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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Jan 05. 2024

아이의 독립이 시작되었다.

사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 

드디어 아이가 혼자서 학원 하교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끝날 때까지 학원 구석에 앉아 있다가 마치면 데려오곤 했다. 아이에게 가끔씩 엄마가 학원 1층 카페에서 기다릴 테니 끝나고 내려올래 하고 물어도 늘 안된다고 대답하곤 했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엄마가 카페에서 기다리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오늘 학원 가기 전에 같이 어느 카페에 있을지를 확인하고 학원에 들여보냈다. 다행히 학원은 아이 입실과 퇴실 할 때 카톡을 보내준다. 아이를 문 앞에서 들여보내고 카페에 들어와 일을 하며 기다렸다. 예정된 시간이 지나 아이는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들어왔다. 그리고 엄마가 없으니 더 공부가 잘 되었다는 말을 해주었다. 


아이와 나는, 케냐와 카메룬, 그리고 한국을 오가며 늘 함께였다. 남편과는 길게는 1년까지도 떨어져서 지내봤지만 아이와 나는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 늘 변하는 상황 속에서 힘이 되는 것은 우리 둘이었다. 아이가 나에게 집착하는 만 큰 나도 아이가 없으면 안정감이 떨어졌다. 물론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건 길어야 24시간 정도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 몸이 되어 붙어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초등학교 이제 고학년이 되면 사춘기가 시작될 테고 아이는 점점 나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한 명의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도 아이로부터 서서히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한다.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익숙하지만 언제가 떠날 아이를 위해 나로 홀로 서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나는 누구 엄마라고 불리는 게 좋다. 내가 너무 두드러지지 않고 그냥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아이 엄마가 되고 나서 한 번도 정체성의 혼란이나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누구 엄마를 졸업하고 다시 한번 나 자신으로 홀로 있으라고 한다면 오히려 더 부담이 된다. 그냥 누구 엄마라는 스테레오 타입이 편안해서 나 자신도 놀랐다. 하지만 길게는 10년 안이면 거의 끝날 이름이다. 


아직은 엄마 없이 잘 수 없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을 때가 찾아올 것이다. 또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라며 엄마를 피하기도 하겠지. 그런 날이 다가왔을 때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라며 상처받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와 별개로 나는 나만의 삶을 키워가야 한다. 


그렇게 아이를 사랑하기에 조금씩 나도 아이도 홀로 서는 연습을 하려 한다. 사실 좀 과잉보호하며 키우긴 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상황에서 아이를 보호하는 게 필요했다. 지금은 많이 안정이 되었고 나도 많이 안정이 되었다. 이제는 서로 사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며 각자의 삶을 키워내려 한다. 아이 학원길 하나 혼자 보내놓고 생각이 길지만, 그래도 이제 시작이니 즐거운 마음으로 나는 내 삶을, 또 아이는 아이의 삶을 살아내도록 도와주려 한다. 



사진: Unsplash의 Brian Gordi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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