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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배의 노하우 Apr 09. 2018

유치원 버스에 남겨진 아이

실수는 인정하면 괜찮은 건데...

 집에 오는 길에 아내에게 급한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둘째에게 일이 좀 있었다고 한다. 유치원을 마치고 오는 유치원 버스에서 내려야 할 장소에서 할머니가 10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가 안 서고 그냥 지나가더란다. 놀란 할머니는 황급히 차를 쫓아 뛰어가셨고, 다행히 바로 앞에 사거리 신호에 걸린 버스의 문을 부서져라 두드려서야, 우리 둘째를 데리고 올 수 있었다고 하셨다. 명백한 선생님과 기사 분의 실수다. 유치원에 입학한지 한 달이 넘었고, 이제 만으로 3살, 우리 나이로 5살 밖에 안된 아이를 깜빡 잊었다는 것은 용납되기 어려운 실수이다. 집 앞 지하철 역에서 퇴근 길에 아내를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원장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미 퇴근하셨다는 답변을 들었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광주에서 여름에 유치원 셔틀 버스에 방치되어, 1년 9개월이 지난 지금도 의식을 찾지 못한 4살짜리 아이에 관한 내용을 읽은 것이 급작스레 떠오르면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혹시 할머니가 위험을 무릅쓰고 쫓아가지 않았다면, 우리 애가 유치원 버스에서 밤새 있지 않았을까? 날이 조금만 더 더웠다면, 아니면 혹시 추웠다면, 뉴스 속의 그 아이처럼 큰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우선 아내가 학부모들이 모여 있는 채팅 방에 해당 사실을 알렸고, 다같이 내 일처럼 걱정을 해 주셔서 내가 별 일 아닌 것에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떤 식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되었다. 우선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적어도 선생님은 부모에게 연락을 바로 주었어야 한다. 
두 번째,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적어도 선생님은 원장선생님에게 보고를 해야 했고, 또 원장선생님은 아이들의 안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는 만큼, 확실하고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을만한 개선책을 세우고 제시해야 한다. 물론, 내가 먼저 요구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말이다. 


 하지만, 둘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선생님과 기사는 있을 수 있는 실수라 생각을 했기에, 특별한 조치도 없이, 그냥 떠났고, 아무런 후속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만약, 이 사건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이 이루어졌다면, 실수라 생각했을 터이고,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일이라 여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치원 측의 대응은 이 사건의 경중을 떠나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사건사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을 발생하게 했고, 또 앞으로 이런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겠구나 하는 불신을 만들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발생한 큰 사고로 너무나 소중한 생명들이 안타깝게 사라졌었다. 그 일로 인하여 정권이 바뀌고, 수많은 사람들이 호강스러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지만, 그 누구도 진심으로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있을 수 있는 실수라 생각을 해서였는지는 모르겠다. 


Image from Shutterstock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실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또는 가벼이 넘어갈만한 작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실수에 대해 잘 인정을 하려 하지 않는다. 실수를 했다고 인정을 하는 것이 스스로의 인격에 큰 상채기를 내는 것 마냥 내가 저지른 실수를 대할 때면 누구나 3선은 너끈히 하고도 남을 국회의원처럼 행동을 한다.  


 아이들은 실수를 많이 한다. 우리 큰 애가 종종 잘못을 저지를 때면 항상 실수였는지를 물어본다. 실수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용서를 해주며,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해준다. 중요한 것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과,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으니 움츠려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잘못 그 자체만을 가지고 혼을 낼 때, 가끔 큰 애가 너무 서럽게 울 때가 있다. 조금 귀를 기울여 울먹이는 소리를 들어 보면, 실수로 그런 건데 억울하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큰 아이가 실수라고 하면, 난 내가 혼낸 것을 사과한다. 아빠가 실수로 그런지 몰라서 그랬다고 하며, 괜찮다고 실수는 할 수 있다고, 그리고 이번에 아빠가 혼낸 건 아빠가 실수한 거라고 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몇 번의 이런 일들을 겪고 나서는 항상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실수인지 아닌지를 먼저 물어본다. 물론 7살이 되니, 의도적으로 벌이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기도 하다.  


어른이 되었어도 실수라는 것에 대해 그리고 실수에 대해 사과하는 방법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이 참 많은 듯 하다.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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