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여려가지 모임을 운영한다고 해서 갑자기 유명해지거나 돈을 많이 벌 게 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풀타임 직장 근무를 하고 있고, 두 아이 육아로 바쁘게 산다. 일상의 버거움에 자주 슬럼프에 빠지고,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경험을 한다. 그런데 분명히 달라진 게 있다. 그 모든 것들을 대하는 '나 자신의 태도'다.
시작하면 할 수 있다는 믿음, 도전은 언제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 스스로를 만족시키고 싶은 욕망, 내가 하고 싶은 일에 기꺼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실행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용기......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태도가 달라지면 ‘타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진다는 걸 경험했다. 진심을 담은 공감과 배려를 하게 되고, 편견을 거두고 타인을 바라보고 싶어 진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기보다는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타인은 타인대로, 나는 나’로 인정하게 된다.
부캐를 만들고, 계속 확장해 나가고 싶다면 끝까지 책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책, 어려운 책, 소설, 시, 에세이, 인문학, 철학, 사회과학...... 되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 더 좋겠다.
백 권의 책을 읽고 혹은 천 권의 책을 읽고 시궁창 같았던 자신의 삶이 변했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그게 정말 가능할까? 처음엔 의심했다. 삶이 고통스러운 순간에 그들은 책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 말하는 이들의 공통점이 뭐였을까 궁금했다.
정아은 작가의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을 읽으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독서는 또 하나의 경청 행위다. 작가가 제 인생을 통해 쌓아 올린 지혜를 책이라는 정제된 형태로 압축해 세상에 내보내면, 우리는 그 종이 더미를 가져와 조용한 곳에서 읽는다. 이 과정을 통해 문자를 통한 정성스럽고 신중한 말하기와 침착하고 직중적인 듣기가 이루어진다. 직접 대면해 눈을 맞추고 몸짓을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작가의 경험과 지혜를 시공간의 제한 없이 나누어 받을 수 있다. 위인이라 평가받았던 인물의 자서전부터 사형수가 썼던 옥중일기까지,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내면을 진액 형태로 섭취해 영혼의 자양분으로 만들 수 있다.
- 『높은 자존감의 사랑법』, 정아은, 마름모
책을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진액 형태로 섭취해 내 영혼의 자양분으로 만들 수 있다면, 책을 읽기 전의 나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책 속 이야기에 빠지면 책을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고 싶지 않아 진다. 그건 종종 자신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스스로 쌓아 온 자신의 생각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자신이 믿었던 일들이 사실은 옳은 게 아니었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전과는 다른 자신이 되어가는 경험을 하고 나면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시 책을 찾아 읽게 될 거다.
달라진 자신을 경험하고 나면 ‘책’이 주는 즐거움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다. 계속 읽고 싶어 지고, 알고 싶어 진다. 책 따위 안 읽어도 좋다지만 책을 읽으면 더 좋다. 그러니 우선 읽어보자. 책이 주는 무궁무진한 힘을 믿어보자.
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책으로 시작하려고 하지 말고, 누군가 좋다는 책보다는 자신의 눈에 띈, 직접 선택한 책으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책의 자신만의 책 읽는 재미를 쌓아 가길 바란다. 그리고 읽은 책들이 쌓이면서 달라지는 자신을 스스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