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내복을 기대하며
아들이 드디어 취업에 성공했다.
매일 아옹다옹 싸우다 보니 어느새 종착지에 도착했다.
아들에게 고생했다고 칭찬과 축하 메세지를 전하니, 본인도 매우 좋아한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본인이 꼭 가고 싶은 회사에 두어번 떨어지면서 많이 의기소침해져서 걱정 했는데 본인도 '이제 끝났다' 생각하는 것 같다.
인턴 8주후 최종 합격이 결정된다고 하지만 비교적 대다수의 인턴이 정식 직원이 되는 조건인 것 같다. 그동안 객관적인 조언을 해야한다는 핑계로 아들의 생각과 태도가 맘에 들지 않으면 험하고 아픈 말 많이 쏟아낸 것이 슬쩍 미안한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살살할 걸 그랬나?
이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대중 교통에 시달리면서 야근, 회식까지 마치고 늦게 귀가하는 평범하지만 늘 피곤한 직장인이 된다고 생각하니, 맘이 짠하다.
이제 부터 고생 시작인데, 이제 끝났다라고 생각하는 아들의 해맑은 얼굴도 마음에 걸린다.
아들아!
우선 취업을 축하하고 회사가 판교나 양재가 아닌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군대 그리고 직장인으로 라이프 싸이클이 바뀌는 것은 큰 변화이니 당분간은 새로운 일과 환경에 흥분되고 혼란스러울 것이야. 대 전환의 시기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 자 적어 본다.
1. 인턴 기간은 회사가 너의 능력과 잠재성을 파악하는 기간이자 너도 회사와 업무가 너에게 적합한지 미래 비전은 있는지 판단하는 시기이니 회사 사람들에게 무조건 잘 보이려고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너를 보여주고 동시에 회사를 평가하길 바래.
2. 거의 모든 인턴들이 정직원이 되는 과정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같이 근무할 동기들과 친하게 지내. 어설프게 경쟁자라고 경계하고 서로 서먹하게 지내면 너희만 손해야, 회사나 사회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가야 더 멀리 간다. 인생은 무한 게임이라는 점은 잊지마,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야 성장할 수 있어, 눈에 보이는 경쟁자에만 집착하고 작은 승리에 모든 것을 얻은 것처럼 생각하면 우물안 개구리나 권모술수만 집중하는 바보가 된다.
3. 너는 예비 직원이지 약자가 아니야, 고기 굽고, 복사하고, 술자리 끌려가고 하는 것도 회사 일의 일부이지만 회사 내의 누군가가 본능적으로 부당하고 도를 넘으면 반드시 목소리를 내서 문제제기 해라. 그런 과정에서 너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직에는 몸 담는 것이 의미가 없어.
4.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남녀노소 구분 말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존경하는 마음을 한결 같이 보이면 오히려 너가 더 멋있어 보이는 것 모르지!
다른 무엇보다도 일이 부담으로 너의 인생으로 자리 잡지 않고 일을 통해 너도 성장하는 선순환이 되길 빌어줄게. 첫 월급날 빨간 내복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