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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23. 2023

힘들어도 5시에 일어나는 건

불확실을 견디는 일 

자꾸 뭔가를 견디는 글을 쓰게 된다. 지금 너무도 불확실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해가 다 가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12월이 되기 전에는 뭔가 확실한 것들이 손에 쥐어지면 좋겠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아 조급한 마음이 크다. 오늘도 이력서를 넣고 연락 없는 메일함을 바라보며 쿵쾅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영어공부를 했다. 


불안함이 더해지니 책을 읽는 것도 쉽지가 않다. 10월까지는 그래도 마음에 뭔가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책이 쏙쏙 들어와서 한 달에 20권 정도를 읽은 것 같다. 지금은 일주일에 책 한 권도 쉽지가 않다. 에세이고 소설이고 자기 계발서고 다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어제는 아이 학원 기다리면서 못다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다가 약간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요즘은 인스타도 핀터레스트도 재미가 없다. 이도시에 들어와 새로 짐을 풀고 하던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뭔가 정신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가지는 여유와 충분한 수면에 뭐든 다 재미있었다. 핀터레스트를 뒤지며 올 가을에는 요렇게 저렇게 입어야지 하고는 머릿속으로 착장을 맞추기도 하고 유튜브 보면서 요리를 하기도 했었다. 도서관에도 책이 너무 많아서 신이 났었다. 5권 꽉 채워 대출하고 일주일도 안 돼서 다 읽어버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샘플테스트 보자는 PM의 이메일이나 일하자는 이메일 외에는 기대되는 것이 없다. 링크드인에 프로필에 번역가라고 넣으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내 경력들이 다 물거품이 돼버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동안 뭘 위해서 열심히 살았는지 잘 모르겠는 날들이다. 다 잘될 거야 괜찮아하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물컹한 불안함이 늘 밀려든다. 


그래서 더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하는 루틴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5시에 눈을 뜨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만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챙겨두고 늘 감사일기를 쓴다. 감사일기는 나를 지탱해 주는 가장 큰 루틴 중의 하나이다. 일찍 일어난 것도 따뜻한 집이 있는 것도 또 이렇게 쓸 수 있는 도구들이 있는 것도 모두 감사하다. 그렇게 매일 같이 솟아나는 감사제목들이 나를 불확실 속에서 지켜준다. 소비단식일기에도 썼지만 이 작은 일들이 생각보다 많은 힘이 있어 불안과 우울에서 나를 지켜준다. 


그리고 에너지드링크 하나를 마시고 운동을 한다. 운동 30분 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새벽 루틴에 넣었다. 브런치 글쓰기를 오후로 옮기고 운동을 끼워 넣었다. 이때가 아니면 전혀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 넣었는데 훨씬 더 좋다.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지만 하고 나면 개운하고 거북목에도 훨씬 좋다. 그리고 운동이 뇌에 주는 효과도 워낙에 긍정적이다. 이것과 아이 등하교 하는 것으로 운동시간을 겨우 채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케줄을 정리하고 투두리스트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나면 아이가 일어나고 같이 아침을 먹고 하루를 시작한다. 


이러한 아침 루틴이 없다면 나는 아마도 금세 무너져버릴 것 같다. 이전에도 이런 시간들을 보낸 적이 있었다. 그때도 새벽에 일어났다. 새벽에 일어나 청계천을 걸었다. 청계천을 걷고 아침 영어공부를 하고 (그러고 보니 늘 불안할 때는 영어공부를 하게 된다) 또 걸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 그것만이 나를 불확실함 속에서 지탱해 준다. 


그리고 브런치글쓰기는 원래 새벽에 있었는데 오후로 옮겨졌다. 이것도 나의 중요한 루틴의 하나이다. 브런치 글쓰기와 많은 분들의 응원이 없다면 이 시간들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 알 수 없다. 주말에 적어둔 글감 중에서 고르기도 하고 그냥 써내려 갈 때도 있다. 오전부터 틈틈이 글 쓸 거리를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30분 정도 마무리를 해서 올린다. 올리고 나면 하루의 숙제를 끝낸 것처럼 기쁘다. 좋아요와 댓글이 힘을 내서 내일도 열심히 글 써야지 생각한다. 소소한 기록들에 응원을 보내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사진: UnsplashDameli Zhan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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