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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왕 Aug 20. 2023

2000년대생은 모두 '납득이'입니다.

핵심은 "왜요?"라는 질문에 적절히 대답할 수 있는 능력


지금의 젊은 사원들은 그냥 다 납득이라고 보면 돼요


최근에 한 공공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한 젊은 CEO 분에게서 들었던 말입니다. 대다수의 직원이 20대라 밝힌 그는, 지금 청년 세대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일터와 일상생활 모두에서 납득이 안 되는 일은 진행하기 힘들다"라고 말했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의 진 주인공 '납득이'  [유튜브 영상]

'납득이'란 2012년에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조정석 씨가 열연한 캐릭터 이름입니다. 영화 상에서 역할은 주연이 아니었지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터라 '납득이'가 이 영화를 실질적인 진 주인공이었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납득이'는 실제 이름이 아니라 주인공 승민이(이제훈 분)가 친구를 부르는 별명입니다. 별명이 '납득이'인 이유는 무언가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면 꼭 "납득이 안 가잖아, 납득이~!"라고 말하며 항변을 하기 때문입니다.


납득(納得)이란 단어는 사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형편 따위를 잘 알아서 긍정하고 이해함'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납득’이 일본식 한자이기 때문에 '이해'라는 단어로 바꿔서 표현하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년부터 대학교에서 강의를 맡아서 다수의 2000년대생 학생분들을 만나고 있는데, 강연을 진행하거나 소통을 하는 데 있어서 이 '납득'이라는 단어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수업과 관련한 공지를 하거나, 과제를 내거나, 성적 등의 리워드를 주는 데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이들을 사전에 이해시키고 진행하지 않으면 꼭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지점이 생겨나기 때문이죠.


이렇게 '납득'이 기본적으로 통용되어야 하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까라면 까"라는 식의 상명하복식 소통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입니다.  


"까라면 까"는 원래 군대에서 "상사가 X으로 밤송이를 까라면 까야지. 말이 많아?"에서 유래한 속어라는 사실을 많은 분이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묻고 따지지도 말고, 시키는 일을 그대로 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유를 반드시 납득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세대에게는 기본적으로 통할 수가 없는 말이 되었죠.


그래서 지금의 '2000년대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왜요?"라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입니다.


아직도 적지 않은 선배들이 '일의 이유'를 묻는 질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모습도 있는 반면, 누군가는 이러한 "왜"라는 질문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먼저 전/후 사정과 이유를 명확히 공지하는 방식으로 사전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만들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문제는 위와 같은 발언들이 회사에서 선배들의 발작 버튼을 살짝 누르게 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람이 업무 중 후배 사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면, 이성적인 판단을 생각하게 되기보다 보통은 '어쭈? 이 색히가?'라는 반발심이 먼저 일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먼저 단순한 발언 내용 보다 그 발언을 한 사람 자체를 보는 습성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가 왜 일을 해야쥬?"라는 말을 한 사람이 평소에도 껄렁껄렁한 업무 태도를 보인 사람이었다면 분명 그 뜻은 '나는 그냥 애초에 일을 하기 싫고, 정해진 월급을 적절히 루팡하며 놀 것이다'란 의미겠죠.

하지만 평소에 업무 태도가 불량하지 않은 사람이 저러한 발언을 했다면, 한 번쯤은 그들이 '진짜 일을 하기 싫어서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시킨 이 일의 앞/뒤 맥락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궁금하다'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앞/뒤 맥락을 궁금해하는 것은 지금 '인공지능 시대'의 프로그래밍적 사고방식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흐름과 수가 딱딱 떨어져야 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일의 이유(왜 이 일을 해야 하죠?)'를 묻는 질문에, 꼭 궁극적인 일의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궁극적인 이유는 사실 뻔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니가 지금 돈을 받고 일하고 있으니깐" 혹은 "너는 공무원 헌장대로 국가와 국민에게 일로써 봉사를 해야 하니깐" 등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지만 효율성면에서 그렇게 효과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WHY가 아니라 '일의 성격(What)'과 '일의 납기(When)'을 단순히 설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사실, 회사의 중간 관리자들도 갑자기 위에서 불시에 떨어진 수명업무의 경우 이 일을 왜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 경우는 "나도 몰라, 하지만 이 일을 누구로부터 언제까지 하라고 떨어진 일이고, 모두가 바쁘겠지만 이 일을 1순위가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니 가장 신속하게 이것부터 처리해 줘"라고 솔직하게 말을 하는 것만으로 의외로 후배사원을 납득시킬 수 있습니다.


단지, 이 말이 누군가를 봐줘야 한다 라는 말은 아닙니다. 지금의 세대가 디지털 세대로서 프로그래밍적 사고를 하는 것과 주어진 일을 완료하느냐 완료하지 않느냐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디지털 세대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Work)을 더 일(1)로서 완성시켜야 합니다. 디지털은 세상을 0과 1이라는 이진법으로 신호를 이해하기 때문에, 0.8나 0.9 같은 1 단위 미만 소수를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일은 대충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1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점은 더욱 중요합니다.



지난 한 주간, 16 분께서 176,000원을 후원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난주에 안내드렸듯이, 브런치스토리 후원금은 출판 문화 개선을 위한 공익적인 용도로 100% 사용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으로 저작권 인증 홀로그램 스티커 2,200개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향후 출판 문화 개선에 동참하고자 하는 다른 출판사 지원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마음을 담아 편집왕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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