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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낳고 삼주

by 꽃뜰 Oct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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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9월 12일 월요일


우리 아가가 양팔을 모두고 너무나 귀여운 모습으로 내 이부자리에서 정말이지 잘도 잔다. 가끔 흉측한 모습의 배닛 짓을 해가면서 말이다. 배꼽에 하얀 게 조금 남기는 했는데 병원, 성모병원엔 가기 싫다. 그대로 소독하다 보면 나을 것도 같다. 기다려 보자. 이제는 자신을 갖고 육아에 임하기로 했으니까. 남들 다 하는 것을 왜 못해? 


그가 일본에서 사 온 기저귀 카바를 하기 시작했다. 기저귀 갈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깰 때가 되었는가. 꽁알 거리기 시작이다. 우리 아가. 젖 먹이는 것까지는 좋은데 영~ 트림시키는 것이 난 아직도 많이 서툴다. 매번 트림시킨다고 안고 있는 것이 한 30분. 트림은커녕 젖을 왈칵 토해버리는 통에 슬프다. 난 아직도 제대로 된 엄마 되려면 멀었는가? 어젯밤 똥을 많이 눈다고 똥꼬가 새빨갛다고 기응환을 먹였다. 노란 것 한 알을. 


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꼬박 새웠다. 젖 먹겠다고 빼각빼각 울어대고 먹이고 나서 트림을 시키겠다고 어렵게 엉거주춤 안고 등을 토닥거려주기 30분. 팔은 떨어져 나가는 것 같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나의 다리도 떨어져 나갈 듯 아파 죽겠는데 트림할 줄을 모른다. 


1983년 9월 13일 화요일


좌욕이 이제는 더 이상 효과가 없는 듯싶어 어제부터 그냥 샤워로 끝내고 있는데 오늘 지금 그 밑부분이 따끔따끔해서 긴장된다. 비누와 샤워 물이 그대로 들어가면서 병균이라도 들어간 것일까? 왜 따끔거릴까? 어떻게 생겼는지 들여다보고 싶기도 하다. 


새언니와 한양유통 여기 잠실에 새로 개통한 곳에 다녀왔다. 호떡이 너무 맛이 없다. 생선이나 고기를 사기에나 좋은 것 같다. 가습기가 46,500원이나 한다. 아고 비싸라. 그래도 사야지. 아니면 누구보고 사달래야 지. 이제는 웬만큼 뻐근거리고 아픈 것은 무시하고 후다닥 일어나 일도 하고 아가 돌보는 것도 잘 배우고 하자꾸나. 


아가가 열심히 잔다. 오늘부터 엎기 시작했다. 엎어져서 그 요가 마치 젖인 양 입술을 돌려가며 마구 빨아댄다. 가끔 인상도 쓰고 웃어도 가며 두 팔을 머리에 올리고 자는 폼이 여간 귀여운 게 아니다. 예쁜 홈웨어로 갈아입고, 샤워를 끝내고 신랑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에서 얼마나 힘들까? 집에 오면 우리 집안에서는 그가 왕이 될 수 있도록 난 그의 종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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