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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뜰 Oct 04. 2019

아기 낳고 이주

1983년 9월 7일 수요일


천둥번개가 우르르 꽝꽝 치는 아주 이른 새벽이다. 새벽 4시 반. 아무도 일어난 사람은 없다. 많이 피곤하다. 우리 아가가 빼각빼각 울어서 난 일어났다. 한 30분 젖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었다. 잠을 잘 것 같으면서 자지 않는다. 이 엄마를 좀 편하게 만들어주지 않고.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구나. 우리 여보야 방에 달려가고 싶지만 푹 잠자도록 내버려 두기 위해 이따 7시까지 꾹꾹 참으리라. 착하고 좋은 우리 신랑. 사랑한다. 두려울 것도 없다. 자신과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살아가리라. 아가도 자신 있게 키우고 어서어서 모든 것을 배워야지. 정리도 잘해야지.


1983년 9월 8일 목요일


정말이지 하루가 너무나 쏜살같이 지나간다. 오늘이 2주째. 어제는 너무나 양다리가 뻐근하며 아팠다. 젖을 먹이고 났는데 우리 아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다. 눈을 반짝 뜰 때 정말로 또릿또릿 해 보인다. 공부도 잘하고 아주 훌륭한 아이가 되면 좋겠다. 배꼽 처리를 완전히 난 잘못 듣고서 알코올을 듬뿍 묻힌 채로 해놓았으니 약간 냄새가 나는 것도 같고 진물이 나오는 것도 같은 게 영 불안하다. 2주가 되는 지금까지도 배꼽이 안 떨어지고 있다. 혹시라도 이상하게 되면 어쩌나? 우리 아가, 제발 탈 없이 건강하게 커다오.


1983년 9월 9일 금요일


가락동 한양아파트 27평. 분양가 2,800 만원에 채권을 211만 원 써넣었고 1순위 통장인데 떨어지고 말았다. 우리로서는 현재 3,000 만원이라는 그것 자체도 무리이므로 떨어진 것이 차라리 잘 되었다. 또 하루가 밝았다. 15일째인데 좌욕을 물이 너무 식어서 했더니 산뜻하질 않다. 아가가 뿡뿡 방귀를 뀌어댄다.


엄마가 감기에 걸리셨다. 기침과 열이 대단하시다. 아가 옆에 자주 오신다. 난 불안하다. "엄마, 마스크 하세요. 기침 접근 금지!"  그렇게 내가 말한 것이 엄마는 많이 섭섭하신가 보다. 어쨌든 아가는 감염이 쉬울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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