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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하 Dec 09. 2024

사람을 안다는 것, 어렵다.

작가의 어린 시절이 나의 모습과 닮아 있다. 그 아이와도 닮아 있다.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상대방과 어울리지 않고 대상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목표주의, 성과주의다. 

"어릴 때는 아는 게 많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나이가 드니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현명한 사람은 정보를 소유만 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연민 어린 마음으로 이해한다. 현명한 사람이야말로 인생이 무엇인지 안다." 이 책은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바라봄으로써 그 상대방이 누군가가 자기를 바라보고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이며 자기를 이해해 준다고 느끼게 해주는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돕고자 한다. 이런 사람을 일루미네이터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한계를 느낀다. 내 능력의 한계... 목표주의, 성과주의인 나는 뭐든 마음만 먹으면 해냈다. 부족한 게 있으면 뭐든 배우려고 했고 잘하려고 했고 마음먹은 대로 성과를 이루어 내곤 했다. 그게 나이고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사람과의 관계는 내 뜻대로 되질 않는다. 나의 정체성들 엄마, 아내, 교사, 딸, 며느리, 아내, 동서... 각 영역의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 능력의 부족함을 느낀다. 나를 겸손하게 만든다.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한 사람을 진심으로 바라보는 일로부터 시작되는가 보다. 그것이 참 어렵다. 사람을 존재(Being)로 바라보기. 사람을 존재로 바라본다는 말은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을 멈추고 자신과 같은 존재로 보는 것을 말한다. 사람으로서 필요, 기대, 욕구, 목표, 능력, 어려움, 연약함 등을 가진 존재로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 아이가 나에게서 성적표를 받아 들고 욕을 하면서 들어갔을 때 "00야, 그런 행동 자제해라!"가 아닌 "00야,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라고 그 아이의 마음을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했다면 그 아이는 내 앞에서 그렇게 펑펑 울었을까?... 나무라는 엄마 앞에서 "엄마는 선생님 말만 듣고! 내 마음은 물어보지도 않고!" 하며 펑펑 울었을까?...

당신이 옳다    -정혜신 저-

그 아이가 엄마한테 한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인생의 과제는 인생 전체를 통해서 진행된다. 누군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수행 중인 과제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 그의 마음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에릭슨의 발달 심리학을 토대로 인생을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부여받아 수행하는 과제들이 연속되는 과정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에릭슨의 발달심리학은 임용공부할 때 시험용으로 외웠었는지 어렴풋이 기억이 나지만 현실에 적용이 되지 못했다. 저자는 누군가를 알고자 할 때 그 사람이 자기 인생의 이런저런 과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어떤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그것은 나의 기준으로 타인을 바라보지 않게 해 준다. 

우리 반 학생 00은 '주체성 확립의 시기'의 과제를 안고 투쟁하고 있는 아이였나 보다. 남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자기 기분만 내세운다. 자신의 공부가 먼저였고 성적이 자신이었다. 타인과 협력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타인을 배려하라는 내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었나보다. 우리반 또 다른 아이, 친구가 없던 00은 '사람과 관계 맺는 시기'의 과제를 안고 투쟁하고 있는 아이였나 보다. 담배 피우고 불량한 짓을 하며 화장을 진하게 하는 친구들이라도 생기니 그 친구들이 전부였나 보다. 자기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친구 따라 공업고등학교까지 진학하려고 했던 것 보면.. 그 아이가 투쟁하고 있는 과제를 보지 못하고 나의 기준으로 상업고등학교를 가라고 강요했으니 내 앞에서 입을 꾹 닫고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나만의 세상 밖에 모르고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조용한 성격으로 어디에서도 튀지 않았다.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께 혼나 본 기억이 없다. 친구도 많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입시 미술학원을 다니느라 여고시절의 학교와 친구와의 추억이 별로 없다. 대학입시, 사회생활, 임용시험, 교사생활을 하면서 어느 누구도 나를 지적하고 혼내며 '너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나무란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지금 나는 매일 새벽 4시 반에 책을 펴고 글을 쓰면서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내가 스스로 깨닫고 진화해 가는 것처럼 그 아이들도 분명 자기만의 세계에서 각각의 과제들을 완수하면서 진화할 것이다. 미숙한 존재를 내가 고쳐줘야 하는 것이 아닌, 그 아이도 분명 나와 같은 진화의 과정 속에 있는 한 존재이다. 한 존재의 거대한 진화과정에서 교사는 1년이라는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일루미네이터가 되어 그 아이를 비춰줘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마음은 스스로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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