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글거림 주의보
남편의 립 서비스는 장난이 아니다.
“당신, 뭘 믿고 이렇게 예쁜 거야!”
처음에 이런 소리를 들었을 때 어안이 벙벙하면서 ‘왜 저러지? 제정신이 아니네ㅜ’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봐도 예쁜 편도 아니고 나 또한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갑자기 툭 던지는 말에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황당해하는 나의 표정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 건지 알 순 없지만, 남편은 꿋꿋이 잊을만하면 한 번씩 툭툭
던진다. 그것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ㅎ.
그때마다 무안한 나는 남편의 눈길을 슬그머니 피하곤 한다.
결혼한 지 30여 년이 되었는데도 남편의 립 서비스는 여전하다.
“당신이 한 잡채는 역시 최고야!”
“누구도 당신 따라오지 못해!”
“나는 밖에서 잡채 절대 안 먹어! 당신이 너무 잘하니까 그렇지! ㅎㅎㅎ”
어느 날 문득,
남편의 립 서비스 못지않게 나 또한 은근히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무안해서 눈도 피하고 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은근히 ‘립 서비스라도 좋으니 칭찬해 줘~.’라는 눈빛으로 남편을 빤히 쳐다본다. 그때마다 남편은 “당신이 최고야!”라고 하면서 엄지 척! 을 해준다.
남편을 만나기 전에 나는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편이었다.
내 안에 상처가 많아 다른 사람의 장점을 보기보다는 단점을 먼저 보았고, 자존감이 낮아 다른 사람을 칭찬하는데 아주 인색한 편이었다. 그런데 지나친 립 서비스에 초긍정적인 남편의 칭찬을 많이 듣다 보니 나의 상처가 언제부턴가 아물며 새살이 돋아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남편의 칭찬은 아내를 춤추게 했다.
자존감 낮은 내가 자존감 UP↑의 사람이 되었다. 남편이 한껏 끌어올려준 높은 자존감으로 다른 사람들을
칭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남편이 립 서비스를 할 때마다 나는 왜 가만히 있을까?’
남편은 끊임없이, 계속해서, 날마다, 항상 립 서비스를 해 주는데...
이제부터는 나도 답례로 립 서비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신도 참 멋져!’
‘당신도 최고야!’라고 말해 주어야겠다.
아 참, 그런데 이것도 과연 칭찬의 립 서비스일까?
“여보, 라면 좀 끓여봐요!”
“그래! 그런데 당신이 끓인 라면이 훨씬 더 맛있더라. 난 당신 솜씨를 따라갈 수가 없어…”
‘뭐라는 거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계속해서 아내를 부려먹을 속셈? ㅋ
* 커버 사진 출처 : Pixabay.com