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이별은 늘 교훈을 남겼다.
고등학교 2학년, 짝사랑했던 남자 애한테 고백을 받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반년도 안 돼서 차였다. 내가 아무리 떼를 써도 맘대로 가질 수 없는 게 사람 마음이란 걸 처음 배웠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을까 억울해 죽을 것 같아서 학교 운동장 구석에 앉아 세상이 떠나가라 한참을 울었다. 울면서 칼을 갈았다. '두고 봐. 대학 가면 내 사랑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 만나서 진짜 행복한 연애할 거야'라는 다짐과 함께.
그 후로 정말 많은 연애를 했다. 이별할 때마다 내 몸의 일부가 찢겨나가는 기분이었지만,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이별은 늘 교훈을 남겼다. '연인 관계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구나', '절대 이런 사람은 만나면 안 되겠다'와 같은. 그렇게 얻은 교훈은 궁극적으로 좋은 연애를 찾는 데에 좋은 밑거름이 됐고, 나름대로 사람 보는 눈도 생겼으니 나를 거쳐간 모든 연애에 후회는 없다.
축적된 연애 데이터를 바탕으로 많은 친구들에게 연애 상담을 해줄 수 있었다. 찌질하고 추했던 내 연애 히스토리가 이렇게 쓸모 있다니 기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가지 연애가 있는 법. 나라고 절대적인 답을 내려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저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히 상담해주고 어떤 결말이라도 후회가 덜 남도록 돕고 싶었다. 물론 아무리 열심히 조언해줘 봤자 친구들은 결국 지 하고 싶은 대로 했지만.
그래도 내 상담이 맘에 들었는지 여전히 친구들은 연애 상담이 필요하면 나를 찾는다. 1년 만에 전화해선 여자친구랑 싸운 얘기부터 꺼내는 게 가끔은 괘씸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다. 난 그때가 제일 흥미로운 걸. 내 하나뿐인 몸뚱이론 경험에 기반한 연애 데이터를 쌓는 데에 한계가 있으나, 연애 상담을 통한 간접 데이터는 무궁무진했기에 신이 났다. 친구들은 나랑 대화하면서 문제의 답을 찾았고, 나는 또 다른 연애 데이터를 얻었으니 윈윈이다.
그리고 작년 말, 드디어 때가 왔음을 확신했다. 숱한 연애 상담이 남긴 소중한 연애 인사이트를 공개할 때가! 같은 팀 디자이너 우주 언니와 함께 샐러드를 먹고 나오는 길에, 회사 꺼 말고 우리 나이에 맞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단 얘기가 나왔고, '현실 연애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가 구체화됐다. 제목은 연애 액츄얼리. 내가 에세이를, 우주 언니가 일러스트를 맡는 걸로. 영광스럽게도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이 글이 그 시리즈의 첫 번째 글이다. (감사합니다!×100)
거창하게 말했지만 생각보다 별 거 없을 수도 있다. 연애가 다 그렇고 그런 거니까. 그래도 이 시리즈가 풀리지 않는 연애에 고통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시리즈의 개막을 알린다.
글 양유정
그림 소우주 (instagram@sowoojo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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