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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Jan 09. 2024

영어공부에 1억 쓴 여자

그래도 아직 멀었구나

어제 글을 못 올려서 오늘은 글이 2개 올라갑니다 :)



영어공부에 관한 댓글을 보고 예전부터 늘 쓰고 싶었지만 쓰지 못했던 글을 마주해야 할 시간이구나 싶었다. 영어만큼 내가 잘하고 싶은데 잘 안 되는 게 또 있을까 싶다. 통계나 프로그래밍 같은 것도 잘하고 싶긴 한데 그것보다 역시 최고로 많은 돈을 들인 영어를 아직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가진 가장 큰 열등감 중 하나이다. 어느 순간, 고급 영어의 벽에 가로막혀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을 느꼈다. 회사에서 영어를 너무도 잘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앞에서 늘 주눅이 들었다.


영어를 아예 잘 못하거나 이 능력이 필요 없는 직업이라면 포기하고 살겠는데, 일했던 모든 회사에 영어가 중요했다. 말하고 강의하고 페이퍼쓰는 것부터 광고카피까지 영어가 닿지 않는 곳이 없었다. 요새는 그래머리나 에디켓 같은 서비스가 있어서 그래도 오타 같은 것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이전에는 정말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검수를 하곤 했었다. 그러고도 잘못된 문장을 써서 혼나기 일쑤였다. 번역가로서의 삶을 선택한 지금은 오히려 나은 편이다. 다른 일까지 하면서 영어를 잘하는 것보다는 영어와 한국어만 잘하면 되는 삶은 생각보다 편안하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어떻게 했는지를 알아보기 전에 얼마나 공부해 왔는지 생각해 봤다. 나는 본격적으로 대학에 들어간 20살부터 영어공부를 했다. 22살에는 휴학하고 영국에 다녀왔고 대학을 마치고는 유학 가려고 토플학원에 다녔고 대학원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영어공부를 했고 졸업하고 나서도 회사 지원으로 틈틈이 영어공부를 했다. 경력 공백기에는 늘 외무고시 영어 강의를 들었다. 지금까지 샀던 영어공부책만 해도 수백 권을 될 것 같다.


영어를 향한 열망으로 가득찬 책장의 일부


20여 년간 쓴 돈을 생각해 보았다. 어학연수 비용은 저렴한 홈스테이를 이용해서 3천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비행기값도 포함해서이다. 그리고 매년 영어공부에 적게는 100만 원 정도에서 많게는 5-600만 원 정도를 쓴 것 같다. 학원을 다니거나 책을 사거나 강의를 결제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1년에 300만 원 정도 썼다고 치면 20년간 약 6000만 원 정도 썼고 거기에 어학연수 비용을 더해 약 9000만 워, 아마도 1억쯤 쓴 것 같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1억 정도를 20살 넘어서부터 쓰면 이 정도 영어실력을 가지게 되었다니 가성비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이 돈을 초등학교시절에 썼더라면 결과가 조금은 달라졌을까. 중학교 때 집이 좀 여유로울 때 어디든 다녀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늘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갔고 나는 40대가 되었다. 영어로 말은 잘 못해도 잘 듣고 잘 쓰고 잘 읽고 있다. 이 정도에 만족하진 않지만 이제껏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긴 했다. 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여전히 외무고시 영어를 듣지만 현생에 밀려 강의 만료 일이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영어공부를 어떻게 했는지, 1억이나 쓰고 나니 어떤 방법이 제일 좋았는지는 이제 글 1-2개에 더 풀어보도록 할 예정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듣고 말하면 되긴 한다. 이후 글에서는 이것을 지속하는 방법과 어떤 책들이 좋은지, 어떤 방법들이 나에게 좋았는지를 말씀드리는 것뿐이다. 결국 답은 간단하다. 사실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늘 세상의 진리는 간단해 우리가 이루기 어렵다. 살을 뺴려면 적게 먹고 운동하고, 영어를 잘하려면 많이 읽고 쓰고 외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걸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려울 뿐이다. (ㅠㅠ) 그래서 영어에 1억 쓴 한 한국인이 어떻게 영어 공부를 했는지 앞으로 정리되는 대로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글감 알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진: Unsplash의 Clarissa Wat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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