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서 미얀.
지금은 없지만, 한 때 우리 집 지붕 아래 작은 벌집이 있었다. 가끔 내 방 방충망의 찢어진 작은 구멍 사이로 벌이 '윙윙' 소리를 내며 들어오기도 했었는데, 나는 그 '윙윙' 소리가 위협적으로 느껴져 너무 싫었다.
한 번 내 방에 들어온 벌은 아무리 쫓아내려 해도 쫓아내어지지 않았었고, 그렇게 몇 시간을 벌과 대치하다 운수 좋지 못한 어느 날은 벌에 쏘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나는 벌을 여름날의 모기만큼 싫어한다.
벌집을 없애고 없애도 벌들은 그 지붕 아래가 마치 자기 구역인 양 다시 그 자리에 계속 벌집을 만들어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벌집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나는 마침내 '윙윙'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
길가에 핀 꽃과 풀잎에 관심이 많은 그와 산책을 하던 어느 날, 그는 대개 속상하다는 듯 말했다.
"꽃이 이렇게 많은데 왜 꿀벌은 안보이지......"
"꽃이 있는 곳에 꼭 벌이 있어야 해?"
그게 무슨 속상한 일이냐는 듯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꿀벌이 자기 몸의 털에 꽃가루를 묻혀 날아다니면서 수분을 해야 식물들이 계속해서 잘 자랄 것이고, 그 식물들이 잘 자라야 식물을 먹고사는 초식동물도 잘 자랄 수 있을 것이고, 그 초식동물이 잘 자라야 육식동물도 잘 자랄 수 있는 거고 모든 생물이 그렇게 균형 있게 잘 지내야 인간도 잘 살아갈 수 있는 거야."
"아......?"
환경파괴, 생태계, 인류...... 를 생각하는 그의 말에 그동안 벌에게 가졌던 오래된 날 선 감정을 거두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는 가끔 생뚱맞은 데서 진지하고, 지나칠 수 있는 가벼운 일상에서 나를 일깨우곤 한다.
수분(受粉) :
[식물 ] 종자식물에서 수술의 화분(花粉)이 암술머리에 옮겨 붙는 일. 바람, 곤충, 새, 또는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진다.
오늘 그가 없이 산책을 나왔다.
길을 걷다 도로변 옆에 핀 꽃잎의 붉은색이 이뻐서 발길을 돌려 꽃에게 다가갔다.
꿀벌이 있다.
큰 일하는 중이라 여기니 쏘일까 봐 겁나지도 않았다.
꿀벌을 못 봐서 아쉬워했던 그를 대신하여 내 눈에 열심히 벌을 담았다.
한눈에 찾긴 힘들지만, 분명히 세 마리의 꿀벌이 담긴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