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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30. 2023

집에 관하여

집 시리즈: 프롤로그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이 생겨서 에어비엔비를 빌려서 잠시 머물게 되었다. 넓은 아파트를 합리적인 가격에 빌렸다. 우리 세 가족이 머물기에는 상당히 크지만 1/10 크기의 호텔방 가격이라 빌리게 되었다. 넓고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한 이곳에 머물며 여기는 우리가 단기로 거주하던 수많은 집들을 생각해 보게 된다. 


초등학교 3개, 중학교 2개, 대학, 대학원에 결혼 후 케냐, 카메룬까지 옮겨 다니며 수많은 집에 거주했다. 그리고 이후에 알게 되었다. 평생을 같은 집에서 산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남편). 그래서 내가 살아왔던 집들에 대한 경험이 평범하지 많은 않다는 꺠닫고 조금씩 정리를 하고 싶어졌다. 


어린 시절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늘 가장 오래도록 집에 머무는 사람이었다. 대학교, 대학원에는 기숙사 생활을 해서 떠나 있었지만 결혼 후에도 나는 집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그래서 어떤 집에 머무느냐에 따라 내 마음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아마도 다들 그러지 않을 싶다. 


어느 시절 머물렀던 집에서는 비를 맞으며 걸어 다닐 수밖에 없을 만큼 마음이 어려웠고 어느 집에서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힘차게 살아내기도 했었다. 환경을 이겨내는 많은 분들도 있겠지만 환경에 영향이 많은 나는 어디서는 가진 예산에서 조금 무리하더라도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 애를 쓴다. 어떤 집에 머무느냐가 내 마음에 많은 영향을 미쳐서이다. 


사실 한국에 집을 사야지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아마도 평생 옮겨 다니다가 마지막 나라에서 정착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상황은 늘 변하고 마음도 변한다. 이번 여름, 모든 것이 변하는 상황에서 나는 한국에 우리 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디든 돌아올 곳이 있으면, 우리 가족의 쉴 곳이 어느 나라에든 있길 바라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집을 사기 위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사는 도시도 좋고 서울도 좋다. 어디든 우리 가족이 더 이상 이민가방을 몇 개씩 짊어지고 친정과 시댁을 오가는 일이 없길 바라게 되었다. 결혼 후에는 어느 곳도 내 집이 아닌 나와 남편, 내 딸이 오롯이 사는 곳이 내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내 집이 필요하게 되었다. 집은 마음이 머무는 곳이니까. 


그렇기에 집에서는 가능하면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란다. 어느 부모님이 아이를 양육할 때 항상 훈육은 바깥에 나가서 카페 같은 곳이나 공원에서 조용히 이야기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뜻도 있지만 집은 편안히 쉴 곳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들은 우리를 최선을 다해 키워주셨지만 그 시절은 강한 훈육과 체벌이 존재하던 시기였고 그것이 옳은 방법이라 여겨졌다. 그렇기에 집에는 상처와 두려움, 도망가고 싶은 마음들로 가득했다. 그래서 대학교에 들어가 망설임 없이 짐을 싸 기숙사로 들어갔다. 


지금 아이는 집에 머무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초인종 소리에 아빠와 엄마를 반기며 뛰어나간다. 두려움도 상처도 없다. 절대 내가 아이를 잘 키운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집안에 공포와 두려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직까지는 잘 전달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곧 사춘기가 오고 다른 상황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작가들은 처음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후에 다른 사람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에 소설을 쓰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에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나의 이야기이다. 조금 웃기고 슬프고 즐겁고 평화롭고 그런 이야기들을 해보려 한다. House와 Home 모두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미 다 지나간 시절에 관한 이야기이니 가볍게 들어주시면 좋겠다. 


* 화요일, 수요일에 급한 마감과 서울로 이동하는 일정이 겹쳐서 글을 못 올렸어요. 기다리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세이브 원고도 열심히 정리해서 앞으로는 빠트리지 않을게요! 늘 감사드립니다. 


사진: Unsplash의 Scott We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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