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여고동창들과 함께>
민박집 아저씨는 자신의 트럭으로 우리의 모든 짐을 버스 타는 곳까지 옮겨 준다. 허허허허 사람 좋은 웃음을
연방 쏟아 내시며. 그야말로 보길도여 안녕이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배를 타러 간다. 버스 안 친구들이 어찌나 예쁜지 누가 환갑 할매로 볼까. 그런데 우리가 환갑이란다. 우리는 지금 여고동창들이 환갑여행 중이다.
자, 뿌앙~ 우리를 보길도에 데려다준 배를 타고 이제 보길도를 떠난다. 안녕 보길도 안녕 윤선도 안녕~ 다시 배를 탄 우리들 무얼 했을까? 왼쪽 둥글게 모여 집중하고 있는 한 무리를 보라. 대충 둘러앉아 있던 친구들도 나중엔 거의 모두 합류하였으니 호홋. 그것은 바로바로 공기놀이. 많은 공기 말고 5알 공기. 정자가 공룡알
해변에서 슬금슬금 들키지 않도록 아주 몰래 집어 온 우리들 공기.
"혜영이 공기 실력이 진짜인지 봐야겠어. 혜영이 이리 와 봐." 하면서 시작된 우리들 공기. 난 꺾기 할 때 손가락이 착 휘면서 공기알들이 한가운데로 쪼르륵 몰려 휙 뒤집으면 5알이 손에 모두 잡히며 항상 5년. 그야말로
"왕년에 내가~ " 하며 한창 공기 자랑을 해댔던 것이다. 헉! 그런데!!! 이게 웬일. 5년은커녕 꺾기까지 가지도 못하네. 내참. 무엇보다도 위로 던져진 공기알이 제대로 보이질 않아 잡을 수가 없다.
그건 나뿐만이 아니다. 연희도 돌 한 개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다. "공부만 하면 저렇게 된단다." 정자가 공깃돌 앞에서 쩔쩔매는 친구들 실실 놀리고. 잘 안돼? 나도 왕년에 공기 쫌 했는데! 관심 없는 듯 앉아있던 친구들도 몰려들기 시작. 하하 배꼽 잡는 공기 열전이 벌어졌으니 우리 모두의 신경은 온통 공기놀이로. 그러나 나도 해볼까? 하면서도 망설망설 용감한 친구들만 감히 공깃돌을 잡았으니...
미애가 휘익 공깃돌을 던져 보더니 안 되겠다 뒤적뒤적 돋보기를 꺼내 쓰는 게 아닌가. 하하 웃겨. 미애야 돋보기 끼고 공기놀이라니. 하하 푸하하하 아이고 배야 자자 해봐 공부만 했는지 쫌 놀았는지 봐야겠어. 싹싹 잘도 집어 휙휙 멋지게 낚아채는 종란이 와우 쫌 하네~
다음 자신 있게 공기를 잡는 선옥이. 와우.
1년
2년
.
.
거침없이 해나가는데 우아
.
.
.
우린 크게 합창한다.
8년
9년
10년
.
.
.
우아와 아
18년까지!!!
와우 선옥이 공기를 어쩜 이리 잘해?
나 애들 어릴 때 함께 공기 했걸랑.
정애 차례 하하 와우
정애도 잘하네.
공부만 하지 않았구낫
하하 깔깔 푸하하하
휙휙
와우 잘해요
종란이도 정자도 경숙이도...
우리 모두 공기놀이에 정신없는 새
뿌아아앙
배는 도착한다.
"영선이가 안 보여."
정자가 후다닥 나오던 걸음을 홱 돌려 배 안으로 향한다.
달려라 달려 쌩쌩
모야
'정신여고라고 정신읍능겨?'
라는 말을 들었다며 하마터면 보길도로 다시 들어갈 뻔했던 영선이, 우정이, 선희.
아슬아슬하게 정자가 구출해내었으니 아 위대하여라 우리 정자~ 박수 짝짝짝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