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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Jun 14. 2024

<단호박 수프> 한 그릇

토닥토닥

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비비기도 전에 갑자기 <단호박 수프>가 먹고 싶어졌다.

다행히도 어제 뉴질랜드 산(제철이 아니기 때문에 국산은 만나보기 힘들어 ㅠ) 단호박을 사놓았다.

주로 제철 음식을 해 먹는 편이지만, <단호박 수프>만큼은 계절을 따지지 않고 종종 해 먹을 정도로 최애 음식 중에 하나이다.


완성된 <단호박 수프>에 올리브 오일 한 방울을 똑 떨어뜨리고, 초록색의 파슬리 가루를 톡톡 뿌리면… 진한 색감에 가슴이 울렁,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에 한 번 더 울렁 ㅎ.  


유○○에서 문숙이라는 영화배우가 <단호박 수프>를 만드는 영상을 본 뒤 따라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요리 과정도 정말 쉽고 맛도 끝내준다 ㅎ.


비싼 음식도, 대단한 요리도 아니지만 친정 오빠가 만들어준 도자기 그릇에 노오란 <단호박 수프>를 담아 여유롭게 한술한술 뜨다 보면 온몸 가득히 평안함과 여유로움이 퍼져 너무 행복하다.

특히, 오늘처럼 가족이 아닌 오롯이 나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드는 <단호박 수프>는 밤새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잘 일어난, 그리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내가 네게 토닥토닥 위로해 주는 것 같아 더욱 좋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물론 타인을 위해 덕을 세우는 일은 아니지만, 오롯이 나한테 집중하며 나만을 위한 <단호박 수프>를 만들어 나 자신에게 위로와 평안이 넘쳐나길 기도하는 마음, 이 또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CCM 찬양 ‘행복’을 배경 삼아 <단호박 수프>를 만들기 시작하다.


<단호박 수프>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보면,


단호박 1개, 우유 종이컵 1/3, 잣 10알 정도, 소금 한 꼬집, 올리브 오일 한 방울, 파슬리 가루(없어도 됨)

아주 간단하지요~~~


먼저, 단호박을 삶아야 한다.


1. 단호박을 껍질 째 삶아야 하기 때문에 이물질이 없도록 솔로 깨끗이 씻는다.

‘행복’이라는 찬양 소리에 맞춰 벅벅 벅벅 단호박을 신나게 씻는다.

요리라는 것이 참 신기하게도 이렇게 기분 좋게 만들다 보면 알아서 맛있어진다. 대개는 맛있게 먹을 가족을 생각하며 만들지만, 오늘만큼은 거친 세상의 풍파 속에서도 굳건히 잘 살고 있는 나에게 바치는 요리라서 그런지 더 신난다 ㅎ.


2. 냄비에 1의 단호박을 넣고 물을 단호박 높이의 약 3/4 정도 채워 강불에서 끓인다.


3.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바꾼 뒤에 약 10분 정도 더 끓인다.

10분이라는 시간도 꼭!, 반드시! 는 아니다. 그날그날 상황에 맞게(단호박의 크기나 물의 양, 불의 세기 등) 조절하면 된다. 이 또한 다년간 하다 보면 몸이 저절로 체득하게 된다.


4. 어느 정도 단호박이 익었다면, 단호박 중간중간에 칼집을 넣는다.

칼집을 넣으면 단호박 안까지 잘 익는다. 물론 시간도 단축할 수가 있어 좋다.


5. 단호박이 다 익으면 불을 끄고 집게를 이용해서 단호박을 꺼내 식힌다.

단호박이 잘 익었는지는 눈으로만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젓가락 같은 것을 이용해서 찔렀을 때 젓가락이 푹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6. 단호박 안에 있는 씨를 다 제거한다.

전에는 호박씨를 깨끗이 씻어 말렸다가 덖은 뒤 먹기도 했지만, 공들인 시간에 비해 가성비가 무지 떨어지는 관계로 요즘은 pass~.


7. 단호박이 어느 정도 식으면 껍질을 벗긴다.

다 익었기 때문에 껍질은 아주 수월하게 잘 벗겨진다. 사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단호박 수프>의 색이 노오란 색에서 초록색이 될 뿐 맛은 똑같다. 그냥 단호박의 노오란 색깔을 좋아하기 때문에 대부분 껍질을 벗겨 사용한다(내 마음 ㅋ).

뜨거워요!!! 조심조심!


믹서에 넣고 드르륵드르륵 갈면 두둥!


손질한 단호박과 잣 10알 정도, 단호박 삶은 물 종이컵으로 2컵, 우유 종이컵 1/3, 소금 한 꼬집을 믹서에 넣고 드르륵드르륵...... 간다!


드디어 노오란 <단호박 수프> 완성!


완성된 <단호박 수프>를 도자기 그릇에 가득히 담고,  한 방울의 올리브 오일과 파슬리 가루를 뿌리면 눈호강 UP! 풍미도 UP!


무지무지 쉽지요~~~

단호박을 손질하는 것이 조금은 까다로울 것 같지만, 이것도 불과 냄비가 다 해주기 때문에 나는 옆에서 잠시 딴짓하면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참, 번거롭게 산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먹을 때의 ‘행복’은 놓치기 싫다 ㅋ.


오롯이 나를 위해!


오롯이

나를 위해


오늘 하루 애쓸

나를 위해


토닥토닥……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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