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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l 11. 2019

미국 여행을 끝내며

벌써 그리운 남영이 집


오늘은 우리가 떠나는 날이다. 손주 돌보랴 유치원에 태워다 주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 남영이. 그 와중에도 우리를 위해 그녀의 특기 오믈렛을 만들어주었으니 정말 맛있다. 나도 한몫 거들었으니 "혜영아, 여기 이 빵에 치즈크림을 듬뿍 발라. 그리고 그 위에 이 햄을 한 장씩 예쁘게 넣어~"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우리들 먹이겠다고 분주하던 남영이, 일찍 일어나 알짱대는 나를 보자 즉각 명령하니 "옛쏠!!!" 최선을 다해  만든다. 오예. 


남영아. 이리 복작거리다 우리 훌쩍 떠나버리면 너 쓸쓸해서 어떡해. 우리야 북적북적 그냥 함께 떠나지만, 갑자기 텅 비게 되는 이 커다란 집 속의 자그마한 우리 남영이는 그 황량함이 어떨꼬? 그래서 우린 자꾸 남영이를
꼭 안고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나도 신기해. 나 아팠거든. 이렇게 활동 못했어. 그런데 너희들 오고부터

아주 쌩쌩 팔팔이야. 하하." 오호호호 고뤠? 아, 얼마나 좋아 아아 아~



커피 당번 순기가 없으니 우리 커피 다 먹었네? 혜정이랑 성우가 커피 머쉰 앞에서 걱정 하덜덜덜 말라며 열심히 커피를 뽑고 있다. 그러나 "순기 커피만 할까?" 메롱 거리며 먼저 간 순기랑 성애를 그리워할 때쯤 띵동 도착하는 카톡. 남영이가 싸준 도시락 공항에서 아주 잘 먹고 잘 도착 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마중나온 성애 서방님 차를 타고 집으로 잘 갔다는. 오오~ 잘 갔구나. 호홋.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오늘은 우리 이 곳에 다 함께 모여 먹자. 그래그래. 요 거이 우리들 마지막 미국에서의 아침이구나.


한가득 푸짐하게. 아 맛있게 생겼어. 정숙아~ 너 그렇게 작은 몸으로 그렇게 많이 먹어? 오늘은 실컷 먹을 거야. 미국에서의 마지막 아침이여. 오홋. 성우도 접시 한 가득. 호홋 좋아 좋아. 어서 앉아. 우리 먹자. 자 마지막 촬영을 하자. 정든 남영이네 식당. 홈 스위트홈 우리들의 다정했던 집. 식사기도 하게 빨리빨리들 모이셔. 오홋. 현미. 구립쁘 말고 등장. 영화배우 같아~ 예뻐~ 


야, 우리 오늘은 오랜만에 그거 해보자. 오케이~ 척하면 척. 식사 기도 대신에 울려 퍼지는 노래. "날마다 우리에게 양식을 주시니~ 은혜로우신 하나님, 참 감~사~  합니다. 아~멘." 오홋. 여고시절 간식이고 밥이고 그 무엇이고 먹기 전이면 자동 빵으로 나오던 식사 노래. 즐겁게 부른다. 


오늘은 남영이 서방님도 함께 우리 모두 모두 함께. "교수님~ 저희들 때문에 2층 좋은 방도 뺏기시고 매일 쏘파에서 정말 불편하셨지요?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희들 너무너무 좋았어요. 감히 미국행을 가능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십여 명을 당신 방까지 내어주시며 머물게 한 우리 교수님. 아, 감사합니다.



곳곳에 남영이 손길 가득. 그녀의 정성 가득한 건강한 밥상. 맛있다. 깔끔하다. 이제 곧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야 한다. 아쉬움에 우린 밥만 꾸역꾸역 먹는다. 꼭 해보고 싶었는데 못한 게 있다. 우리들 첫사랑 이야기. 발가락 맞대고 누워 밤새도록 각자의 사랑이야기를 나누려 했는데 바쁜 스케줄은 우리를 밤이면 잠자리로 몰았다. 특히 교수님께서 남영이에게 홀딱 반해 정신없이 쫓아다니신 이야기는 꼭 들었어야했는데. 부모님 반대 무릅쓰고 결혼에 성공하기까지 그 많은 이야기를 못 들은 채 떠나는 날이 되어버렸다. 세월은 항상 그렇게 휙휙~ 너무도 빨리 지나간다.  



떠나는 우리들에게 남영이는 또 바리바리 안겨주었으니. 아, 세심한 남영이. 어떻게 이런 것까지 다 신경 써서 준비한단 말인가. 우리들 공항에서 요기하라고 생수에 오렌지에 과일에 샌드위치에 유부초밥까지. 



1층 거실에서 지하로 내려오니까 지하 같지만 그러나 사실은 1층. 주차장과 통해있는 곳. 복도로 길게 연결되어있는 정말 커다란 집. 커다란 쏘파는 침대로도 쓰였고 그것도 모자라 이동식 침대를 많이 들여놓은 남영이. 정들었던 집.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하고, 사진을 찍고, 손님들을 맞이하던 정든 거실. 아, 따스히 내리쬐던 햇빛이여 안녕. 


이번엔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당신 차를 몰고 오신 장로님. 어제 삼세번!!!! 길을 잃으셨었다. "60번 넘게 다니셨다면서요~" 큰 소리 빵빵!!! 그러나 어김없이 유턴!!! 길 찾아 쩔쩔매시던 장로님 이야기로 또다시 푸하하하 모두들 웃음꽃 활짝. 




자꾸 우리들을 붙드는 아, 정말 예쁜 곳. 잊은 거 없나? 우당탕탕 이 예쁜 돌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이젠 사진을 잘 찍으시는 교수님, 어느새 후다다닥 달려내려와 나를 안으로 들이밀고 찰칵찰칵. 이제부터 단체사진 팡팡 잘 찍으실 수 있는데!!! 그런데 우리는 이제 떠나간다. 남영아~ 정말 고맙다. 절대 못 잊을 거야. 너의 집에서의 순간순간을. 떠나가는 우리는 매우 매우 섭섭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떠나야만 한다. 뿌아아아앙~ 드디어 출발.



우리가 미국 오던 날, JFK 공항에서 아시아나 셧틀 타고 와 첫 만남을 가졌던 골프 연습장 앞. 오늘은 여기서 그 셧틀을 타고 다시 그 공항으로 간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 골프연습장 안으로 모두 쭐레쭐레, 히히. 미국 골프 연습장은 이렇게 생겼구나. 우리나라와 달리 직접 골프장에서 치는 느낌이겠다. 어프로치 연습을 실감 나게 할 수 있겠다. 하하 세상에. 이렇게 잔디밭 위의 연습장이라니. 우리는 2층 3층 깎아지른 절벽 같은 곳에서 땅이 아니라 그물이 쳐진 허공을 향해 공을 날리는 데. 이렇게 직접 땅에서 공을 치면 얼마나 실감 날까. 아. 좋다. 골프연습장. 당장 한 개라도 쳐 보고 싶다. 하하





드디어 우리를 태워 갈 셔틀버스가 왔다. 미국 처음 올 때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해주었던 바로 그 기사님께서 반가이 우리를 맞이한다. 모두들 탑승 완료. 안녕 안녕. 이제 정말 가네. 남영아~ 잘 있어~ 목사님, 안녕히 계세요~ 아, 우리들 헤어짐은 이렇게 실제가 되어버리고. 




"우리 정말 가는 거야?" 드디어 JFK 공항. 우리가 입국했던 곳. 미국 최대의 공항. 1943년 착공 1948년 개항
본래 '뉴욕 국제공항'이었지만 1963년 유세 도중 사망한 존 F. 케네디의 이름을 따 바꾸었단다. 바로 그 해에.

남영이가 새벽같이 일어나 싸 준 도시락을 점심 먹을 곳도 마땅치 않은 이 공항에서 우리는 먹는다. 대합실 의자에 앉아 정말 맛있게도 냠냠이다. 밥을 든든히 먹어 비행기 타러 올라가는 발걸음도 무척 가볍다. 채연이 사위가 공항에 까지 와서 우리들 짐 싣는 거며 모든 과정을 지켜봐 준다. 행여나 할매들 길 잃을까 봐. 



드디어 비행기 안에 자리 잡는다. 아, 꿈이었던가~ 여고동창들과의 환갑여행 미국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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