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로 시작된 어느 대화.

-귀가 얇아 좋은 것도 있네요.

by 코알라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아침부터 울어대던 매미는 저녁까지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 운다.

"으~싫다. 매미 우는 소리"

더위에 지친 나는 괜히 매미에게 시비를 걸었다.

"난 좋은데, 시끄러워서 싫어?"

"시끄러운 것도 그렇고, 매미 우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더 덥게 느껴져서 확 지쳐버리는 기분이야."

"나는 더 덥게 느껴져서 매미 우는 소리가 좋던데."

"뭐어~~? 저 소리가 좋다고? 진짜?"


"어. 매미가 울고 있음 막 더 덥게 느껴지고 막 더 하늘이 맑은 거 같고 막 공기도 더 상쾌한 거 같아서 좋아."

"왜에??? 매미 우는 소리 들으면 더 덥게 느껴지는 건 같은데 느끼는 감정은 이렇게 다른 거지? 더운 거 싫어하잖아 땀나서 더운 거 싫다며"

"막.. 막 그렇게 있잖아. 매미가 울어대면 더운데 시원한 기분이 들어"

"무슨 소리지... 더운데 시원하다니... 더운데 왜 시원해? 이해가 안 되는데 좀 더 자세히 얘기해봐"

"아니 뭐... 그 왜~막 파랗고~그런 게 좋아서... 휴... 아냐 나 그냥 매미 우는 소리 싫어할게."

집요하게 물어대자 그는 설명을 포기했고, 본인의 취향을 바꿔버렸다.


"음...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그런 청량한 시골 풍경 같은 거? 매미 우는 소리를 들으면 그런 이미지가 확 그려져서 좋다는 말이야? "

"어어! 그런 느낌! 매미가 울면 모든 것이 청량하게 느껴져. 그래서 좋아!!"

휴대폰을 꺼내 일본 애니메이션의 여름 풍경을 찾아 들이밀어 보여주었다.

"이런 느낌?"

"어! 어어!!"

매미 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렇구나... 난 매미 우는 소리 더워서 짜증만 나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도 여름이 관련된 장면에선 매미 우는 소리가 빈번하게 들어가잖아. 여름 특유의 분위기를 내려면 반드시 매미 우는 소리가 필요하긴 하지. 매미가 울기 시작하면 저 이미지를 생각해봐. 시원해져."

"말도 안 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일상에서 말처럼 쉬워~?"


쉽게 그게 되냐며 목청 높여 그의 의견에 반박하긴 했다만, 내가 간과했던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나는 귀가 매우 얇은 결정 장애자라는 것이다.


'엄마손은 약손 딸 배는 똥배'라는 노래를 엄마가 부르며 아픈 내 배를 살살 문질러주면 아팠던 배가 사르르 가라앉듯,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 뒤로 매미 우는 소리가 나면 흰구름, 파란 하늘, 맑은 공기의 이미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냥 짜증스러웠던 그 소리가 예전만큼 짜증스럽지 않다.

'하긴, 이 소리가 있어야 여름이긴 하지.'

귀가 얇아 공감능력이 좋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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