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세요?”
“언제 한 번 목요일 그녀님 시간 활용법 이야기 듣고 싶어요.”
모임 멤버들이 종종 묻는다. 직장 다니면서, 두 아이 육아를 하는데 어떻게 글을 쓰고, 모임을 두 세 개씩 운영하고, 참여까지 하느냐고. “잠을 안 주무시는 거지요?” 농담 섞인 말을 건네는 분도 있다. 질문을 듣고 생각해 봤다. 나는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시간 관리를 ‘잘’ 한다는 건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계획대로 해내는 일일 테니까. 나의 하루는 대체로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매일 목표를 세우지만 자주 실패하고, 일상은 내 마음대로 척척 돌아가 주지 않았다. 그래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하지?’ 망설여졌다. 생각해보니 이미 내가 보내는 시간이 내겐 습관화되어 있어서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걸 풀어서 정리해 보니 두 가지 시간으로 정리가 됐다. ‘정기적 시간과 비정기적 시간’
가계부를 쓸 때 정기적 비용과 비정기적 비용을 구별하는 것처럼 시간에도 정기적 시간과 비정기적 시간으로 나누는 거다. 정기적 시간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시간이다. 이를테면 근무시간, 아이들 기본 케어 시간 같은. 비정기적인 시간은 그 외의 시간인데 아이들이 평소보다 일찍 잠들어 생긴 시간, 저녁을 배달시켜서 남은 시간, 갑작스러운 일정 조정으로 변수가 발생한 시간 등이 포함된다.
중요한 건 ‘나만의 시간’은 정기적인 시간으로 구분해 둔다는 거다. 나의 시간이 자투리로 얻어지는 시간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루 30분이든 1시간이든 혼자 존재하는 시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그 외에 비정기적 시간이 늘어나면 보너스 시간을 얻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비정기적인 시간이 생겼을 때,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대체로 그런 시간은 끌어 모아도 많아야 하루에 한 시간 남짓이다. 그 한 시간을 틈새시간이라고 해두자. 틈새시간을 많이 모으면 보너스 시간이 그만큼 많아지는 거다.
'틈새 시간을 잘 활용하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면 “그럼 엄마는 언제 쉬지?”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 돌보고 집안일하는 사이 나는 잠깐의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면 조급함이 생긴다. 이 시간을 놓치면 내 시간을 없을 것 같은 불안함이 따라온다.
틈새시간에 무언가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을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은 시간으로 두자. 다시 가계부로 예를 들면 일종의 예비비처럼 말이다. 예비비는 많으면 든든하지만 없어도 오늘 하루 사는데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다. 틈새 시간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정기적인 시간이지 남는 시간이 아니다. 그 시간엔 원하는 걸 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틈새 시간보다 정해진 시간을 확보하는데 포커스를 맞춰보면 좋겠다. 그리고 생기는 틈새 시간은 보너스처럼 마음껏 즐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