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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24. 2023

빵을 사는 기쁨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일주일에 한 번 빵을 산다. 아침마다 빵으로 아침을 먹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씩 빵을 꼭 산다. 어쩌다 보니 매주 금요일 아침에 빵을 사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빵 사러 가는 금요일 아침이 늘 기다려지곤 한다. 


빵집은 이 도시에서도 꽤 유명한 곳이다. 아침에 9시에 오픈하는데 오후 1,2시면 빵이 다 팔려서 살 수가 없다. 그래서 오전부터 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9시 전에 줄을 서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빵 나오는 시간이 비교적 규칙적이지만 그래도 날씨에 따라 나오는 빵시간이 달라서 가끔씩 원하는 빵이 없을 때도 많이 있다. 


설탕과 우유, 버터를 넣지 않은 빵을 주로 많이 파는 곳인데 맛이 정말 좋다. 식빵도 바게트도 깜빠뉴도 맛이 정말 좋다. 버터를 쓰지 않기 때문에 빵을 잘 보관하지 않으면 금세 딱딱해지곤 한다. 빵을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크랜베리 바게트를 하나 물고 돌아오면 기분이 정말 좋다. 이곳에서 커피를 파는데 커피맛도 좋다. 쿠폰을 10개 모으면 한잔을 아메리카노 한잔을 먹을 수 있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커피와 빵을 들고 찬바람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묘한 성취감 또한 있다. 


빵을 먹어보면 빵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들이 만드시는구나 느낄 수 있다. 오월의 종의 무화과 바게트가 생각나기도 한다. 오월의 종에서 처음으로 무화과 바게트를 먹었을 때 정말 놀랐는데 이곳의 크랜베리 바게트도 먹고 눈이 휘둥그레졌었다. 게다가 막 만들어서 따뜻한 빵이라니 이런 호사가 없었다. 버터와 우유, 계란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도 나에게는 행운이다. 


작은 빵에서도 정성과 일하는 사람의 기분이 느껴지는데 내가 하던 일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고 싶어서 재미있어서 좋아서 정성을 쏟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은 분명히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 때도 분명 있다. 그렇기에 꾸준함과 성실함이 필요한 것이다. 


(왼) 어느날의 빵쇼핑 (오) 아침마다 먹는 크랜베리 바게뜨


그동안 일하는 환경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했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기조가 강했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일을 정말 잘할 때는 몰랐는데 일을 못하는 측에 들어보니 이런 기조가 얼마나 압박적인지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하지만 잘하지 못했던 후배들을 압박했던 자신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중에 무엇을 하는 것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지금 내 앞에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라고 냉소적으로 대답했었다. 하지만 결국은 좋아하는 일, 마음이 가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이 가는 일이라면 더 노력하게 되고 분명 잘하게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하는 일을 하고 싶다. 잘하는 일, 너무 애쓰고 고통스럽지 않아도 성과가 잘 나서 신나는 일 말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일이 아니라 성취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 뻔한 답일까. 


오늘은 오전에 일을 하고 가느라 빵집에 좀 늦었었다. 고구마 식빵만 남아있어서 아쉽긴 했지만 커피가 마음을 달래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고구마 식빵에 커피를 마셨다. 깊은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앞으로 내게 주어질 일들은 어떤 일들일까. 


사진: Unsplash의 Wesual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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