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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Jun 08. 2019

미국 여행 루레이 계곡 박물관

루레이 동굴 옆




아~ 루레이 동굴에서 나오니 더더욱 땡볕. 미국의 햇빛은 정말 사정없어라. "혜영아, 빨리 와~" 순기가 날 챙긴다. 우리에겐 약간의 여유가 있다. 그래서 그 주변을 돌아보기로 한다. 버지니아주 한적한 대낮의 모습이랄까? 여기를 보아도 저기를 보아도 평화로운 시골 모습이다. LURAY VALLEY MUSEUM 루레이 계곡 박물관 들어가보잣. 우리는 자그마한 곳 빨간 문을 밀고 들어간다. 영화에서나 보던 따가닥 따가닥 쉐난도~ 바로 그 마차가 나타난다.



아. 음악이 이렇게 만들어졌구나. 처음엔 알파벳으로만 동그라미 세모 네모 그러다가 동그라미로 바뀌게 되는구나~ 살아있는 음악의 역사랄까. 옛날 악보 하며 많은 책들. 그리고 바이올린. 1810년 버지니아 짐마차. 오호...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이다 흠흠



짐마차에 밭에 농장에 집, 창고. 일하는 아저씨들. 그리고 나무. 현장에 있는 듯 착각이 들 정도의 사실적 풍경화가 아주아주 크고 넓게 벽을 둘러싸고 있다. 그때 사용했던 말발굽 앞에서 문득 온 가족이 살림을 싣고 이사 가던 분노의 포도 소설 속 장면이 생각난다. 감자로 그 험난한 배고픈 순간들을 겪어내게 하던 엄마 모습 하며. Touch Me for GOOD LUCK 오홋. 행운을 얻으려 너도 나도 만지고 쓰다듬고 하하



오 쉐난도~ 어릴 때 우리 아버지는 쉐난도 이 영화 음악을 참 자주 틀어주셨다. 안방 중심에 보물처럼 놓여있던 커다란 전축. 어린아이는 쉐난도 아저씨가 떠나는 걸 매우 슬퍼하지. 그렇게 아버지는 음악의 진행 따라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절정에 이를 즈음 전축에서 들려오는 따가닥 따가닥 멀어져 가는 말발굽 소리. 쉐난도~ 이제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막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듯하다. 그리운 아버지.  




자, 드디어 영광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 은경이 서방님 그 새를 못 참고 워싱턴까지 날아오시닷. 하하 오셨어요? 신덕이가 반가움에 활짝 웃고 드디어 은경이~  아~ 보고 싶었어 여보~ 급기야 꽉 껴안고. 호홋. 얼마나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그래 그랬어? 하하. 포옹해. 포옹해. 우리가 그렇게 몰아붙였던가? 아님 절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포옹이었던가 그건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은경이도 서방님도 좋아서 싱글벙글.



우리의 점심식사는 치즈케이크 팩토리에서. The Cheesecake Factory 꽤 유명한 곳이란다. 자~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와우 어마어마하게 크고 시원하다. 땡볕에 시달리다 들어오니 너무 좋다. 서빙하는 아가씨가 너무나 매력적이다. 얼굴보다 두배는 더 크게 부푼 헤어스타일 하며 까무잡잡한 피부 하며 반짝이는 커다란 눈 하며 게다가 얼마나 날씬하던지. 하하


헤어짐이 다가오므로 그동안 함께 한 버스 기사님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한다. 항상 조용히 우리를 지켜주며 어디고 데려다주었던 기사님. 자~ 주문을 합시다. 맛있는 게 한 가득. 피곤한 우리 지휘자님. 입이 찢어지도록 하품~ 하하. 노래를 요렇게 하품하듯이 부르라 했지 아마? 무얼 시킬까? 무엇이 우리 입 맛에 맞을까? 열심히 메뉴판을 보지만 무엇이 정말 우리 입맛에 맞을지 알 수가 없어 이 곳에 많이 와 본 친구들이 주도해 이것저것 시킨다.



우선 등장하는 먹음직스러운 시커먼 빵과 큼직한 버터. 배고파서 일단 빵에 버터 듬뿍 발라 한 입 꽝. 아~ 맛있다. 줄줄이 이어지는 맛난 것들. 아. 저거 시킬 걸. 닭강정 같은데? 하하. 옆집 꺼 흘낏흘낏. 엄마야~ 요것도 맛있겠다. 샐러드 맛있어~ 한 입 쏙 헤헤 오홋 요것도 맛있어요. 궁금 궁금 옆집 음식 모두 궁금. 하하. 우린 조금씩 맛을 보기도 하고 그냥 점잖게 자기 꺼만 먹기도 한다.




햄버거도 아주아주 맛있다. 푸짐한 점심을 맛있게도 냠냠 신나게 먹는다. 맛있는 식사가 끝나고 기정이가 가져온 영양제를 나누느라 분주, 투철한 사명감의 나는 의자 위로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 대기 바쁘고 누군가는 그런 나를 찍어 올리고 하하. 헤어짐의 시간이 너무 아쉽다. 은경이 동심이 정래가 떨어져 나간다. 엉엉


헤어짐이 섭섭하여 우리는 모여서 사진을 찍고 또 찍고. 기정이 서방님 은경이 서방님 모두 모였다. 기정이랑 은경이랑 동심이랑 여고시절 삼총사였고 외국 유학시절 함께 이어져 서방님끼리도 잘 아는 그런 친한 사이. 그래서 여기서 함께 모여 점심을 먹고 은경이, 동심이는 기정이 집에  정래는 기정이가 공항까지 태워주면 텍사스로 간다. 많은 친구가 여기서 헤어지는 것이다. 영양제를 커다란 박스 채 가져와 우리들에게 안기는 기정이. 한결같은 미소는 여고시절과 꼭 같은데 거기에 목사 사모에게서 풍겨 나오는 품위와 자상함이 있다.  



은경이 동심이 정래의 짐이 내려지고 있다. 아, 정말 헤어지는구나. 우리의 여행이 끝나가는구나. 헤어짐이 아쉬워 꼭 껴안고 촬영 또 촬영. 새카만 기사님도 함께 찰칵. 아아아아 우리의 여행이 끝나간다. 모두 함께도 오늘로 끝. 아쉬움에 찍고 또 찍고. 쨍쨍 내리쬐는 햇빛도 전혀 두렵지 않아~ 헤어지지 못하는 우리들. 잘 가~ 잘 있어~ 껴안고 악수하고 인사하고. 이별은 언제나 아쉽다. 잘 가~ 이제 진짜 간다!!! 떠나랏!!! 안녕히 가세요~ 미제 땡볕 아래 치즈케이크 팩토리앞에서의 우리들 이별식은 그렇게 한 참 만에야 끝이 난다.


이제 갈 사람 가고 남을 친구들만 남은 채 우리의 고향 남영이네 집으로!!! 윽. 뜨거워~ 소리가 절로 나도록 무지막지 내리쬐는 땡볕. 미국 햇빛 정말 알아주어야 해. 커피 한 잔 하고 가자. 휴게실로 고우 고우~ 여유로운 휴게실에 자리 잡고 앉으니 하. 갑자기 홀쪽해진 친구들 빈자리가 우리들 가슴을 휑~ 쓸쓸하게 만든다. 삶이란 이럴 거야. 언제나 만나고 헤어지고. 헤어짐이 있으면 또 만남이 있고. 정래는 잘 갔으려나. 자~ 자~ 다 잊고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을 귀하게. 지금 곁에 있는 친구들 소중하게. 아~ 맛있다. 종류대로 커피를 시켜 맛있게도 냠냠. 거기~ 쫌 서봐~ 휴게실 앞 햇빛이 너무 좋아 찰칵찰칵 이렇게 모이면 여고시절 고대로인데. 각자 삶을 사노라 바빴던 우리들. 다 내려놓고 오랜 기간 함께 한 우리들. 여고시절로 돌아갔던 여러 날들.



우리 집 같은 남영이 집에 갈 일만 남은 우리들. 편안하게 버스 안에서 일몰을 구경한다. 바빴던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공항이 가까운가. 비행기가 수시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착륙하는 비행기 가로등 그리고 지는 해. 멋지다. 언제나 이별과 만남의 반복. 헤어짐은 섭섭하고 만남은 기쁘고 다시 헤어짐은 더 섭섭하고.



아름다운 하늘. 삶의 일상에서 스케줄을 뚝 떼어 이렇게 미국으로 훌쩍 올 수도 있는 일. 여행은 그렇게 하는 거다. 여고시절 단짝 순기랑 나는 또 버스 맨 뒤 긴 의자로 가 벌렁 누워 발을 양쪽으로 쭉 뻗어 창에 걸치고 내내 누워서 간다.



남영이 집에 들어가기 전 저녁을 먹기로 한다. 한국식 냉면집. 유천이라는 곳. 사람이 바글바글이다. 꼭 한국인만이 아니다. 외국인에게도 냉면은 인기인가 보다. 이렇게 줄을 선다면 꼭 먹고 가야지. 헤헤 기다리는 중에도 우리의 수다는 끝이 없다. 어디에 떨구어 놓아도 우리끼리 즐거울 수 있는 친구들 여고동창이다. 기필코 먹고 가리라. 기다림의 시간이 매우 길어지지만 우리들 수다를 늘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려 맛있는 냉면과 만두를 먹는다.



우아아아아아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쉬일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헤헤 물론 작지는 않지만, 이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지는 것은 마치 우리들 집 같은 그리운 남영이 집에 다시 돌아왔기 때문이리라. 우리랑 손발이 척척 맞았던 따뜻한 가이드님. 감사합니다~ 미국에 다시 오면 꼭 블루여행사 찾겠다고 단단히 약속한다. 기사님과 가이드님께 감사의 금일봉을 전달한다. 짝짝짝 감사합니다~



고요한 밤 달빛도 창 앞에 흐르면 내 푸른 꿈길도 내 잊지 못하리 저 맑은 바람아 가을이 어디뇨 벌레 우는 곳에 아기별 눈뜨네 오~사랑 나의 집 즐거운 나의 벗 내 집 뿐이리 집 내 집 뿐이리~호홋 아, 오랜만에 도착한 남영이 집이 이제는 우리들 집처럼 편안하여라. 아 좋다. 아쉬운 건 내일이면 단짝 순기가 떠나간다. 옛날 여고시절 알토에서 내 오른쪽에 섰던 순기 그리고 왼쪽에 섰던 성애가 내일 모두 떠난다. 미국 서부에 살고 있는 그녀들은 동부에 오는 우리에게 잠시 합류했던 것이다. 순기야, 잘 가~ 우리 씩씩하게 잘 살고 있다가 언제고 때가 되면 또 만나자. 아무리 오랜만에 만나도 바로 어제 헤어진 듯 즉시 회복되는 우리들 우정, 우리는 여고 동창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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