같을 수 있는 것이었다. 햄버거로 한바탕 곤혹을 치르고 하하 푸하하하 입으로는 웃음을 쏟아냈지만, 이게 몬 일이냐 대체. 미국 육군사관학교 한복판에서 허겁지겁 햄버거를 먹어치우던 우리들 모습이 영 마음에 걸린다. 무언가 이 곳 탑에서 설명도 많이 들었건만 아~ 무것도 그래서 생각이 안 난다. 그렇게 헐레벌떡 우리는 그곳을 뜬다. 햄버거 냄새에서 자유로와져서.




웨스트포인트 투어~ 콜라 컵을 들고 있던 손에서도 자유롭고 킁킁킁킁 햄버거 냄새에서도 자유로와진 우리는
이제 당당하게 버스를 탄다.





4년간 학문과 군사교육 엄격한 훈련을 받고 육군 소위로 임관해 5년간 장교로 복무한다. 1976년부터 여성도 입학을 허용해 지금은 전체 15%가 여성이란다. 여전히 하늘에선 땡볕이 내리쬐고 아름다운 교회는 여전히 우리를 유혹한다. 웨스트포인트 입학하면 모든 학비와 생활비를 제공받고 재학기간 중 80만 원씩 월급도 받는다니 정말 채연이 아들은 부모에게 효도한 거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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