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일기 1 >
결혼 전 남편과 나는 불 같은(?) 사랑을 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만난 지 약 4달 만에 결혼을 했고, 두 번째 만남에서 남편은 결혼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만난 지 열흘도 안돼 매일같이 만났다. 그것도 아침저녁으로 ㅎ. 그 당시 남편은 신문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출근하기 전, 퇴근 후에 어김없이 나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다. 어떻게 그렇게 퇴근 시간을 맞추고 빨간 날은 다 쉬고 나를 만나러 왔는지 참 대단한 사람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나를 만나기 위해 일을 몰아서 정신없이 했고, 상사의 눈치도 전혀 보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다고 한다. 그때는 회사 일보다는 나를 만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마치 야곱이 라헬을 사랑한 나머지 수많은 세월을 억울한 노동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라반에게 충성했던 것처럼 ㅋ. 그 당시 나도 그런 남편이 싫지 않았다. 4달 동안 하루에 두 번씩 빠짐없이 만나면서도 나도 좋았고 지금껏 잘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 당시 우리 두 사람의 내면에는 서로를 ‘사랑’하는 정서가 흘렀다. 아니 흐른 정도가 아니라 차고 넘쳤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두 사람의 마음속 내면의 정서가 바로 ‘사랑’이었기 때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던 같다.
남녀 간의 사랑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내 내면의 정서가 남편과 연애할 때의 정서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에로스(ἔρως,eros)가 아닌 아가페(ἀγάπη, agape)가 내 내면의 정서로 늘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γάπη, AgapeΑγάπη, Agape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를 통해 그 ‘사랑’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바울이 개척한 교회 중 가장 문제가 많았던 고린도 교회에 하나님의 사랑, ‘아가페(ἀγάπη, agape)’가 없음에 안타까워하며 이곳에 편지를 보낸다. 그 당시 고린도 시는 그리스에 속하는 도시로 무역과 철학, 예술, 문화 등이 아주 많이 발달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고린도 교회에도 은사들이 넘쳐났고 그로 인해 시기와 분쟁, 분열이 끊이지 않았다. 교회가 세상의 모범이 되기보다는 세상과 다를 바 없었고, 오히려 세상의 조롱거리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에 사도 바울은 타락해 가는 고린도 교회를 향해 이렇게 말한다.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고린도전서 16:14)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린도전서 13:3)
결혼 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금요 철야 예배를 다 마치고 5시 새벽 예배 때 찬양대를 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찬양대를 섬기는 노부부의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60대로 보이던 노부부였는데, 토요일 새벽 예배 때 찬양대 대원들에게 줄 간식을 매주 준비해 오는 것이었다. 그 이른 아침 집에서 직접 만든 토스트와 따뜻한 차 한 잔을 정성스럽게 나눠주며 얼굴에 환한 미소와 함께 “맛있게 드세요!”라고 상냥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 노부부의 친절한 몸짓과 부드러운 미소가 생생히 남아 있을 정도로 그분들의 모습이 내 심장에 깊이 박혀 있다. 그때 나는 그 노부부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의 사랑(άγάπη, agape)을 보았던 것 같다. 내 눈에 그분들은 하나님의 사랑(άγάπη, agape)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그분들처럼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나는 지금 현재 그때 품은 그 마음대로 살고 있을까?
산을 옮길만한 믿음이 있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내 내면에 흐르는 정서가 ‘사랑’인지 돌아보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다. 그러나 인간적인 나의 한계가 늘 내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늘 기도한다.
나의 인간적인 한계를 넘어선 사랑(άγάπη, agape)이 내 내면의 정서가 될 수 있도록!
나의 따스한 미소와 상냥한 말투와 친절한 몸짓이 이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비록 아주 작고 보잘것없지만…
* 표지 사진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