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1
-창문만 열면 기린을 볼 수 있겠지?
-니가 케냐 가면 나도 놀러 가야지.
-어린이 도서관 건축이라니, 너무 멋지잖아?
-몽 쁘띠 슈슈가 쁘띠 슈슈들을 위해 일하는 거네!
2013년 겨울, 파리의 알렉산더듀마와 메니몽땅, 그리고 벨빌 사이의 어느 바 안에서 우리 둘은 잔뜩 신나 있었다. 10년, 3개의 대륙, 3개의 국가를 거쳐 길고도 길었던 건축학과 공부를 겨우 마치게 된 그해 겨울. 굽이굽이 가진 시간 동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10년의 결론은 케냐의 어린이 도서관 건축이었다.
그날의 설렘과 응원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떠한 선택은 도망이었고, 어떠한 선택은 시험이었고, 어떠한 선택은 보호였던 나의 삶. 뒤돌아 생각해 보니 10년 전의 그 선택은 그 어느 것도 아닌 온전히 나를 위한 한 걸음이었다. 그때 디딘 한 발, 그 후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계단참들이었음을 이제는 선명히 안다.
케냐에서 찔락찔락거린 이야기, 10년을 마음에 품어 두고 섣불리 꺼내 놓지 못했던 이야기. 가슴속 한 구석에서 반짝이는 그 무언가를 이제는 나눌 준비가 되었다, 드디어.
몽 쁘띠 슈슈 (Mon Petit Chouchou): ‘나의 작은 양배추’란 뜻의 프랑스어. 사랑하는 이를 향한 애칭으로 쓰인다.
찔락거리다: ‘들쑤시며 다니다’의 경상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