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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Jan 22. 2024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지치는 순간에도

지난 11월부터 온 힘을 다해 살았다. 그러기를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이 되는데도 뭔가 진전이 없게 느껴지는 날들이 찾아왔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일을 했다. 열심히 하는 것, 시간을 들이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 할 수 있는 체력 안에서는 일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을까. 일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실수를 하고 말았고 결국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되었다. 차라리 새벽에 일어나지 않았다면 좀 더 꼼꼼했다면, 아니 이런 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 걸까 하고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때 내 부정적인 생각을 깨뜨리는 목소리가 있다.

"엄마, 배고파"


그렇다 나는 불투명한 미래와 싸우며 지치면 땅굴을 파고 깊이 들어가서 우울의 늪으로 빠지고 싶지만 그 몸을 일으켜 하늘을 보게 하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아이의 목소리이다. 아무리 내 삶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이어져도 그 고통이 아이에게 전달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웃으며 눈을 돌려 아이게게 묻는다.


"뭐 먹을래? 파스타?"

"응 오일파스타 해줘"


아이에게 새우와 토마토를 넣은 오일파스타를 해주고 나서 청소를 시작했다. 부정적인 감정들도 다 청소기로 빨아들여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앞이 안 보이는 깜깜한 날들이지만, 다 괜찮을 거야 더 좋은 일이 생길 거야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청소를 마치고 빨래를 돌리고 식기세척기 정리를 한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식탁정리를 한다.


때로는 왜 이런 지치는 날에도 나는 이렇게 집안일을 해야 하나 아이를 돌봐야 하나 생각이 들떄도 있다. 그냥 혼자 좀 누워있고 싶은데 아이의 방학이라 10분도 낮에는 누워있을 틈이 없다. 그리고 아이 학원을 위해 옷을 입고 나섰다. 이런 날은 아이 학원을 쉬게 할까 고민을 하기도 한다. 그냥 집에만 있고 싶어 진다.


하지만 학원비가 얼만데 생각하며 나선다. 또 아이에게도 친구들도 만나고 선생님도 만날 시간이 필요하다.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지난 일주일간은 일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감사일기도 쓰지 못하고 루틴들이 다 깨진 것들이 생각났다. 역시 루틴들이 흐트러지면 금세 마음이 흐트러지고 부정적인 마음들이 나를 지배하려고 한다. 사소한 실패들이 나를 움츠러들게 한다.


몇 번이든 오는 거절 이메일, 아니 거절이면 좋은데 텅 비어있는 이메일 인박스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정말 취업시장에 다시 들어가야 할까. 아니면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봐야 할까. 내가 한 선택은 맞는 것일까. 우리 가족은 이렇게 지내는 게 맞는 일일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그러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시켜 자리에 앉는다. 따뜻한 커피가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노트북을 열기 전에 다이어리를 열어 감사일기를 적었다. 냉장고 가득 먹을 것들이 있고 따뜻한 집이 있고 건강한 가족들이 있는데 나는 뭐가 그리 걱정일까. 감사와 기쁨으로 가득 채워도 모자를 날들을 걱정과 근심으로 채우지 않기로 다시 한번 결심을 한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정말 맞다. 걱정을 해도 상황을 달라지는 게 없다면 기쁨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우리에게 좋다. 긍정적인 생각들이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들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나는 어쩔 수 없는 연구자인가 보다)


조금 실수가 있었지만 다른 프로젝트는 할 수 있으니 감사함으로 다시 일을 해야지. 써야 할 글들도 많고 해야 할 일들도 많이 있다. 아이 학원이 끝날 때까지 또 열심히 일을 해보자. 그리고 또 이력서를 쓰고 영어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그렇게 매일을 살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일이다. 이제 걱정은 끝. 삶을 살아낼 시간이다.


사진: Unsplash의 Jason Brisc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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