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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만아웃사이더 Mar 13. 2022

쉼표가 필요한 요즘

외국에 오래 살아도 한국인은 역시 한국인이다 


 회사에 다녀본 사람은 안다. 퇴근 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나도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퇴근 후에는 그냥 무조건 쉬기만 했다. 하지만 대학원을 위해 여러 시험을 준비하다 보니 작년부터는 퇴근 후에도 꾸준히 중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작년 10월부터 최근까지, 반 년째 퇴근 후 공부 & 주말 풀공부를 이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내가 이상할 정도로 예민해졌다는 걸 발견했다. 평소 로봇이라고 불릴 정도로 감정 변화가 거의 없고 무덤덤한 나인데 요즘에는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짜증이 자주 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구내염이 갑자기 생겼고 뭘 먹지도 않았는데 설사병으로 한참 고생도 했었다. 그렇게 한바탕 소란을 겪고 난 후에서야 내 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깨달았다. 


 시험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내 몸이 혹사당하고 있다는 걸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주말 하루만 공부를 하고 나머지 하루는 무조건 잘 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오늘은 집 뒤에 있는 그린리버(綠光河岸公園)라는 공원으로 향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타이베이에는 계속 비가 와서 나가기 쉽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매우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어서 오랜만에 산책을 하러 나갈 수 있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모님, 주인을 따라 산책하는 강아지들, 가벼운 달리기를 하는 노인분들 등,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거닐고 있었다. 기분 좋은 햇살과 약간은 더운 기운이 있는 바람을 맞으며 난 자리를 잡고 가만히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시간에 카페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겠지만 공원에서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매일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쉼표가 있는 하루를 보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최근 한국에서 잘 쉬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될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이 아직도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모른다. 나는 한국을 떠나온 지도 대략 3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쉬지 않는 버릇이 남아있었고 결국 한바탕 병을 앓고 나서야 휴식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잘 쉬어야만 뭐든 다 잘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쉼표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며 이번 글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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