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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묵묵한 해설자 Dec 16. 2024

비싸지 않고 좋은 선물

마음이 있는 곳에서 지갑이 열린다

마음이 있다면 무리를 하면서까지 자신에게 허용된 경제적 상황 속에서 최대한을 표현하게 된다.


바쁜 일상 속 출 퇴근길, 잠들기 전 "비싸지 않고 좋은 선물"을 오디오북으로 들어보세요

https://youtu.be/jhynfdwzZY0



교회에 가면 매주 헌금을 많이 한 사람들의 이름이 주보에 올라간다. 헌금이 잘 수령되었는지 확인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어쨌든 교회 입장에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런 것에 대해 불편한 마음을 갖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하나님이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시겠는가?’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믿음이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돈이 너무나 아까운 속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서’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다.


믿음이 좋다는 인정은 받고 싶지만 돈을 내는 것은 아깝다 보니 내적 갈등이 생기고, 마음속에는 불편함이 쌓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대범하게 불편함을 표시해 봤자 속마음만 들키는 꼴이 될 테니, 차라리 소심해서 말을 못 하는 편이 나은 것 같기도 하다.




연말이 되면서 선물을 해야 할 상황들이 생기는데, 그럴 때 선물을 고르는 일 역시 이와 비슷하다. 그럴듯한 선물을 해야 하는데, 돈은 제한적이기도 하고 아깝기도 하니 자꾸만 머리가 아파진다.


이는 비단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돈이 넘쳐난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한된 예산 안에서 선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은 늘 저런 문제를 겪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재정상황이 다르니 금액에 절대적 기준은 없더라도, 다들 본인 기준에서 되도록이면 ‘비싸지 않고 좋은 선물’을 찾느라 고심을 할 것이다.


그러나 저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선물을 고를 경우엔 예산을 초과하더라도 좋은 것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 마음이 너무 커지다 보면 경제적 현실을 무시한 선택을 하게 될 때도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고 싶고, 그러면서 나도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에게 주는 선물이나 교회 헌금은 마음이 있는 곳에서 지갑이 열린다는 진리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인 것 같다. 단순히 그 금액으로 마음을 전부 다 표현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라, 마음이 있다면 자신에게 허용된 경제적 상황 속에서 최대한을 표현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이번 겨울에는 나도 ‘저 사람에게 맞는 적당한 가격’ 이상의 선물을 한번 골라 보고 싶다. 때로는 금전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마음의 크기를 고민하게 되고, 그 고민이 깊어진 만큼 관계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선물이 단순히 물질적인 가치를 넘어 상대와 나를 연결해 주는 다리가 되며, 마음의 깊이를 진심으로 표현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이번에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내 마음을 표현해 보고 싶다.



이미지 출처: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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