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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06. 2019

미국 여행 우드버리 아웃렛

Woodbury Common Premium Outlets


이제 우리는 길을 달려 시간은 넉넉지 않지만 여기 오면 꼭 가봐야 한다는 유명한 쇼핑몰에 가기로 한다. 조금만 더 날씨가 따뜻해지면 이 길은 초록 나무가 우거져서 정말 멋진 길이 되는가 보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으로 더 말할 것도 없고. 장로님은 이 멋진 길이 우중충 회색빛인 게 영 아쉬우신가 보다. 너무도 아름다운 이 길을 우리가 꼭 봐야 한다며.


"네비 안 켜도 될까요?" "아, 여긴 60번도 더 넘게 다닌 길입니다." 아, 그렇군요. 우리는 안심하고 장로님께 모든 걸 맡기고 아주 짧게 남은 시간 미국 최고 아웃렛몰이라는 우드버리 아웃렛에서 쇼핑을 즐기기로 한다. 정식 명칭은 Woodbury Common Premium Outlets 간략히 줄여서 우드버리 아웃렛.




헉. 그런데! 분명히 팻말은 있는데 그런데 또!!! 진입에 실패. 뱅글뱅글 돌다 큰길로 나가서 다시 유턴. 유명한 곳이라서인가 되돌아 다시 진입 시도하려니 차들이 많아 막히기까지 한다. 아. 어쩌나. 에어컨 고장 난 차 안은 푹푹 찌고. 앗 그런데 헉. 아 헉헉헉헉 아, 어떡해. 갑자기 뒤에서 다급한 소리. 헉. 컥컥 앗 모지? 정숙이가 숨이 막혀 어쩔 줄을 모른다. "잠깐. 차를 세워주세요!!!" 우드버리가 코앞에 보이는데 모두들 너무 놀라 일단 차를 세우고 정숙이를 내린다. 모두 따라 내린다. 그러나 그곳은 차를 세울 수 없는 곳. 급히 길거리에 차를 세우는 걸 보자 차를 세울 수 없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앞차 뒤차 차 문이 벌컥벌컥 열리더니 사람들이 튀어나온다.


무어 도울 거 없느냐. 물이 필요하냐. 뭐가 필요하냐. 그냥 어떻게든 도와주려 달려드는 사람들. 아. 이게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구나. 일단 정숙이는 차를 타지 않기로 한다. 현미랑 혜정이랑 신덕이가 따라 남고 전날 쇼핑으로 커다란 가방이 필요했던 나랑 미숙이는 간단히 가방만이라도 사 오기로 한다. 채연이도 함께 간다. 딸이 부탁한 게 있다고 복희도 함께 간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0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 거대한 곳에서.




눈 앞에 보이는 에코. 저기 골프화 얼마나 비싼데. 일단 들어가 보기나 하자. 매장 안에는 거의 한국인. 30만 원은 넘게 주어야 살 수 있는 에코 기본화가 가만 요 거이 얼마야. 140불 14만 원 정도. 캬. 헐레벌떡 신어 볼 새도 없이 내 사이즈를 골라 계산을 치르고 이미 시간이 지났을까 급히 약속 장소로 간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심지어 주차장에서 기다려주시기로 한 장로님까지도.





미숙이가 바로 앞의 아디다스에서 나온다. 무어 샀어? 큰 가방 있길래. 아, 나도 그거 사야 하는데. 내가 하나 더
가져다줄까? 그래. 아무거나 네 거랑 같은 거. 고마워. 그렇게 떠나 간 미숙이도 오지 않고 채연이도 오지 않고
20분 지난 약속 장소에 아무도 없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채연이, 복희. 코치에서 가방한 개 겨우 건지고 정신없이 나오기를. 미숙이는 갑자기 줄이 길어져 그거 기다리느라고. 여차하면 길을 잃을 판.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고. 에고. 무슨 쇼핑을 할 수 있으랴.




정숙이가 어찌 되었을까. 어서 고우 고우~ 시원한 곳에 들어가 있으라 했지만 그들은 주차장 간간이 있는 작은 나무 아래 모여 있다. 마땅히 들어갈 곳도 없고 정숙이도 괜찮아져 그냥 밖에 있었단다. 하이고~ 다행히 정숙이는 말끔하게 나아져 있었다. 이제 우리의 고향 우리들의 스위트 홈 남영이 집으로 직행~ 피곤도 하고 채연이 딸과 사위가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 달려라 달려~ 오예~





헉. 그런데 우리의 장로님, 여기서 또 헤매신다. 한참을 가다 아니네. 유턴. 우리 모두 창에 달라붙어 지금껏 보아온 남영이 집 가는 길을 열심히 떠올려 "장로님, 여기예요." "여기 이쪽요." 하하 깔깔 푸하하하 폭풍웃음 속에 남영이 집에 도착한다.




세상에. 채연이 딸과 사위는 어머니들을 대접하고 싶었다며 이렇게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다. 헬렐레~ 폭싹 지쳐 기진맥진 도착한 우리는 한 상 가득 차려진 멋진 음식에 또 한 번 우아아아아아~ 감동에 감동 와그작와그작 그야말로 폭풍 흡입이다. 하하 아아아 아아아 너무 맛있다~


시원시원 모든 게 커다랗고 또렷한 서구적 미인 채연이 딸, 특히 눈이 참 예쁘다. 말도 서글서글. 호호 그리고 너무나 깔끔한 현대판 까도남 느낌 차분한 사위. 결혼식 때 우리가 축가를 불러주었던 커플. 하하 많은 박수를 받으며 '60넘은 할머니들이 노래할 수 있겠구나~' 우리에게 감히 미국 연주 여행까지도 생각해 볼 불씨를 심어준 결혼식이랄까.





야채샐러드에 아보카도를 듬뿍 넣어서~  호호 아아아아 맛있다. 떠나가는 딸을 배웅하는 우리 엄마들. 고맙다. 잘 먹었다. 정말 고맙다. 식당에 붙어 있는 액자에 눈길이 간다. 남영이 한창때 막 시집가려 할 때. 오홋. 너무 이쁘다. 아들 며느리 엄마 서방님 손주. 행복한 가족사진도 찰칵. 하하





떠나기 전날 밤이라 맛있는 케이크도 준비되고. 모든 것 끝난 뒤 어김없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짓는 예배를 드린다. 미국에서 드리는 마지막 예배다. "우리말야, 오늘은 특별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을 불러보기로 하자." 아, 그럴까? 그것 참 좋은 생각. 돌아가면서 모두 하잔 말이지? 오케이 뒤적뒤적 찬송가 고르기. 호홋


"나는 말이야 이 곡을 가장 좋아해. 왜냐하면...." 각 곡에 얽힌 추억이 자연스레 딸려 나오고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 한껏 빠져든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함께 찬양을 한다. 그렇게 돌아가면서 좋아하는 찬송가와 곡에 얽힌 이야기가 오래오래 나누어진다. 우리들의 많은 추억이, 오랜 세월이 잔잔하게 나누어진다. 소록소록 우리들의 미국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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